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좋을 정보를 두서없이 전달한다.

*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꽃에 말을 걸곤 했다. 가위로 외형을 다듬으며 새로운 정치 공간을 설계했다. 감옥 생활도 독서와 꽃 가꾸기로 견뎠다. 다음은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쓴 옥중편지 내용이다. “운동하러 뜰에 나가면 국화가 한창인 듯 노란색입니다. 내가 돌본 꽃들은 피기도 싱그러웠지만 다른 데 비해 한 달 더 견디어 주어서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양복을 제작한 잉글랜드 양복점은 잦은 수선 요청으로 바빴다. 김 대통령이 IMF 등 골치 아픈 문제를 신경 쓰느라 살이 계속 빠져 허리 크기를 자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희호 여사는 개량 한복을 많이 입었다. 청와대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다가 긴 치맛자락에 걸려 넘어진 경험이 있어서다. 색은 대체로 밝았다. IMF 사태로 침체한 나라 경기를 살리려는 의지로 나타날 수 있다는 한복 디자이너 김예진 씨의 조언을 수용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홍어를 무척 좋아했다. 전문가 못지않게 맛의 차이를 식별했다. 단골집은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있는 ‘신안촌.’ 1986년부터 드나들었다. 홍어를 비롯해 낙지를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낙지꾸리, 겨울철 기력 회복에 좋은 홍어탕 등을 즐겨 먹었다. 정작 대통령이 되고서는 자주 찾지 못했다. 나라 살림이 어려울 때 혼자 좋아하는 음식을 실컷 먹고 다닐 수 없었던 까닭이다.

*한화갑 전 국회의원은 “김대중 대통령과 홍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회고했다. “누가 홍어를 보내오면,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셨죠. 그때 조금씩 얻어먹으면 얼마나 맛있었는지 말도 못 해요. 언젠가 동교동에 밤 열한 시가 지나서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부엌 아주머니께 홍어를 가져오라 하시더라고요. 한 접시를 된장에 찍어 다 잡수셨어요. 우리처럼 막걸리 안주로 먹거나 식사 때 반찬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그냥 홍어만 잡수시더라고요.”

*김대중 대통령은 IMF 사태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자신의 밥상 경비부터 절감하라고 당부했다. 담당 요리사였던 문문술 씨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아홉 가지 반찬을 차렸어요. 하루는 드신 뒤에 부르셔서 찾아뵈니 ‘왜 이렇게 많이 했느냐’며 줄이라고 하셨죠. ‘나라가 어려운데 내가 아홉 가지 반찬을 다 먹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하지 마라’고 말씀하셨어요.” 김 대통령은 이전 식사 때 남긴 음식을 다시 차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점심 식사 시작 전에 “아침에 먹다가 남긴 음식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옛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평범한 간식을 즐겼다. 호떡, 물고구마, 새알 넣은 팥죽 등이다. 밤에 독서하고 출출할 때는 라면을 찾았다. 처음 주방에서는 건강을 고려해 분말스프 대신 새우와 채소를 넣어 끓인 국물에 한 번 삶아낸 면으로 끓여 내갔다. 김 대통령은 “이건 라면이 아니다. 그냥 분말스프를 넣은 원래 라면을 끓여 달라”고 요청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법시험을 준비한 1974년에 개량 독서대를 만들어 실용신안 특허를 따냈다. 각도를 조절하면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는 받침대다. 청와대에 입성해서는 온라인 통합관리시스템 ‘e-지원(知園)’을 개발했다. 그는 “대통령을 안 했으면 컨설턴트나 발명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는 도전·돌파 본능과 관련이 깊다. 장애물이 나타나도 직진해 문제를 해결했다. 근본적 원인을 해부하며 파격적 해법과 개선 방식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의상 코디를 돕는 이미지 스타일리스트가 따로 있었다. 주인공인 강진주 씨는 노 대통령이 2007년 김정일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 “워낙 젊으셨기 때문에 좀 더 위엄 있고 카리스마가 있게 보이게 하려고 남색이 아닌 진회색, 어두운 회색 정장을 드렸습니다. 넥타이까지 그렇게 하면 텔레비전 화면상 침체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만 밝은 하늘색으로 드렸죠. 그 색은 당시에 한반도를 상징했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강진주 씨의 노력 덕에 세련된 옷차림으로 변모했으나 퇴임과 동시에 헐렁한 셔츠를 입고 커다란 밀짚모자를 썼다.

*노무현 대통령은 큰 호텔에서 나오는 음식이나 일식집에 차려진 만찬보다 시장 뒷골목의 맛있는 집 같은 곳을 좋아했다. 소주 한잔 걸치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삶의 애환들을 주고받는 분위기를 즐겼다.

*노무현 대통령의 단골집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마산집이다. 경상도 시골 장터에서 팔던 국밥 맛이 일품이라고. 무, 양지머리, 된장을 넣고 맑게 끓인 경기도식과 달리 고춧가루로 간을 한 얼큰한 맛이 특징이다. 노 대통령은 깍두기 국물을 밥에 넣어 얼큰하고 시원하게 먹었다. 반주를 곁들이며 부산상고 동창들과 허물없이 어울렸다. 체면과 격식을 모두 벗어던지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식을 즐겼다.

