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서,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서,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LG 염경엽 감독은 시작부터 대담했다. 그동안 LG에서는 ‘우승’이라는 단어를 애써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높은 곳’, ‘목표’ 같은 추상적인 표현으로 우승에 대한 압박감을 회피하려는 것 같았다. 염경엽 감독은 달랐다. 마무리 훈련 첫 날부터 “우승해야 한다”며 “2년 안에 뭔가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3년 임기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지 않고 곧바로 우승이라는 목표로 직진했다. 

2023년 LG의 목표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았다. LG는 2022년 87승 2무 55패(승률 0.613)로 구단 최다승 기록을 쓴 류지현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4위 키움 히어로즈에 덜미를 잡혀 한국시리즈 문턱을 밟지 못했다. 이 업셋 허용이 훈풍이 부는 듯했던 재계약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LG는 갑작스럽게 새 감독을 결정했다. 건강 문제로 한동안 현장을 떠나있던 염경엽 감독을 사령탑에 올렸다. 구단 내부에서도 선임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엇갈릴 만큼 급박하게 결정이 이뤄졌다. 이런 뒷배경 탓에 LG는 우승 아니면 실패라는 압박을 안고 새 시즌을 맞이했다.

▲ 염경엽 감독은 이 사진을 한동안 메신저 프로필에 넣었다.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은 이 사진을 한동안 메신저 프로필에 넣었다.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11월 “감독 제안을 받고 고민하지 않았다. (구단과 마찬가지로)나도 목표가 하나(우승)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인정해야 한다. 그 결과를 인정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쓰러지기까지 했다. LG의 목표도 우승이고, 내 목표도 우승이다”라고 얘기했다. 결과는 29년 만의 정규시즌 1위에 이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이었다. 우승 없는 우승청부사라는 별명도 이제는 웃어넘길 수 있게 됐다. LG는 내심 2년 연속 우승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에도 바쁜 연말을 보냈다. 각종 시상식과 방송 출연으로 일정이 꽉 차 가족 여행도 12월 중순에야 다녀왔다고. 내년 초까지 약속이 밀려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내년 구상은 다 끝났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먼저 올 시즌 아쉬웠던 점, 힘들었던 점들을 짚어보며 내년에는 우려를 줄이고자 한다.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이런 1위 팀이 어디있나.” 염경엽 감독은 2023년의 LG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 말 그대로 올해 LG는 야구계 속설, 1위 공식, 우승 공식을 모두 깨버린 독특한 팀이었다. 선발 로테이션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약점으로 꼽혔다. 마무리도 기복이 심했다. 그런데 결과는 2위와 6.5경기 차 압도적 정규시즌 1위, 그리고 한국시리즈 4승 1패 압승이었다. 강력하고 또 두꺼운 불펜, 그리고 다양성을 갖춘 타선의 힘이 컸다. 

염경엽 감독은 “올해는 3~5선발이 불안한 상태로 시작했다. 또 확실한 에이스가 없어서 페넌트레이스에서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무리 문제도 막판까지 고민거리였다. 

LG는 개막전 선발 케이시 켈리가 시즌 중반까지도 기대에 못 미치는 투구를 하면서 외국인 선수 교체를 고민해야 했다.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에 일단 교체를 미루고 켈리를 남겨뒀는데, 이 판단이 대박으로 이어졌다. 켈리는 9월 이후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하더니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도 11⅔이닝 동안 3실점 2자책점으로 활약했다. 이는 전반기 1선발을 맡았으나 부상 후 재활 문제로 일찍 전력에서 제외된 아담 플럿코의 공백을 만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 임찬규 ⓒ곽혜미 기자
▲ 임찬규 ⓒ곽혜미 기자

▲ 이정용 ⓒ곽혜미 기자
▲ 이정용 ⓒ곽혜미 기자

국내 선발진도 결국 예상 밖 선수들이 자리를 잡은 채 시즌이 끝났다. 이민호 김윤식 강효종으로 시즌을 맞이했는데 후반기에는 최원태 임찬규 이정용이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최원태는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임찬규 이정용은 캠프와 정규시즌의 보직이 달랐다.

고우석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어깨 부상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허리 근육통을 앓았다.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LG에 복귀한 뒤에는 정규시즌 실전 점검을 하지도 못하고 바로 한국시리즈 준비에 들어갔다. 1차전에서 패전을 안았고, 3차전에서는 3실점으로 무너졌으나 타선 도움으로 구원승을 챙겼다. 

염경엽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1위 팀에 에이스와 마무리가 없는 경우는 우리 밖에 없을 거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내년 시즌은 고우석이 안정적으로 마무리를 해줄 거고, 혹시 메이저리그에 가더라도 유영찬이(마무리를) 안정적으로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올해 불안했던 3~5선발 중에서 3선발과 4선발은 임찬규와 최원태로 자리를 잡고 시작할 거다. 5선발은 김윤식과 손주영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6명을 돌리려고 하는데, 5선발은 투수파트와 논의해서 컨디션 좋은 선수를 한 달 써보고 휴식을 주거나, 두 선수를 번갈아 열흘 로테이션으로 갈지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 김인석 대표 염경엽 감독 구광모 회장 차명석 단장 오지환 ⓒ곽혜미 기자
▲ 김인석 대표 염경엽 감독 구광모 회장 차명석 단장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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