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조작 사건으로 과학계에서 자취를 감춘 황우석 박사의 근황이 공개됐다.

복제 젖소 영롱이를 만들어 내면서 한때 명성을 날렸던 황 박사는 중동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었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으로 과학계에서 퇴출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겸 수의학자 / 뉴스1

황 박사가 중동에 정착해 동물 복제 연구를 수행하며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에 따르면 황 박사는 UAE(아랍에미리트) 바이오테크 연구센터를 오가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 공식 포스터 / 이하 넷플릭스코리아

그를 이곳으로 부른 사람은 다름 아닌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UAE 부총리였다고 한다.

2016년 UAE 공주인 라티파 알 막툼 푸자이라 지역 왕세자빈의 죽은 반려견을 복제해 준 황 박사는 이를 계기로 중동과 연이 닿아 지난해 10월 아부다비 생명공학연구원을 설립했고, 만수르 부총리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동 왕가의 요청으로 낙타(마브루칸 품종) 11마리를 복제하는 데도 성공, 그 대가로 260억 원을 받기도 했다.

동물 복제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는 아부다비는 황 박사를 지원해 낙타뿐 아니라 반려견 복제 사업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에서 동물 복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황우석 박사.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 속 이미지

해당 다큐멘터리를 통해 오랜만에 얼굴을 보인 황 박사는 만수르를 ‘보스(BOSS·상관)’라고 부르며 그의 도움을 받고 중동에 정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에게 붙는) 여러 수식어가 있을 것이다. 한때는 서울대학교 명강의 교수로 불렸지만, 어느 때부터 소위 ‘부끄러운 사람’ 취급을 받았다”며 “이 나라(중동)에서는 (내게) 모든 것을 흠뻑 서포트(지원)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논란은) 한국 과학계, 세계 과학계에 하나의 교훈과 이정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압박이 있었다고 핑계를 댄다면 그건 비겁한 것이다. 과욕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지, 누구 핑계를 댈 수는 없다”며 과거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그동안 중동에서 150만 마리가 넘는 낙타를 복제하고, 이외 다른 동물 1000여 마리를 복제했다는 황 박사는 동물 복제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의 창조 질서를 거역하는 행위, 그 역할을 하려는 몸짓이라며 복제(클로닝) 기술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클로닝은 그런 기술이 아니다. (복제 기술로 태어난) 동물을 보면 과학 기술의 위대함과 자부심, 과학 기술이 인류에게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경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다시 태어나 인생을 선택할 기회가 (새롭게) 주어진다면 저는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했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복제 젖소 영롱이를 만들어 낸 황우석 박사 / 연합뉴스

수의학자 겸 서울대 수의대 교수였던 황 박사는 1990년대 후반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복제 젖소 영롱이를 만들어 내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 2004년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지에 이 내용이 실리면서 세계인이 주목하는 과학자로 떠올랐다. 이 배아줄기세포 개발로 난치병을 고칠 수 있을 거란 세계인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MBC ‘PD수첩’의 폭로로 황 박사가 해당 연구 과정에서 비윤리적으로 난자를 채취하고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해 논문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대한민국 과학계에 불명예를 안긴 황 박사는 이 일로 사기·연구비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됐고, 사실상 과학계에서 퇴출당하면서 국내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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