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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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손님인 척 가장해 음식점에 가 나이트클럽처럼 운영되는 불법 현장을 촬영해 단속하면 위법일까. 전북 전주시에서 음악을 틀고 손님들이 춤을 추는 등 나이트클럽처럼 운영되는 음식점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특별사법경찰 A씨가 2020년 3월7일 새벽 사복 차림으로 현장을 찾아 촬영한 영상을 두고 벌어진 법정 다툼이다.

A씨는 당시 손님인 척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어 앉아 있다가 음악이 나오자 사람들이 춤을 추는 장면을 촬영하고 미리 작성한 현장확인서 초안에 음식점 직원의 서명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촬영한 영상을 주요 증거로 삼아 해당 음식점 업주 B씨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식품위생법 44조는 유흥시설을 제외한 식당에서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구는 접객행위를 금지한다.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정작 1·2심 재판부는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주요 증거로 쓰인 A씨의 촬영영상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였다.

식품위생법 22조 3항에 따라 공무원이 음식점 등 영업시설을 출입·검사하려면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 등이 기재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재판부는 A씨가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고 손님인 척 음식점 내부를 촬영한 것을 문제 삼았다. 형사소송법 308조의 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2심 재판부는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은 데다 강제수사에 해당하는 출입·촬영 행위를 하면서 사전이나 사후에 영장도 발부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13일 A씨가 적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며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 22조 3항에 따라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 등의 서류를 제시해야 하는 경우는 식품 또는 영업시설 등을 검사하거나, 장부 또는 서류를 열람하는 등 행정조사를 하려는 경우에 한정된다”며 “범죄 수사를 위해 음식점 등 영업소에 출입해 증거수집 등 수사를 하는 경우에는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가 영장 없이 범죄 현장을 촬영한 것이 위법한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범죄 혐의가 포착된 상태에서 증거를 보전하기 위해 공개된 장소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해 누구나 볼 수 있는 손님들의 춤추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며 “영장 없이 촬영했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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