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든 산초가 돌아왔다.
▲ 제이든 산초가 돌아왔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복귀전부터 심상치 않다.

제이든 산초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다시 그라운드를 누볐다. 약 4개월 만에 치른 실전이지만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도르트문트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다름슈타트 머크 슈타디온 암 뵐렌팔토어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다름슈타트를 3-0으로 크게 이겼다.

산초는 이날 후반 32분 교체 선수로 도르트문트 복귀전을 치렀다. 팀의 두 번째 골을 돕는 도움까지 기록하는 등 활약했다. 산초는 환하게 웃으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엔 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최근 5경기에서 1무 4패로 승리가 없던 도르트문트 산초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24년 첫 승리를 거두며 독일 분데스리가 5위에 올랐다.

산초가 화려하게 돌아왔다. 2021년 맨유로 이적하기 전까지 산초는 도르트문트에서 펄펄 날았다. 당시 도르트문트에서 같이 뛰던 엘링 홀란드와 유럽 최고의 재능으로 뽑혔다. 

137경기에서 무려 50골을 넣었다. 그야말로 독일 분데스리가를 지배했다. 유럽 최고의 윙어로 주가를 높이며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2021년 맨유는 이적료 7,300만 파운드(약 1210억 원) 도르트문트에 주고 산초를 영입했다. 산초의 기량과 성장 가능성에 베팅을 한 것이다.

문제는 맨유에 오고 성장세가 멈췄다는 점이다. 도르트문트에서 보여준 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도르트문트에서는 한 시즌에 20골까지 넣어봤던 특급 재능이었는데 지금은 동료들이 진절머리를 떨 정도로 추락했다. 장기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성장세가 멈춰 맨유 어깨에 상당한 부담을 안겼다.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은 몰락하는 산초를 그냥 지켜보지 않았다. 2022년 겨울 산초에게 가다듬을 시간을 줬다. 무려 4개월 동안 1군 팀 훈련에서 배제하고 마음 편히 몸을 만들 장소와 개인 코치까지 알아봐주며 산초를 살리려 했다.

산초 한 명 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 돌아와 곧잘 골을 넣어 효과를 보는 듯도 했다. 그런데 이내 다시 부진이 시작됐다. 자연스레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산초가 책임져야 할 오른쪽 윙어에 안토니가 붙박이로 시즌 초반에 나서면서 산초 입지는 더욱 코너로 몰렸다. 

▲ 표정부터 달라졌다.
▲ 표정부터 달라졌다.

그러다 산초가 신뢰를 완전히 잃는 사건을 벌였다. 시즌 초반 3경기 모두 교체로 짧게 뛰더니 아스날전에서 명단 제외되자 텐 하흐 감독을 겨냥했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가 제 기량을 찾을 만한 동기부여와 환경제공을 충분히 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산초가 부활하지 못하고 훈련에도 집중하지 않으니 명단 제외가 당연하다는 자세였다. 산초는 이를 반박하며 진실게임으로 끌고 갔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의 훈련 때 기량이 부족해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산초는 훈련은 문제 없었다며 텐 하흐 감독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텐 하흐 감독을 저격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삭제할 만큼 감정 싸움을 펼쳤다. 그러는 사이 맨유 선수단은 산초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ESPN’에 따르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라커룸은 산초의 행동에 질색하고 있다.  화살은 산초에게 향했다. 급기야 맨유 동료들이 산초의 행동에 진절머리를 냈다고 알려졌다. 레전드도 산초의 행동을 나무랐다. 맨유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통산 632경기에 출전했던 라이언 긱스는 텐 하흐 감독이 산초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해석하며 “잘 판단하라”고 충고했다. 긱스는 “경기에 출전하는 건 이제 산초에게 달려있다. 이럴 때 ‘그래, 한번 보여줄게, 내가 할 수 있는 거 보여준다’라고 반응할 수도 있고 뾰로통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마음가짐의 차이를 강조했다. 이어 “에릭 텐 하흐 감독은 마지막 주사위를 던진 셈이다. 공개적으로 지적한 이후 산초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는 것 같다”며 “내가 느끼기에는 산초를 살리려는 마지막 지푸라기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끝까지 산초는 텐 하흐 감독의 손을 잡지 않았다. 텐 하흐 감독도 산초를 무리해서 끌고가지 않으려고 했다. 전력외로 분류했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 처분을 생각하고 있다. 산초가 매물로 나오자 좋은 기억이 있는 도르트문트가 달려들었다. 워낙 몸값이 커 이적은 어려웠다. 도르트문트는 300만 파운드(약 50억 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주급이었다. 도르트문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산초의 주급 전액을 부담해주길 바랐다. 맨유는 거부했다. 