*노무현 대통령의 식사를 담당했던 요리사는 김규형 씨다. 취임 첫날 고춧가루를 넣은 콩나물국과 생선구이 하나, 반찬 몇 가지로 아침을 차렸다. 식사를 마친 노 대통령은 주방을 찾아 ‘이런 맛있는 콩나물국은 처음 먹어봤네’라며 고마워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식탁 앞에서 뭐든 가리지 않았다. 가장 좋아한 음식은 대구탕, 생선회, 곰장어 구이 등 해물. 특히 대구탕에 대해 “많은 재료를 넣으면 맛이 없다. 무와 파만 넣으면 아무리 못 끓여도 맛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마음고생이 많을 때마다 밀가루 음식을 거부했다. 김규형 씨는 알레르기 반응을 확인하고 밀가루 대신 쌀로 빵을 만들었다. 건강에 이상이 없을 때는 어떤 음식이든 잘 먹었다. 바쁜 일정 탓에 끼니를 놓치면 라면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예정에 없던 사람들과 악수하는 등 예상치 못한 접촉이 많아 경호원들이 애를 먹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4월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서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경북 상주 시내를 돌았다. 페달을 밟으며 옆의 학생과 이야기하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시절 저녁 행사에서 유난히 막걸리를 많이 마셨다. 쌀 소비 확산 정책을 펴서다. 특히 2009년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 초청 다과회에서는 막걸리 칵테일을 건배주로 사용했다. 그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쌀라면도 자주 먹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안내소(연풍문)에 있는 카페 ‘파랑가’를 자주 찾았다. 주로 청와대 직원들이 이용한 곳인데, 외부 인사를 만나거나 회의를 진행했다. 과거에는 면회소 같은 분위기였는데 이 대통령 시절 리모델링하고 카페가 들어오면서 현대식으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비서관, 행정관들과 차를 마시며 자유롭게 환담했다. 2012 런던하계올림픽 때는 직원들과 함께 모여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을 TV로 시청하며 응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통시장에서 국화빵 가게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자신이 국화빵 전문가라며 직접 만드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기간 넥타이 색을 바꿔가며 자신의 심경이나 정책 의지를 나타내곤 했다. 강력한 정책 표명 때는 붉은색, 측근들의 비리가 연이어 터질 때는 검은색을 맸다. 백내장 수숭 뒤에는 안경을 착용했다. 의사의 권유도 있었으나 안경을 쓴 모습이 눈의 날카로움을 완화한다는 조언을 수용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단골집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사동면옥이다. 황해도식 만두를 빚는 가게다. 대식가인 이 대통령은 김윤옥 여사와 함께 왕만두와 만두전골, 해물파전, 공깃밥 두 개 등 푸짐하게 식사를 즐겼다.

*이명박 대통령의 또 다른 단골집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안동국시 소람이다. 주메뉴는 고깃국으로 깔끔하게 끓인 안동식 칼국수와 얼큰한 쇠고기 국밥. 이 대통령은 매번 남김없이 그릇을 비웠다.

*이명박 대통령이 유일하게 잘 먹지 않는 음식은 잡곡밥이다. 배고픈 어린 시절을 경험한 탓에 쌀밥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실제로 그는 별식으로 간장 비빔밥을 즐겼다. 뜨거운 쌀밥에 달걀과 간장을 넣고 비빈 음식이다. 몸이 안 좋거나 기운이 없을 때 김윤옥 여사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때 누나와 동생을 잃었다. 남은 가족들과 방 한 칸에 기거하며 하루 두 끼를 술지게미(재강에 물을 타서 모주를 짜내고 남은 찌꺼기)로 때웠다. 그는 성냥, 김밥 등을 팔며 학업을 병행했으나 영양실조로 쓰러져 중학교를 휴학했다.

*김윤옥 여사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재래시장을 방문해 장사하는 아주머니들과 어울려 먹었다. 직접 지역 아동센터를 찾아 그곳 어린이들에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급기야 세계인들에게 알리겠다며 ‘떡볶이 연구소’ 설립까지 추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한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만찬에서 주요 국빈들은 백자 세트를 이용했다. 조선 최고 도자 명품으로 꼽히는 백자 항아리를 모티브로 제작된 식기다. 한국 전통 도자 특유 여유와 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청와대에서는 전라도 출신 대통령이 재임하면 젓갈을 넣어 진하고 깊은 맛을 내는 김치, 경상도 출신 대통령이 재임하면 과일을 넣어 시원한 맛이 돋보이는 김치가 상에 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의 김치를 담글 때는 곰국을 넣어 담백한 맛을 살렸고, 이명박 대통령의 김치를 만들 때는 생갈치 젓갈을 넣어 시원한 맛을 부각했다.

참고 자료 : 박병호·반보현·박연재 등 MBN 청와대의 밥상 제작팀 지음·발행처 고래미디어 ‘대통령의 밥상(2012)’, 이강래 지음·발행처 형설라이프 ‘대통령을 완성하는 사람(2022)’, 박영규 지음·발행처 웅진지식하우스 ‘한 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실록(2022)’, 노무현재단 지음·발행처 한걸음더 ‘내 마음속 대통령(2009)’, 박영규 지음·발행처 웅진지식하우스 ‘한 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실록(2022)’, 이명박 지음·발행처 알에이치코리아 ‘대통령의 시간 2008-2013(201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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