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이 악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1%대’ 성장마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이번주부터 다음달까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KDI는 오는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등 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한은은 오는 25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수정 경제 전망을 내놓는다. 기재부는 다음달 말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공개한다.

기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당초 성장률 전망보다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KDI의 경우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1.8%를 제시한 뒤 지난 2월에도 이를 유지했지만, 이번엔 소폭 하향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달 초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의 성장률 전망은 당초 4.3%에서 4.6%로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은 지난해 10월 대비 0.5%포인트 낮은 1.5%로 수정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지난 4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은 최근 몇 분기 동안 교역 상대국의 성장세 둔화와 글로벌 반도체 다운사이클로 수출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통화정책 긴축과 지난해 대규모 경기 부양에 따른 재정정책 정상화는 내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높은 금리는 주택 가격의 지속적인 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택 가격도 내수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반도체 시장 악화와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당분간 주춤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은 역시 이달 25일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기존 전망치인 1.6%에서 하향 조정할 것이 유력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1.6%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이미 예고했고, 지난 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진행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6%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다음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다. 지난해 12월 기재부가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은 1.6%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4일 ADB 연차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2월 경제 성장률 전망을 하면서 다른 기관보다 낮은 1.6%를 전망했다”며 “현재 나오는 IMF를 포함한 유수 기관들의 전망은 당초 정부 전망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미세 조정이 일부 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가 전망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앞으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경제 데이터, 기관 견해를 종합해서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며 하향 조정 추세를 따라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이렇게 흔들리는 가장 큰 요인은 수출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29개월 연속으로 무역적자가 난 이후로 최장기간 적자다.

지난 1일 발표한 지난달 수출입 동향을 봐도 4월 수출액은 496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4월보다 14.2% 감소했다.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우리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 매출이 부진한 것이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DS) 부분에서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이 당초 전망한 ‘1%대 성장’마저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1.1%로 제시했고, 씨티는 1%에도 못 미치는 0.7%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노무라는 한국이 올해 역성장(-0.4%)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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