결국 도르트문트가 꺼낸 카드는 절반 부담이었다. 산초의 주급 33만 7,000유로(약 4억 8,635만 원) 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1만 6,000유로(약 1억 6,740만 원)를 보조하기로 결정했다. 도르트문트 입장에서는 주급 절반만 주고 산초를 6개월 동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맨유는 그렇게까지 해야 산초를 처분하는 골칫거리를 품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이적이 성사됐다.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는 지난 11일 “산초에 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도르트문트의 임대 계약이 끝났다”며 “산초가 도르트문트로 돌아간다. here wo go!”라고 알렸다. here we go는 로마노 기자가 확정적인 소식에 붙이는 문구다. 또 이번 계약엔 완전 이적 옵션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로마노 기자는 덧붙였다. 산초 활약 여부에 따라 임대료는 달라질 전망이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300만 파운드의 임대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산초의 경기 수뿐만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 등에 따라 최대 340만 파운드까지 올라간다”라고 밝혔다.

▲ 교체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 교체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산초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복귀 소감을 밝혔다. “오늘 라커룸에 들어왔는 데 집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단 내부를 잘 알고 있고, 이곳 팬들과 가깝게 지냈다. 담당자들과 연락을 끊은 적도 없었다”라며 “팀 동료들을 다시 보고, 경기에 나서 얼굴에 미소를 띈 채 축구를 하면서, 골을 넣고 도움을 기록하며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리그로 향하도록 돕겠다”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산초 복귀를 이끈 제바스티안 켈 도르트문트 단장은 “산초는 차이를 만들 줄 아는 선수다. 그와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 도시와 우리 팬들, 우리 클럽을 알고 있다. 그가 최근 몇 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그는 빠르게 정착할 것이다. 그는 최고의 컨디션을 찾아 자신의 재능으로 우리의 시즌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독일 시절 산초는 리그를 넘어 전 세계 최고의 잠재력을 갖춘 스타였다. 잉글랜드 선수인 그는 도르트문트에서 성인 무대에 데뷔했다. 2017-18시즌 도르트문트 1군 데뷔에 성공한 산초는 한때 유럽 최고의 재능으로 불렸다. 뛰어난 드리블과 볼 키핑, 오프 더 볼 무브까지 여러 강점을 갖추고 있다. 윙어로서 그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다. 분데스리가 이달의 선수로 3차례, 시즌 베스트 11에 2차례 뽑히는 등 두각을 보였다. 

그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이 많았다. 그중 산초는 맨유를 선택했다. 2021-22시즌 맨유로 합류할 당시 이적료 7,300만 파운드가 발생했다. 산초에 대한 기대치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맨유 합류 이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첫 시즌 38경기 동안 5골, 이듬해 41경기서 7골을 넣었다. 공격수로서 그가 넣은 골은 총 12골에 그쳤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9골뿐이었다.

지난 시즌 특히 어려움이 많았다.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는 텐 하흐 감독 체제에서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에게 쏟아지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졌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휴식을 취하면서 스스로 돌볼 시간을 줬다. 무려 4개월 동안 1군 팀 훈련에서 배제하고 마음 편히 몸을 만들 장소와 개인 코치까지 알아봐주며 산초를 살리고자 했다.

▲ 제이든 산초.
▲ 제이든 산초.

