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마약탐지견 '테드'가 마약류 탐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영상=최지은 기자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마약탐지견 ‘테드’가 마약류 탐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영상=최지은 기자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항공기 화물이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나오자 하늘색 조끼를 입은 마약탐지견 ‘유로’가 일할 채비를 했다. 스프링거 스패니얼종인 유로는 울산·대구 등 전국 각지의 공항과 항만에서 마약류 탐지 업무를 수행한 베테랑 탐지견이다.

유로는 지난 1월 국제우편으로 들어온 대마 연초 31갑을 적발했다. 당시 공기 중에 떠다니던 대마 냄새를 포착한 유로가 특정 공간을 맴돌다 제자리에 앉았다. 마약류를 찾았다는 신호였다. 위로 가득 쌓여있는 수출입화물을 바닥에 펼쳐놓고 냄새를 맡게 했더니 해외 유통사이트에서 보낸 화물에서 대마를 찾아냈다. 마약탐지견의 후각은 사람보다 1만배 이상 발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1월 김포세관에 마약탐지견이 배치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공항과 항만에서 마약탐지견 39마리가 활동하고 있다. 마약탐지견은 사람이 간과할 수 있는 마약류를 적발하기 위해 미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비행기가 오고 가는 인천공항의 특성상 동남아 등 마약류 우범 노선을 중심으로 입국장에서 마약탐지견을 활용한 마약류 탐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제우편물 센터, 특송물류센터 등 곳곳에 마약탐지견이 배치돼 있다.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마약탐지견 '유로'가 마약류 탐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마약탐지견 ‘유로’가 마약류 탐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유로를 담당하는 탐지조사요원(핸들러)은 “대마가 합법화인 나라에서 대마를 피고 들어왔을 경우 바지 주머니 속에 재 일부가 남아있기도 한데 이런 (미세한) 것도 마약탐지견들이 찾아낸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에서는 유로와 함께 래브라도 리트리버 ‘테드’도 마약탐지업무를 수행했다. 테드가 앉아 있는 케이지 문을 연 오승헌 탐지조사요원이 테드의 눈 주위 묻은 먼지를 자상한 손길로 떼어 내고 줄을 연결했다. 오 요원은 지난해 입사해 현장 투입 훈련을 받을 때부터 테드와 함께했다.

핸들러와 마약탐지견들은 한 몸처럼 생활한다. 탐지조사요원의 발령지에 따라 마약탐지견도 함께 인사이동을 해 업무를 수행하는 식이다.

마약탐지견에게 마약류 탐지 업무는 놀이와 같다. 마약탐지견이 마약류를 찾았을 경우에는 공이나 말려 있는 수건 등을 던져주며 보상을 준다. 오 요원은 “마약류가 있다는 판단이 서면 아무리 당겨도 테드가 움직이지 않는다”며 “의심되는 경우에는 다시 한번 확인하는 등 끝까지 따라간다”고 밝혔다.

23일 인천 중구 관세인재개발원 탐지훈련센터에서 태국에서 온 탐지조사요원이 탐지견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태국은 마약 탐지견 센터 설립을 계획한 뒤 마약 탐지견 센터 설립 및 운영 노하우 전수 등을 요청하고 현재 탐지견 훈련센터에 현지 핸들러 2명을 보내 위탁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최지은 기
23일 인천 중구 관세인재개발원 탐지훈련센터에서 태국에서 온 탐지조사요원이 탐지견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태국은 마약 탐지견 센터 설립을 계획한 뒤 마약 탐지견 센터 설립 및 운영 노하우 전수 등을 요청하고 현재 탐지견 훈련센터에 현지 핸들러 2명을 보내 위탁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최지은 기

마약탐지견들은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16주간의 훈련과 시험을 통과해야 현장에 배치된다. 훈련 공간에는 공항과 항만의 모습이 재현돼있으며, 체력 훈련을 비롯해 환경 적응 훈련·대인 친화 훈련·마약류 탐지 훈련 등이 이뤄진다. 훈련견 중 60% 정도가 훈련과 시험을 통과한다.

마약류 탐지가 탐지견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탐지견훈련센터에서 탐지견 훈련을 담당하는 김동규 주무관은 “마약류가 체내에 직접 흡수될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만 냄새로 포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의 마약탐지견 훈련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벤치마킹된다. 관세청은 지난달 27일 태국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훈련을 통과한 마약탐지견 조크와 제이크를 기증했다.

태국은 마약 탐지견 센터 설립과 운영 노하우 전수 등을 요청, 한국의 탐지견 훈련센터에 핸들러 2명을 교육생으로 보냈다.

탐지조사요원들과 탐지견 훈련센터 훈련사들은 승객들의 인식 변화를 당부했다. 탐지견을 손으로 만지거나 끌어안을 경우 주의를 뺏기거나 놀랄 수 있다. 오 요원은 “마약탐지견이 공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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