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호세 로하스가 23일 삼성전에서 호쾌한 스윙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호세 로하스가 23일 삼성전에서 호쾌한 스윙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좋아지겠죠. 좋아져야 합니다.”

100만 달러(13억 원)를 들여 데려온 외국인 타자의 부진은 시즌 초반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을 괴롭힌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타율은 1할대를 맴돌았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려 해도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완벽하진 않다. 그러나 기다렸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엔 의심 어린 시선이 많이 사라졌다.

호세 로하스(30)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5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3타점 맹타, 두산의 7-5 승리를 견인했다.

로하스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1할 타율이었다. 그러나 꾸준히 홈런으로만 존재감을 보여주던 로하스는 최근 급격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까지 9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냈다.

경기 전 이승엽 감독은 로하스와 꽤 오래 대화를 나눴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묻자 “기술적인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타격에 관해서는 코치가 이야기한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그동안 로하스가 시속 145㎞ 이상의 높은 직구에 헛스윙하는 장면이 많았다. 그런 약점을 점점 고쳐나가고 있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1회말 무사 만루에서 4번 타자 양의지가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로하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중견수 방면 큼지막한 타구를 날려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3회말 2타점 2루타를 날리고 기뻐하는 로하스. /사진=두산 베어스
3회말 2타점 2루타를 날리고 기뻐하는 로하스. /사진=두산 베어스

삼성에 1-4로 끌려가던 3회에도 빅이닝의 물꼬를 텄다. 1사 1,2루 밥상이 차려졌고 로하스는 원태인을 상대로 이날 첫 장타를 날리며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로하스가 공략한 공은 이승엽 감독의 말처럼 145㎞ 빠른 공이었다. 이후 두산은 원태인을 두들기며 5득점, 역전에 성공했다.

이승엽 감독이 로하스를 평가할 때마다 늘 입버릇처럼 따라 붙었던 표현 중 하나는 ‘스프레이 히터’라는 점이다. 1회 희생플라이는 중견수 방면으로 향했고 3회 2타점 적시타는 밀어쳐 만들어 더 의미 깊은 한 방이었다.

경기 후 로하스는 “어떤 타석이든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첫 타석 희생플라이와 2번째 타석 2타점 안타 모두 그런 마음으로 임했기에 나왔다”며 “좌측과 중간으로 타구를 넓게 보내는 게 내 강점인데 그 점도 만족한다. 물론 타점이나 안타라는 결과보다 모든 타석에서 정타를 생산했다는 과정이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294. 더 의미 있는 것은 중심 타선에서 확실한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이 기간 10타점을 기록했다. 9홈런으로 팀 내 타점 1위를 달리고 있고 이날 3타점을 더하며 이 부문에서도 양석환과 함께 24타점으로 팀 내 공동 선두가 됐다. 장타율(0.488) 또한 1위.

아직 타율은 0.220에 그치고 있고 이승엽 감독의 높은 점수를 받았던 선구안의 장점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29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으로 걸어나간 건 13차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타율과 큰 차이를 보이는 득점권 타율 0.281은 로하스가 중심 타선에서 얼마나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 지를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숫자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점에서 로하스에 대한 평가는 유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창 좋을 때 밸런스와 상당히 근접했다”며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꾸준히 응원을 보내주신 두산베어스 팬 여러분들 덕분에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 늘 감사드린다”고 믿고 기다려준 팬들께 공을 돌렸다.

로하스. /사진=두산 베어스
로하스.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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