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관중들, PBA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관중들, PBA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피아비! 화이팅!”, “용현지!” 안산 상록수체육관이 밤새 쩌렁쩌렁 울렸다. LPBA 결승전을 소리높여 응원하는 목소리였다. 

지난 9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가 용현지(하이원리조트)를 풀세트 혈전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돌려세웠다.

개막전에서 32강전 탈락하며 ‘디펜딩챔피언’ 타이틀을 수성하지 못했던 스롱이지만, 2차투어에서는 심기일전하며 LPBA 최다승인 통산 6승 기록을 만들었다. 반면, 연맹시절 스롱과 결승에서 4차례 만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고, 프로 전향 후 첫 승을 노렸던 용현지는 이번에도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경기 후 스롱은 “집중한 순간 행운도 따라왔다. 마지막에는 용현지 선수가 하이런이 잘 나와서 힘들었다. 공격시간을 보지 않으면 집중력이 올라가는데 김가영 선수와 결승전을 했을 때 터득한 방법”이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 날 주목할 포인트는 하나 더 있었다. 결승전 세트장을 둘러싼 관중들의 목소리였다. 

역동적인 배구, 축구, 야구와는 다르게 당구는 정적인 성향이 매우 강하다. 쩌렁쩌렁하고 화려한 응원문화가 아직 자리잡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샷 한 번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당구 특성상, 곁에서 들려오는 크고작은 소음들은 일부 선수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걷히며 현장을 직접 찾는 팬들도 부쩍 늘었지만 경기 시간이 상당히 길고 늦기에 중계방송을 통해 보는 팬층이 아직까지는 압도적으로 많다. 9일 열렸던 스롱과 용현지의 결승전은 대략 3~4만명이 넘는 관중이 지켜봤다. 한 마디로 밤 늦도록 관중석을 채운 관중은 아직까지는 선수의 지인, 가족, 구단 관계자가 절반이 넘는다.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스롱 피아비, PBA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스롱 피아비, PBA

당구가 국내에서 프로스포츠로 자리잡은 기간은 길지 않다. 올해로 갓 다섯 시즌 째를 맞이했다. 때문에 규정 변경도 아직은 연례행사로 치르고 있으며 상금과 이벤트 부분에서도 실험적인 성격이 몹시 강하다. 

응원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목청을 드높인 응원법은 여타 스포츠에서는 상대팀을 기선제압하는 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홈 경기, 원정경기가 따로 있는 축구, 야구 등에서 ‘홈 버프’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당구처럼 극도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공을 조준해야하는 정적인 스포츠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다. 

이 날 유튜브 중계 댓글에서는 “응원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응원이 아니라 악을 쓰는 것 같아 듣기싫다”며 불편을 토로하는 팬들의 의견이 줄지어 올라왔다. 반면 “선수가 샷을 치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응원이 가능하다”, “프로스포츠다운 응원문화라 지루하지 않다”는 일부 의견도 제기됐다.  

스롱 역시 이 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응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시끄럽다고는 하지만 전혀 예민하지 않다.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좋은 샷을 보여주면 환호가 나를 일으킨다. 집중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더 크게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전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김예은(웰컴저축은행) 역시 PBA로 전향한 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 중 하나로 관중의 응원과 환호성을 꼽기도 했다. 

응원석에 '아이언맨' 마스크를 쓴 관중이 앉아있다, SBS 중계화면 
응원석에 ‘아이언맨’ 마스크를 쓴 관중이 앉아있다, SBS 중계화면 

프로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는 색다른 응원문화를 감상하는 것이다. 배구, 야구, 축구는 독특한 응원문구를 들고오거나 코스튬플레이를 하고 온 관중을 전광판에 클로즈업하며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기도 한다.

PBA 역시 같은 방식으로 눈에 띄는 관중을 클로즈업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블루원리조트 응원석의 ‘아이언맨’이나 팀원, 친한 선수를 응원하러 온 프로선수들이 가장 많이 잡히고 있지만 또 어떤 독특한 ‘프로 응원러’가 대항마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해당 응원방식이 타 관중들의 관람 혹은 선수의 경기력에 직접 지장을 미친다면 응원에 대한 일부 제한이나 규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지난 시즌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는 스롱의 오구파울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스롱이 잘못된 공을 치려던 순간 응원석에서 해당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정적인 무대이기에 관중의 목소리가 매우 뚜렷하게 들려 벌어진 일이다. 열정적인 응원도 좋지만 현재 뚜렷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 분명 큰 문제가 된다.  

한편,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 PBA 준결승전은 10일 오후 1시 비롤 위마즈-루피 체넷, 오후 4시 프레드릭 쿠드롱-마민캄의 경기로 이어진다. PBA 결승전은 오후 10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