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이르면 6월 챗GPT 기술 매뉴얼 개발·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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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최근 논술형 수행평가를 채점하다가 근심이 생겼다.

주제는 ‘정보화시대에 발생하는 사회 문제와 해결책, 본인의 마음가짐을 말하라’였다. 일주일 전 학생들에게 주제를 알려줬고 시험을 치렀지만 학생들이 사전에 챗GPT를 활용해 답안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학기 초에 아이들한테 챗GPT를 쓰지 말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챗GPT를 썼는지 안 썼는지 판가름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 고등학교 교사도 “매일 보는 친구의 글이 갑자기 수준이 올라가 있고 논리정연하고 문법이 화려하다면 의심하게 된다”며 “사실 챗GPT도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교사들도 판단 기준이 부족하다”라고 털어놨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새 학기가 시작되고 챗GPT 열풍과 함께 대학가에서 챗GPT 사용 윤리 문제가 논란이 된 데 이어 최근 한창 수행평가가 진행 중인 중·고교에서도 교사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중·고교 수행평가는 컴퓨터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사전과제형’을 금지하며 수업 시간에 직접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수업 시간에 자필로 수행평가를 치르더라도 미리 주제를 알 수 있다면 챗GPT의 답안을 암기해 참고할 수 있다.

휴대전화나 크롬북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오픈북’ 시험인 경우에도 챗GPT 검색이 가능하다.

실제 학생들이 챗GPT를 수행평가에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방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얼마 전 ‘영어교육이 조기에 필요한지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라’는 수행평가를 여러 반에 동시에 냈는데, 주제를 미리 알아낸 다른 반 학생들이 챗GPT로 답을 준비했다고 들었다”며 “학생들이 학교에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답안지를 보고서는 학생들이 챗GPT를 사용했는지 판별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다른 반 학생들의 ‘신고’로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서울의 한 공립 중학교 3학년 학생은 “크롬북이나 휴대전화를 써서 오픈북으로 시험을 보는 수행평가는 10개에 7개 정도 된다”며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챗GPT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교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사회문화 수행평가하는데 챗GPT가 바로 가설 추천해준다’, ‘국어 수행평가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한데 어떤 애가 챗GPT 썼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교육당국도 아직 챗GPT 활용 방안, 사용 규제 여부 등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어 교사들은 더욱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챗GPT를 동의 없이 활용할 경우 0점 처리를 해야 하는지, 활용한다면 어느 선까지 활용하게 해야 하는지 등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학생이 챗GPT로 답안을 알아내더라도 이를 암기해서 재구성해 자필로 쓴다면 표절로 적발하기도 어렵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27부터 3일간 조사한 ‘챗GPT 관련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교원들은 ‘챗GPT 활용 유의 사항에 대한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활용 기준이 모호하면 학생들의 학습이 무너진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교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챗GPT를 적절한 기준과 지침을 통해 공개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표절이기 때문에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창과 방패의 싸움인데 무조건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챗GPT처럼) 새로운 도구를 활용한 평가방법을 제시할 필요는 있고 준비는 하고 있다. 공정성의 문제가 있다면 문제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챗GPT 기술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참고 자료를 6월 안에 개발해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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