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삼각지 대구탕 골목'의 ㅇ대구탕본점 직원들이 점심 장사를 준비 중이다. /사진=정세진 기자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삼각지 대구탕 골목’의 ㅇ대구탕본점 직원들이 점심 장사를 준비 중이다. /사진=정세진 기자

“오염수 방류 앞서서 러시아산 대구를 많이 사놨지만 손님들은 그걸 잘 모르시죠. 메뉴 선택 때부터 영향을 받으니까요.”

IAEA(국제원자력기구) 조사단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종합보고서를 발표한 다음날인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의 ‘삼각지 대구탕 골목’ 상인들은 이같이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놓고 과도한 공포가 조성되면서 불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삼각지역 1번 출구를 나와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나 있는 이 골목에는 1970년대 후반부터 대구탕집이 생기면서 ‘삼각지 대구탕 골목’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대구탕과 찜 등을 파는 식당 3∼4곳이 골목 안에서 영업 중이다.

이 골목에서는 1978년에 영업을 시작해 2대째 이어지고 있는 대구탕이 이 일대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집이다. 대구탕을 운영하는 박모씨(51)는 “방사능 오염수가 화제가 되기 전에는 점심에도 1층이 꽉 차고 2층까지 손님들이 올라가면서 시끌벅적했다”며 “요즘은 점심 한 타임하고 저녁에는 거의 전멸”이라고 말했다.

6일 점심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삼각지 대구탕 골목'의 ㅇ대구탕본점에서 손님들이 식사 중이다. /사진=정세진 기자
6일 점심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삼각지 대구탕 골목’의 ㅇ대구탕본점에서 손님들이 식사 중이다. /사진=정세진 기자

대구탕 1층엔 4인 테이블 20개가, 2층엔 10개가 놓여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이슈되기 전에는 오전 10시에 가게문을 열면 손님이 몰려 종업원들이 ‘식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된다’고 안내해야 했다. 평일 점심에도 오전 11시면 1층 테이블 20개가 가득 찼고 오후 1시30분까지 2층 테이블 일부에도 손님이 들어왔다. 요즘은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1층 테이블 절반 정도 차는 게 전부다.

박씨는 “우리는 김치, 동치미 같은 밑반찬도 직접 만드는데 예전에 3일에 한 번 만들던 걸 요즘엔 10일에 한 번꼴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대구탕집들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수입 물량이 줄고 대구가격이 올라 1차 타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아 대구값은 여전히 높지만 오염수 방류 이슈로 소금값도 올랐다. 박씨는 “소금도 20kg 1포대에 2만8000원이던 게 요즘 7만원까지 올랐다”며 “우리한테 소금 대주는 사장님은 그마저도 물량이 없어서 지금 장사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6년째 대구탕집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삼각지 대구탕을 손님 테이블에서 끓이는 방식이다 보니 7~8월에는 손님이 줄고 추석 이후에 찬바람이 불 때쯤에야 늘어나긴 한다”면서도 “최근 비수기여서 손님이 준 것도 있지만 분명 오염수 영향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50분쯤 김씨 식당을 찾은 손님은 4명뿐이었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삼각지 대구탕 골목'. /사진=정세진 기자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삼각지 대구탕 골목’. /사진=정세진 기자

인근에서 대구탕집을 운영하는 백모씨도 “20대와 60대 이상 손님은 별 이야기가 없는데 30~40대 손님들 사이에선 ‘요즘 방사능 때문에 힘들지 않냐’면서 오염수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단체 회식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과도한 공포가 조성된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정서적, 도덕적, 경제적 또는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해양 방류를) 반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적 목적 등으로 과학적 사실을 공개적으로 왜곡하면서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수산업계와 요식업계 피해를 가중시키는 자해행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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