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청소년에게 마약 음료를 건넨 혐의를 받는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제공=강남경찰서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청소년에게 마약 음료를 건넨 혐의를 받는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제공=강남경찰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와 학교 앞에서 초중고생들에게 마약음료를 시음하게 한 뒤 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걸어 돈을 뜯어내려 한 사건을 두고 보이스피싱 등 기존 강력범죄가 마약과 결합해 신종범죄로 진화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마약이 소수집단에서 은밀하게 유통·소비되던 단독범죄에서 다른 범죄의 도구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마약음료 사건의 경우 경찰이나 검찰 등을 사칭해 협박하거나 개인정보를 빼내던 방식에 비해 피싱 수법이 더 악질적이고 지능적으로 바뀌었다. 자녀를 악용하는 방법도 그동안의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주로 자녀인 척 문자를 보내 계좌이체를 유도했던 것과 달리 자녀에게 직접 마약을 먹이고 경찰에 투약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대담한 수법으로 악랄해졌다.

부유층이 많은 강남 지역에서도 자녀의 학구열이 높은 대치동을 타깃으로 학원생이 많은 오후 6~10시에 범행했다는 점에서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은 음료를 나눠준 ‘행동책’과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를 협박한 ‘중간관리책’, 이를 계획하고 지시한 ‘총책’ 등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저지른 범죄라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이 지난 8일 긴급 체포한 공범 A씨도 중국 소재 총책으로부터 범행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에서는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마약을 이용한 제2, 제3의 신종범죄가 이어질 가능성을 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이용하던 아르바이트생 대신 마약으로 협박할 수 있는 사람을 쓴다든가 마약을 미끼로 다른 강력범죄를 사주하는 경우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범죄가 늘어날 경우 마약 이권을 두고 범죄조직간 강력범죄를 벌이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약범죄가 진화하는 배경으로 국내에서도 누구든 싸고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꼽는다. 국내 암거래 시장에서 필로폰의 1회 투약분(0.03g) 가격은 최근 2만원 수준으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치킨이나 피자 값으로 마약을 사 범죄에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범진 마약퇴치연구소장(아주대 약학대학 교수)은 “다른 사람에게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마땅찮은 게 문제”라며 “강화된 법안을 입법하는 것이 마약 관련 사범과 마약 관련 신종범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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