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누리꾼이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시계의 수리를 의뢰했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A씨가 공개한 수리 받기 전 시계의 모습 / 이하 뽐뿌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는 ‘롤렉스 역삼 공식 CS 센터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이날 해당 게시글 작성자 A씨는 “최근 롤렉스 역삼 공식 CS센터에서 꽤 황당하고 심각한 일이 있어서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시계 포럼 여러분들의 의중을 여쭙고자 글을 올리게 되었다”고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먼저 저에겐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오래된 빈티지 롤렉스 시계가 있다”며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조부께서 대학생이던 시기에 구매하신 시계이기도 하고 시리얼번호를 통해 유추해보았을 때 1952년에서 1962년 사이에 만들어진 시계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빈티지 롤렉스 시계의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공개된 시계는 오랜 세월이 지난 물건임에도 잘 관리된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그는 “처음 시계를 받았을 당시에 이미 오래전 멈춘 상태로 받았었고 할아버지께서도 90년대에 시계가 멈춘 이후 차고 다니시지 않으시다가 물려주신 거라 제가 사용을 하기 위해선 시계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이런 시계를 다루게 된 게 처음이라 어디서 수리할 지 한참 고민하다가 그래도 오래된 빈티지 시계인 만큼 제대로 수리하기 위해 올해 4월 역삼 롤렉스 코리아 CS센터를 방문하였다”고 알렸다.

역삼CS센터에서 분해한 모습

다만 A씨는 “처음 롤렉스 담당자께서 시계를 보시더니 시계가 이미 나온 지 오래된 모델이라 내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빈티지 모델의 수리 과정에서 부품 교체가 필요한 경우 부품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아예 스위스로 보내서 수리를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다만 자세한 건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엔지니어가 시계 뒷 판을 열고 시계 상태를 체크했다는 그는 “롤렉스 상담직원에게 견적 비용을 전해 들은 결과 관리가 잘 되어 특별히 주요한 부품 교체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고 100만 원 상당의 오버홀을 통해서도 수리 진행이 가능하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약 2주 뒤, CS센터에서 예상 외의 일로 다시 저에게 전화를 주셨다. 내용인 즉, 처음에 진품으로 판정되던 문자판이 수리 과정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품으로 판정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시계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재고가 없는 기존 문자판이 아닌 100만 원 상당의 추가금을 지불하고 현행 오이스터 문자판과 핸즈로 교체해야 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며 “또 기존 문자판은 정책상 교체 시 돌려받을 수 없다고 하셨다”고 토로했다.

또 “사실 저는 문자판을 바꾸는 추가금이나 이런 문제들보다도 제가 물려받은 할아버지의 시계의 원형을 보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까웠다. 해당 시계는 오래된 연식만큼 그 문자판의 고유한 모습이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시계인데 이를 그냥 요즘 나오는 일반 다이얼로 교체할 경우 그것을 잃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교체를 마음먹기 전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찾아뵈어 시계에 대해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여쭤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스위스로부터 받은 답신

그 결과 “진가품 여부를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롤렉스 직원분도 가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그 근거가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롤렉스 스위스 본사에 시계의 진가품 여부에 대한 메일을 보내게 되었다”며 “답신의 결과 스위스에서의 판단으로는 시계의 문자판의 형상(미리 제가 찍어둔 사진 등을 메일에 보내드렸습니다)만으로 봐서는 가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추가적인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후 그는 “이를 토대로 다시 한번 롤렉스 코리아 CS 센터에 롤렉스 스위스의 회신 내용을 전달드렸고 가품으로 판정된 기존의 문자판을 스위스 본사에 가져가도 동일하게 가품으로 판정될 것인지 다시 한번 정중히 여쭤보았다”며 다만 해당 내용을 들은 롤렉스 코리아 CS 측의 직원은 사뭇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제가 롤렉스 스위스랑 나눈 이야기에 대해 상세히 여쭤보셨고 내용을 다 들으시더니 다시 한번 진가품 여부를 판정해 드리겠다는 말과 함께 시간을 조금만 달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그 이후 롤렉스 CS 센터로부터 다시 걸려 온 전화로부터 저는 그 문자판이 가품이 아닌 진품이었으며, 롤렉스에서 만들어진 진품이 맞는 만큼 수리도 원래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다행히도 할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시계의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니 정말 잘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만약 제가 스위스에 메일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한국 CS센터 엔지니어의 잘못된 판단으로 100만 원 상당의 추가금을 지불하면서 시계 고유의 진품 다이얼을 버리고 시계에 맞지 않는 다른 문자판으로 불필요하게 교체했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황당했다”고 회상했다.

나아가 그는 “시계의 인도 예정일이 되어 다시 롤렉스 CS 센터를 찾아갔다”며 “근데 시계를 받고 살펴보니 앞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과정들이 이해가 가더라”고 말해 호기심을 자아냈다.

손상된 시계 문자판의 모습

A씨는 “시계의 문자판에 적혀있던 ‘ROYAL’의 문자에서 절반이 번져서 지워져 있었다. 이게 자세히 루페를 들고 봐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들고 있으니 육안으로도 너무 쉽게 글씨가 무너진 게 보이는 수준이라 바로 이 부분에 대해 담당 직원에게 여쭤보았다.