이러한 배려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돌아와 골을 넣으며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침체됐다. 특히 산초가 책임져야 할 오른쪽 윙어에 안토니가 붙박이로 나서면서 산초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를 믿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차가운 현실이었다. 출전 여부를 두고 충돌하면서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사건은 지난해 9월에 일어났다. 당시 산초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가 뛰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훈련에서 그의 경기력을 보고 투입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에 산초가 반박했다. SNS를 통해 “나는 훈련을 잘 해냈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오랫동안 희생양이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감독을 두고 거짓말쟁이라고 낙인을 찍은 것이다.

이 발언 이후 텐 하흐 감독은 화가 났다는 후문. 산초와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같이 훈련하지 못하고, 1군 훈련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데일리 메일’은 “산초는 텐 하흐 감독을 공개적으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꼴이 됐다. 그는 1군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혼자서 아카데미에서 훈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가 사과한다면 맨유 선수단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동료들도 산초에게 사과하라고 조언까지 했다는 후문. 하지만 산초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면서 팀과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단체 채팅방까지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산초는 맨유 선수단과 다시 뭉치지 못하고 있다”라며 “텐 하흐 감독과 그의 스태프들이 선수들에게 주요 정보를 보내기 위해 사용하는 단톡방에 산초가 제외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초의 과거까지 언급됐다. 이전부터 태도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도르트문트 시절 산초는 팀 훈련에 지각하는 경우가 잦았다. 잠을 잘 자지 못했다고 한다. 바로 게임을 오래 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시 린가드는 “나와 산초, 마커스 래시포드, 폴 포그바 등은 매일 규칙적으로 게임을 한다. 우리가 하는 게임은 ‘콜 오브 듀티’다”라고 말했다. 맨유 시절에도 자주 훈련에 지각했다. 최근 몇 년간 맨유에서 가장 지각을 많이 한 선수는 산초와 폴 포그바였다고 한다. 네마냐 마티치가 내부 징계위원회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벌금을 내도록 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시즌 동안 벌금을 75,000파운드를 모았음에도 바뀌는 건 없었다. ‘ESPN’은 “맨유 라커룸은 산초의 행동에 질색하고 있다. 맨유 동료들이 산초의 행동에 진절머리를 냈다”고 설명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산초와 에릭 텐 하흐 감독.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산초와 에릭 텐 하흐 감독.

결국 사과도 하지 않고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산초는 맨유를 떠나고자 했다. 텐 하흐 감독도 산초를 투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적 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99.9%, 그가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 그는 1월에 떠날 것이다. 그가 이적할 모든 옵션을 찾아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산초의 선택은 친정팀 복귀였다. 등 번호 10번을 달게 됐다. 그는 도르트문트에서 활약을 통해 잉글랜드 대표팀 승선을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오는 6월 독일에서 유로2024가 열린다. 도르트문트는 산초를 통해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재정적인 부담도 적다. 산초의 주급 33만 7,000유로(약 4억 8,635만 원) 중 맨유가 11만 6,000유로(약 1억 6,740만 원)를 보조하기로 결정했다. 도르트문트 입장에서는 주급 절반만 주고 산초를 6개월 동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맨유는 주급을 보조하면서까지 골칫거리인 산초를 떠나보내고 싶었다.

▲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산초.
▲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산초.

에딘 테르지치 도르트문트 감독은 산초와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임대 이적이 확정되기 전에 이미 산초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나는 어시스턴트 코치 때부터 헤드 코치인 지금까지 산초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연락했다. 처음에는 ‘산초, 원하는 게 있어?’ 등을 물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 필요한 것, 그가 우리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을 말했다. 우리는 그가 다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으면 한다. 만약 산초가 준비가 됐다면 그에게 기회를 줄 준비가 됐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텐 하흐 감독도 산초의 건투를 빌었다. 산초 이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산초가 잘 지내길 바란다. 행운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끝이다. 잘 지내고 성공하길 바라겠다”고 답했다.

▲ 산초.
▲ 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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