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아시안컵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첫 경기부터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FIFA 랭킹 56위 17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네셔널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카타르 아시안컵 F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74위 오만을 2-1로 꺾었다.

선제골을 허용하고 후반 중반 이후까지 0-1로 끌려가다가 후반 78분 동점골에 이어 후반 추가 시간 역전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승점 3점으로 태국에 득실 차에서 밀린 F조 2위로 조별리그를 시작하게 됐다. 앞서 태국은 키르기스스탄을 2-0으로 이겨 승점 3점과 함께 득실 차를 2로 만들었다.

FIFA 랭킹에서 차이가 있듯이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만에 전력상 우위로 평가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럽 축구에서 굵직한 경력을 남겼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선임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사우디아라바이가 만치니 감독에게 지급하는 연봉은 2200만 달러로 이번 대회 출전하는 24개국 감독 중 가장 많다. 2위인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은 220만 달러로 만치니 감독의 10분의 1 수준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국 리그에 유럽 축구 스타들을 쓸어담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시작으로 카림 벤제마, 은골로 캉테, 호베르투 피르미누, 후벵 네베스 등 유럽 축구계에서도 스타로 꼽혔던 선수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 몸담고 있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26명 모두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경쟁력이 올라갔다.

축구 통계업체 옵타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이번 대회 우승팀 전방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할 확률을 10.6%로 평가했다. 일본이 24.6%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가운데 2위 한국이 받은 14.3%와 불과 4% 차이도 나지 않는 수치다. 이란이 11.2%, 호주가 10.7%로 뒤를 잇는다.

흥미로운 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그간 오만에 고전했다는 사실이다. 역대 7차례 맞붙어 상대 전적이 3승 2무 2패로 호각세다.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해 1월 걸프컵 경기에선 오만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이를 반영하듯 언더독으로 평가받았던 오만이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14분 얻어낸 프리킥을 살라 알-야흐야이가 성공시켜 1-0을 만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주도권을 잡고 오만을 흔들었지만 오만 골키퍼 이브라힘 살레 알무카이니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39분 사우디아라비아가 시도한 슈팅을 발끝으로 걷어 내더니 전반 추가 시간 문전에서 날아온 슈팅 마저 몸을 날려 막아 내며 한 골 차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알무카이니 골키퍼의 선방쇼를 끝내 뚫어 냈다. 알 나스르에서 호날두와 함께 뛰고 있는 압둘라흐만 가리브가 해결사였다. 후반 78분 단독 드리블에 이은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화려한 발재간으로 페널티박스 안에서 오만 수비수 6~7명을 따돌리고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사우디아라비아는 승점 3점을 위해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그 결실은 8분이 주어진 후반 추가 시간에 맺었다. 코너킥에서 올라온 공을 베테랑 수비수 알리 알 불라이히가 머리에 맞혀 역전골로 연결했다. 승점 1점을 승점 3점으로 만드는 한 방이었다.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지만 반자동 오프사이드(SAOT)에 따라 골이 인정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84년과 1988년 그리고 1996년까지 세 차례 아시안컵 정상에 섰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엔 힘을 쓰지 못했다. 2000년 대회와 2007년 대회 준우승이 최고 성적. 2011년과 2015년 대회에선 모두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고 2019년 대회에선 16강에서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7년 아시안컵을 개최하는 곳이기도 하다. AFC는 지난해 3월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33차 총회에서 “2027년에 열리는 아시안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최종적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인도,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이 유치 계획을 밝혔으나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렸다.

같은 F조 태국은 앞서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수파차이 차이디를 앞세워 키르기스스탄을 2-0으로 꺾었다. 이로써 태국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동남아시아 팀 중 가장 먼저 승리를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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