A씨의 질문에 담당 직원은 “아마 담당 엔지니어가 문자판을 만지지는 않으셨을 거라며 살펴보시다가 바로 시계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시더니 다시 나오시면서 ‘수리 과정에서 문자판의 글씨가 일부 지워진 것은 맞지만 롤렉스 코리아도 이 부분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씀하셨다”며 “근데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것이 문자판이 가품인지 진품인지 몰라 3주 이상 여러 차례 현미경으로까지 미세하게 살펴보셨다고 문자판 뒷면까지도 세부적으로 보셨다고 그러셨는데 어떻게 육안으로도 너무 쉽게 보이는 수리 과정에서의 손상 부분을 모르셨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쯤 되니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수리 과정에서 제가 알지 못하는 이유에 의해 다이얼의 문자가 훼손되었고 한국 CS에서 해당 부분은 수리도 어렵고 이를 교체할 문자판도 더 이상 구할 수 없으니 저한테 기존 문자판이 가품이라 이야기하고 그냥 100만 원의 추가 비용을 내고서 다른 문자판을 바꾸도록 저에게 종용한 것이라고 말이다”고 추측했다.

이어 “그런데 제가 이 부분에 대해 스위스 본사에도 진가품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을 맡길 것이라고 하니 결국 진품임을 시인하고 지금의 상황에 이르러 제가 그 결과를 알게 되었다는 합리적인 생각이 든다”며 “롤렉스 코리아가 수리 과정에서 이렇게 쉽게 식별 가능한 영구적인 손상을 시계를 고객에게 인도하면서까지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거대로 더 큰 문제”라고도 꼬집었다.

수리 직전 문자판과 수리 직후 문자판의 모습

그는 “정말 더 이상 롤렉스 CS에 대한 신뢰가 생기질 않았다. 그래도 이 상태로 그냥 갈 수가 없어서 문자 복원이 가능한 부분이냐고 물어보니 당장 한국에서는 어렵고 스위스에 보내거나 문의를 해봐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롤렉스 CS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이미 손상된 다이얼을 굳이 더 수리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그럼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 보상 가능하냐 물었더니 시계가 수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인정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해드리기는 어렵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결국 제가 이러한 경우 어떠한 보상이 가능할지 내부적으로 좀 더 검토해 달라는 말밖에는 못 한 채 롤렉스에서도 형식적으로 알겠다는 말과 함께 매장을 나오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밖에 나와서 한동안 생각을 해보는데 정말 속상하더라. 시계의 수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부분, 그것도 육안으로도 식별 가능한 큰 손상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보상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롤렉스 CS 센터의 일방적인 입장은 쉽게 수용하기 어려웠다”며 “분명 롤렉스는 여러 유수의 시계 브랜드 중에서도 소비자에게 쌓아온 정직함과 신뢰를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독보적인 회사이지만, 공식 롤렉스 코리아에게서 제가 받은 서비스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신뢰를 저버리는 등 너무나도 믿기 힘들 정도로 실망스러운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때 카페 회원 여러분들께서는 이런 경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겠냐?”며 “여러분들의 조언을 통해 앞으로의 향방을 결정하려고 한다..!”고 조언을 구했다.

또 그는 “혹시 몰라 롤렉스 CS 센터와 나눈 모든 대화 내용은 녹음 해두긴 했다”고 덧붙였다.

CS센터 수리 후 시계

해당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CS 센터의 만행에 분노를 참지 못했다.

한 누리꾼은 “CS 귀책이니 스위스로 보내서 원상태로 복원해오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멀쩡한 시계를 이 모양을 만든 것만 해도 화날 일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하시는 정황이 맞는 것 같아서 더 화가 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들은 빈티지 제품들도 원 상태로 정비해 줍니다. 가격이 많이 비싸서 안 하는 것일 뿐이죠. 롤렉스 홈페이지도 잘 뒤져보시면 해당 내용 있을지 모르겠네요”라고 조언했다.

다른 누리꾼은 “한번 가품 판정한 곳에서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요? 보통 제품 AS 시 파손의 우려가 있는 부분은 미리 고지 및 면책동의 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지, 그런 과정이 없었을 경우 보상 혹은 원복을 해 주는 것은 업체의 의무라고 생각됩니다. 스위스 본사에서 대응이 빨라 보이니, 위 전 과정을 스위스 본사에 보내고 피드백 먼저 받아 보시는 건 어떨까요? 롤렉스 코리아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보통 코리아라 하면 본사와는 별개의 법인으로 설립하여 허접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라고도 설명했다.

다른 누리꾼들 역시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요. 사기 치다 걸린 것 같은데…”, “자신들의 실수로 귀책 사유가 롤렉스에 있는 상황에서, 고객을 기망하여 추가로 요금을 받아내는 금전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했으면 이건 사기 아닌가요?”, “이슈가 되면 해결해 줄 거고, 이슈가 안 되면 블랙컨슈머 진상 취급할 겁니다”, “방송국에 신고하세요. 바로 취재 나올 거 같네요”, “동네 구멍가게도 아닌데 진짜 제가 다 속상하네요”, “제품 망가뜨리고 그걸 책임지기 싫어서 가품으로 속이고 소비자를 기만하려고 했네요. 브랜드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 먹네”, “전 세계 해외 토픽으로 올라갈 일. 실수로 지워 놓고 다이얼 교체해야 된다고 돈을 받네요. 이실직고하고 공짜로 해 줘도 모자랄 판인데”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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