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석환이 25일 키움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두산 양석환이 25일 키움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홈런을 날리고 있는 양석환. /사진=두산 베어스
홈런을 날리고 있는 양석환. /사진=두산 베어스

“타자들이 좀 각성해야 한다.”

4연속 루징 시리즈. 타선의 동반 침묵이 심각했다.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은 시리즈를 앞두고 타자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1승 1패를 기록한 뒤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방문경기. 최근 10경기 2승 8패에 그친 두산 타선은 이 기간 30득점했다. 경기당 3득점에 그친 꼴이었으니 승리를 기대하는 게 어불성설이었다.

특히나 이 기간 타율 0.189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중심타자 양석환(32)의 부진이 뼈아팠다.

팽팽한 경기에서 양석환의 홈런 2방이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놨다. 잠잠하던 두산 타선은 올 시즌 단일 경기 팀 최다 안타(20)와 득점(17점), 선발 전원 안타까지 작성하며 키움에 17-2 대승을 거뒀다.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양석환(가운데). /사진=두산 베어스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양석환(가운데). /사진=두산 베어스

4월에만 6홈런을 날리며 중심타선에서 외로이 제 역할을 했던 양석환은 이날 전까지 5,6월을 통틀어 홈런 2개에 그쳤다. 모든 타자들이 그랬지만 양석환이 버티는 중심타선이 꽉막히자 승리를 기대키 어려웠다. 이 감독이 “투수들은 잘 견뎌주고 있다. (타격) 사이클이 너무 안 좋아졌다”며 “타선이 조금만 올라와 분위기를 타면 좋은 성적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타자들이 터져줘야 투수들도 힘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양석환이 힘을 냈다. 첫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날리며 팀 승리를 도왔던 양석환은 전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팀은 패배. 이날 제대로 타선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1회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맥없이 물러났던 양석환은 3회 내야안타로 감각을 조율하더니 팀이 2-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루에서 바뀐 투수 이명종을 맞아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한 대형 타구였다.

팀이 4-0으로 앞선 6회 1사 1루에선 양현의 투심패스트볼을 통타, 다시 한 번 2점을 달아나는 좌월 아치를 그렸다. 시즌 10호째이자 개인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기도 했다.

이후 이승엽 감독이 바랐던 타선의 동반 각성 효과로 이어졌다. 7회 강승호로 시작한 타순은 5안타 2사사구를 몰아치며 빅이닝을 만들어 5점을 더 달아났다. 사실상 승부가 완전히 기운 순간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8회에도 다시 한 번 타자일순하며 불을 뿜었다. 9회엔 침묵하던 김대한마저 2루타를 날리며 팀 20안타와 동시에 선발 전원 안타까지 동시에 달성했다.

호투를 펼친 알칸타라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호투를 펼친 알칸타라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양의지(왼쪽). /사진=두산 베어스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양의지(왼쪽). /사진=두산 베어스
정수빈도 3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사진=두산 베어스
정수빈도 3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사진=두산 베어스
9회초 선발 전원 안타를 완성시킨 김대한. /사진=두산 베어스
9회초 선발 전원 안타를 완성시킨 김대한. /사진=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의 6⅔이닝 1실점 호투까지 더해지며 이리도 승리가 쉬운 것인가 느껴질 만큼 편안하게 1승과 함께 우세 시리즈를 장식했다. 이 감독의 말처럼 타선이 살아난 효과였다.

경기 후 만난 양석환은 “지난주에 사구를 맞고 다리가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타격할 때 밸런스가 많이 깨져 있었고 그걸로 인해 슬럼프가 길어져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아내의 한마디가 양석환을 바꿔놨다. “아내가 ‘때로는 다 내려놓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할 때 결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얘기를 해줬다”는 양석환은 “조금 내려놓고 (경기를) 했는데 결과가 오늘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이후 23일 만에 터진 홈런포다. 갈증을 푼 양석환은 내친 김에 멀티홈런까지 작렬했다. 지난해 9월 16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9개월 만이다. 소중한 홈런포 한 방이 팀 분위기까지 완전히 뒤바꿔놨다.

지난해 9위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두산이지만 이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써냈던 팀이다. 늘 타선의 힘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양석환을 비롯해 선수들은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9월 이후 다시 한 번 멀티홈런을 날린 양석환. /사진=두산 베어스
지난해 9월 이후 다시 한 번 멀티홈런을 날린 양석환. /사진=두산 베어스

“너무 오랜 만에 홈런이 나왔다. 기분이나 몸이나 다운돼 있었는데 반가운 홈런”이라는 양석환은 “최근에 계속 (팀 타선이) 방망이를 잘 못 쳤기 때문에 선수들 내에서도 아무래도 분위기가 가라앉은 게 있었다. 오늘을 계기로 해서 지금보다 충분히 더 잘 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에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나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개인적으론 아직 만족하기 이르다. 타율 0.282 10홈런 37타점으로 팀 내 타점과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으나 5,6월 부진이 컸다. 그렇기에 이미 홈런 2개, 4타점을 올리며 팀 타선까지 완전히 되살려놓은 뒤에도 7회 내야 뜬공으로 물러난 뒤 커다란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웃이 되더라도 타점을 올리는 배팅이 나왔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다”고 팀을 생각하는 마음을 나타냈다.

홈런이 보약이다. 양석환은 “이전에도 슬럼프가 있었지만 홈런이 나오면서 좀 풀리는 스타일이다. 홈런이 한 번 나오면 몰아서 치는 유형이기 때문에 홈런이 반가웠다”며 “시즌을 치르면서 홈런을 많이 치려면 멀티홈런을 한 두 번씩 쳐야 개수가 많이 늘어나는데 그런 부분에서 반가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대해선 시큰둥했다. 스스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냥 두 자릿 수 홈런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매년 20개 이상을 쳐야 의미가 있는 선수다. 10개도 못 친다고 하면 매력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코 의미가 적지 않은 결과다. 2021년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기록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양석환은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3시즌 동안 58홈런을 몰아치고 있는 양석환이기에 올 시즌 20홈런, 나아가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린다면 우타 거포가 귀한 FA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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