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우유로 시작하는 채식'...채식 범위 넓혀가는 2030

‘유연한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모든 식단을 100% 채식으로 바꾸지 않고 음료, 베이커리 등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음식부터 채식으로 바꿔나간다. 2030 세대의 가치관을 밝히는 소비 행위인 ‘미닝아웃’에 적극적인 성향과도 맞물려 채식의 범위와 단계를 확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채식주의자 유형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조미숙 교수팀이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유형 중 가장 흔한 것은 ‘비건’으로 50.6%를 차지했다. 이어 생선을 먹는 ‘페스코’ 15.1%, 우유와 달걀을 먹는 ‘락토 오보’ 9.8%, 때에 따라 육류를 먹는 ‘플렉시테리안’ 9.4%, 우유·달걀·생선·닭고기류를 먹는 ‘폴로’ 5.3%, 우유를 먹는 ‘락토’ 6.1%, 달걀을 먹는 ‘오보’ 3.7% 순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권주혜씨(28)는 ‘플렉시테리언’이다. 플렉시테리언은 채식주의자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채식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단어다. ‘flexible(유연한)’과 ‘베지테리언(vegetarian)’을 합친 말이다. 이들은 환경·동물 보호, 건강 등의 이유로 채식을 선택했지만, 낮은 단계에서부터 채식하며 안 먹는 음식의 범위를 점차 넓혀간다.

권씨는 지난해부터 회사 근처에 있는 비건 베이커리에 일주일에 2~3번 들른다. 이곳의 빵은 달걀, 설탕, 유제품, 밀가루를 빼고 만든 비건 제품이다. 권씨는 단호박, 두부 등으로 빵의 촉촉한 식감을 살려 일반 빵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음료도 귀리로 만든 식물성 우유를 사용해 만든다. 권씨가 산 손바닥만 한 크기의 비건 빵의 가격은 4000~5000원이다.

권씨는 “비건 빵이 일반 빵보다 비싸지만 과민대장 증후군이 심해서 육류를 줄이고 식단에 신경 쓰게 됐다”며 “20년 동안 먹던 음식을 한 번에 전부 안 먹을 수 없으니, 간식이나 아침 대용으로 자주 먹는 빵 종류부터 비건으로 바꿔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허모씨(31)는 스스로를 ‘락토 베지터리언’이라 소개했다. 락토 베지터리언은 육류, 어패류, 달걀 등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다. 허씨는 무차별적인 도축을 비판하는 책을 보고 채식을 결심했다. 허씨도 달걀,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빵을 먹으며 채식주의를 시작했다. 허씨는 “처음부터 엄격한 채식 식단을 지키기 어려웠다. 회식을 가도 고기를 최대한 덜 먹으면서 몇 년에 걸쳐 고기, 생선을 안 먹는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의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채식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채식 인구는 200만명이다. 10년 전보다 2~3배 늘어난 수치다. 비건 케이크를 판매하는 베이커리는 190여 곳이 있다고 추정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베이커리, 음료 제품군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완전한 채식이 어려운 소비자와 채식 트렌드 등을 반영한 전략이다. 매일유업은 2021년 식물성 음료 ‘어메이징 오트’를 출시했다. 베이커리 브랜드 밀도와 함께 ‘어메이징 오트 통밀식빵’을 내놓기도 했다.

빙그레는 지난달 대표 제품 ‘바나나맛 우유’를 식물성 음료 버전으로 선보였다. 신세계푸드는 건강 특수식 전문기업 닥터키친과 함께 ‘식물성 가득 단호박 식빵’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제로밀크’라는 상표를 활용해 식물성 대체유 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에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식품은 286개로, 전년 대비 44%, 2019년 대비 151% 증가했다. 동물 유래 원재료를 쓰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에 비건 인증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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