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받은 20대 우울증 환자 5년새 2.3배로…30대도 65%↑

증상 심각해져도 꺼리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초기에 내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직장인 이모(33)씨는 개인적인 일로 우울과 무기력에 시달리다 주위 권고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있다. 첫 방문이 망설여졌을 뿐 막상 병원에 가보니 생각보다 편안한 분위기에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치료 두 달째인 지금은 마음도, 몸도 훨씬 나아졌다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닌다는 사실이 흠이라는 편견은 옛말이 됐다. 과거와 달리 더는 숨길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감기에 걸리거나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적절한 병원을 찾아가 치료받듯 마음이 아플 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진료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씨는 “다쳤을 때 병원에 가는 것처럼 정신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며 “주변에서도 흠이 아니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라는 말이 더는 비하나 비아냥의 뜻이 아닌 진심어린 조언이 된 사회적 분위기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마음의 병을 ‘정신력’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병원에 의지하는 건 유약하다고 보는 관점이 옅어지는 추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취업 실패나 투자 손실 등으로 인한 우울과 절망을 표현하는 글이 올라오면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진심 어린 댓글이 달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직장인 박모(38)씨는 “필요하다면 정신과도 얼마든지 갈 수 있고 그런 조언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음이 아픈 것도 몸이 아픈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연합뉴스TV 제공]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 기준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수는 2017년 68만169명에서 2021년 91만785명으로 5년 동안 34% 늘어났다.

증가폭은 20∼30대에서 두드러졌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7년 7만6천246명에서 2021년 17만3천745명으로 약 2.3배 규모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30대 환자 역시 같은 기간 8만2천934명에서 13만7천133명으로 65% 뛰었다. 40대는 30%, 50대는 2% 증가에 그쳤다.

20∼30대의 비중은 이 기간 23%에서 34%로 늘어났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유행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인식이 바뀐 덕분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현장에서도 이같은 변화를 체감하는 분위기다.

강지인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면서 과거보다 정신과 병원의 문턱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며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면 정신과에 ‘갈 수 있다’, ‘가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견 섞인 시선과 낙인이 두려워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자체를 꺼리고 증상이 심각해지고 나서야 병원을 찾았던 과거와 달리 첫 방문 환자의 중증도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고 강 교수는 전했다.

그는 “아주 예전에는 약물이나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 자해나 자살 시도를 한 후에야 병원을 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상대적으로 초기에 온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레벨’이 예전보다는 많이 낮아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표] 2017년과 2021년 우울증 연령대별 진료인원

성별 구분 심사년도 2017년 2021년
연령구분 환자수(명) 환자수(명)
680,169 910,785

남성

소계 225,519 295,246
0~9세 732 1,106
10~19세 13,023 20,559
20~29세 31,906 58,649
30~39세 28,289 45,414
40~49세 33,784 44,844
50~59세 38,395 41,335
60~69세 38,436 42,497
70~79세 35,166 34,678
80세이상 14,676 18,178

여성

소계 454,650 615,539
0~9세 424 669
10~19세 16,728 35,925
20~29세 44,340 115,096
30~39세 54,645 91,719
40~49세 64,507 83,039
50~59세 86,845 86,292
60~69세 88,983 102,271
70~79세 80,820 81,079
80세이상 36,093 44,847

※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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