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 전시된 500만원짜리 작품이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작품을 망가뜨린 관람객은 어머니와 함께 전시회를 찾은 유치원생 아이였다. 해당 작품을 만든 김운성 작가는 오히려 “부모와 아이의 충격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너그럽게 용서했다.

이 일화는 류근 시인이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류 시인은 “어머니와 함께 온 꼬마가 전시 중이던 조소 작품을 깼다. 꼬마와 어머니는 사색이 됐고, 행사를 주관한 분과 갤러리도 몹시 당황했다”라고 전했다.

해당 작품은 판매용이 아니었으나, 가격은 500만원으로 책정된 상황이었다. 갤러리 측은 작품을 만든 김 작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작가는 오히려 자신의 부주의를 먼저 탓하며 “변상, 보상도 생각 안 했으면 한다”라고 답변을 보내왔다.

또 “작가에게는 소중한 작품이지만 아이에게 미안함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라며 “이 작품은 낳은 이상과 꿈을 가지고 생장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때론 견디고 헤쳐나가야 하는 씨앗이고, 그게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라며 “작품 파손에 대해 이해를 시키되 혼내지는 않았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류 시인은 “작품을 깬 꼬마를 먼저 걱정하는 마음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닌가”라며 “조각가 김운성 형이 참 자랑스럽다”라고 전했다.

유치원생 아이는 작품을 망가뜨리려는 게 아닌, 단순한 호기심으로 조형에 접근했다가 깨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미술품 전시가 관객에 의해 ‘훼손’되는 일은 의외로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일례로 지난달 27일 한 남성이 서울 리움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위(WE)’에 전시된 작품 ‘코미디언’을 먹어 해치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미디언은 테이프를 이용해 바나나 한 개를 벽에 붙인 형태다. 이 남성은 바나나 내용물을 먹은 뒤 껍질을 도로 벽에 붙여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수로 작품을 망가뜨린 유치원생 소년과 달리, 이 남성은 의도적으로 작품을 변형시킨 것이다. 실제 리움 미술관도 별다른 손해배상 청구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 작품의 바나나는 2~3일에 한 번씩 교체돼 왔으며, 이전에도 한 행위 예술가가 바나나를 뽑아 먹으면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작품 훼손 자체가 행위예술이 된 사례도 있다. 영국의 유명 예술가 뱅크시의 회화 ‘사랑은 쓰레기통에’는 2021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약 304억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작품 낙찰과 동시에 액자 틀 뒤에 숨겨져 있던 파쇄기가 작동, 그림을 가늘고 긴 종잇조각으로 찢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뱅크시는 인스타그램에 파쇄기 소동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고, 이후 ‘작품 조각’의 몸값은 크게 뛰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