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SPOTV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짜릿한 홈스틸의 순간을 맛본 적이 있다. 바로 4년 전인 2019년 8월 29일 잠실구장. 오재원은 당시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에 3대 2로 앞선 8회 말 대주자로 투입돼 2사 만루 상황에서 3루 베이스에 섰다. 상대 투수 박민호와 신성현의 맞대결이 펼쳐진 가운데 볼카운트 2B-2S 상황이 됐다.

박민호가 포수로부터 공을 받고 모자를 만진 뒤 로진백을 만지려는 순간 3루 주자 오재원이 홈으로 기습 홈스틸을 시도했다. 깜짝 놀란 박민호가 공을 던졌지만, 오재원의 발은 이미 홈플레이트를 지난 뒤였다. 당시 두산 구단 통산 세 번째 단독 홈스틸 대기록이 오재원의 발로 작성됐다. 공교롭게도 당시 적장이었던 사령탑은 염경엽 감독이었다.

홈스틸 여파로 허망하게 패한 SK는 3연패에 빠지며 두산에 4.5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그리고 그 시즌 결말은 널리 알려진 두산의 시즌 최종전 극적인 뒤집기 우승으로 이어졌다.

 KIA 김규성이 4월 29일 잠실 LG전 대주자로 투입돼 9회 초 결정적인 홈스틸을 기록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KIA 김규성이 4월 29일 잠실 LG전 대주자로 투입돼 9회 초 결정적인 홈스틸을 기록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23년. 또 다시 잠실벌이 홈스틸로 뜨거워졌다. 바로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규성이 주인공이었다. 김규성은 4월 29일 잠실 LG 트윈스전 5대 3으로 앞선 9회 초 선두 타자 김선빈의 안타 출루 뒤 대주자로 교체 투입됐다. 최형우의 안타와 황대인의 진루타로 3루까지 밟은 김규성은 2사 만루 한승택 타석 때 일을 냈다.

볼카운트 1B-2S 상황에서 상대 투수 함덕주가 투구 자세에 들어가는 순간 김규성이 곧장 홈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LG 내야진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기습적인 움직임이었다. 함덕주가 뒤늦게 공을 던졌지만, 투구로 판정된 125km/h 속구는 김규성의 몸에 맞고 백네트로 빠져 흘러갔다.

6대 3으로 한 발짝 더 달아나는 추가 득점이 김규성의 홈스틸로 만들어졌다. 전체 베이스 주자들이 모두 스타트를 끊어 단독 홈스틸로는 못 인정받았지만, 김규성은 잠실벌의 탄성을 이끌어내는 센스 있는 플레이로 짜릿함을 맛봤다.

마침 이 경기를 중계한 해설위원도 4년 전 홈스틸의 짜릿함을 맛본 오재원 위원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홈스틸을 당한 적장도 4년 전과 같이 염경엽 감독이었다.

오재원 위원은 김규성의 홈스틸 상황이 발생하자 깜짝 놀란 듯 큰 소리를 지른 뒤 특유의 ‘유후’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 위원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설마 했는데. 2스트라이크 될 때까지 기다린 듯싶다”라며 “저도 홈스틸 한 경험이 있는데 2스트라이크까지 기다렸다. 홈스틸이 제 마지막 위시리스트였다”라며 4년 전 그 순간의 짜릿함을 다시 떠올렸다.

이후 오 위원은 “김규성 선수는 저보다 10년 더 일찍 홈스틸을 달성한 듯싶다. 예전에도 기회가 종종 있었지만, 계속 참았었다”라며 감탄을 이어갔다.

KIA는 김규성의 짜릿한 홈스틸로 달아난 뒤 9회 말 장현식을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6대 3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승리로 KIA는 주말 위닝시리즈 확정과 더불어 4연승을 달렸다. 시즌 11승 11패로 승률 5할을 회복한 KIA는 두산 베어스(11승 11패)와 공동 5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이제 KIA는 30일 잠실 LG전에서 주말시리즈 싹쓸이 승리를 노리면서 4월의 마지막 순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한다. KIA는 30일 선발 마운드에 좌완 선발 이의리를 올린다. LG 선발 투수는 케이시 켈리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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