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팀 부활시켜 3년만에 전국대회 우승…최연소 감독 타이틀

‘이기는 야구’ 외치며 올해 왕중왕전 무패행진…”목표는 우승”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한일장신대 야구부 이선우 감독
한일장신대 야구부 이선우 감독

(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학교가 폐교돼 해체된 야구부를 재창단해 3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팀으로 만든 감독이 있다.

만화로 그려도 ‘아무리 만화여도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을 것 같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일장신대 야구부 이선우(35) 감독이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던 이 감독은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야구부에서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학교가 폐교되면서 야구부 역시 자연스럽게 해체 수순을 밟았지만, 같은 전북지역 대학인 한일장신대가 당시 서남대 소속 선수 30명 전원을 받아들이면서 우여곡절 끝에 재창단했다.

이 감독은 한일장신대 야구부 초대 감독으로 부임한 윤정현 감독을 보좌해 코치 생활을 이어가다가 2020년부터 감독직을 맡았다.

그는 부임 첫해 열린 ‘2020 KUSF 대학야구 U-리그 왕중왕전’에서 한일장신대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주목받았다.

당시 나이 32세.

이때부터 이 감독의 이름 앞에는 대학야구 역사상 ‘최연소 감독’이자 ‘최연소 우승 감독’이란 타이틀이 붙었다.

타격 훈련 중인 이선우 감독
타격 훈련 중인 이선우 감독

(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18일 전북 완주군야구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서남대 폐교가 결정되고, 야구부 해체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 가장 막막했던 것은 우리 선수들의 진로였다”면서 “제자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아이들이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차에 한일장신대에서 야구부 전체를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우리에겐 한 줄기 빛과 같은 제안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새롭게 부활한 야구부를 이끌게 된 이 감독은 ‘이기는 야구’를 내세우며 팀에 기합을 불어넣었다.

이 감독은 “팀이 해체되고 재창단 되는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은 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패배의식에 빠져 있었다”며 “고교 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승리하는 기분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연습경기에서도 지지 말자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최연소 감독인 이 감독은 선수들을 독려하기 위해 감독과 선수 간 벽을 허물고 함께 뛰고, 먹고, 쉬면서 야구부를 꾸려 나갔다.

그는 “연습경기부터 시작해 정식경기까지 차근차근 승리하는 방법이 팀에 스며들도록 만들었다. 한마디로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지금도 우리 팀은 잘 지지 않는 팀으로 대학 야구계에 소문이 나 있을 정도로 이 원칙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 지도 중인 이선우 감독
선수 지도 중인 이선우 감독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이 감독의 진정성 있는 마음은 선수들에게도 전해졌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일장신대는 창단 3년 만인 2020년 U-리그 왕중왕전 우승과 대통령배 전국대학야구대회 3위를 차지하고, 2021년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8강, 2022년 대통령배 전국대학야구대회 3위,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3위를 기록했다.

올해 1월에는 야구 예능 프로그램인 ‘최강야구’에 출연해 야구의 전설인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전직 프로선수 팀에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한일장신대는 올해 U-리그 왕중왕전 호남권 예선에서도 9승2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조1위로 왕중왕전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이 감독은 “연습경기에서도 승리에 집착하는 우리 팀을 보면서 아마추어 야구에서 너무 과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야구부가 해체됐던 우리에겐 그만큼 간절함이 있고, 올라가기는 쉽지만, 내려가는 것은 순간이라는 생각에 늘 경계하며 ‘이기는 야구’라는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이 팀을 이끄는 지난 3년간 한일장신대에서는 한화 이글스 배동현 선수, 키움 히어로즈 정연제·오성민·송재선 선수, 엘지 트윈스 허준혁 선수 등 5명의 프로선수를 배출했다.

한 해 전국 47개 대학 야구부에서 프로 지명을 받는 선수가 20명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입지전적인 성과다.

이 감독은 올해도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팀을 담금질하고 있다.

그는 “올해도 목표는 우승이다. 팀 전력도 충분히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단기전에서 어떤 작전을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팀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좋은 야구를 하고 싶은 게 개인적인 소망”이라며 “우리 야구부가 더 훌륭한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완주야구장에서 훈련 중인 한일장신대 야구부
완주야구장에서 훈련 중인 한일장신대 야구부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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