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골을 넣어 일본을 격침시킨 이라크 공격수 후세인. ⓒ연합뉴스/AP
▲ 두 골을 넣어 일본을 격침시킨 이라크 공격수 후세인.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아시안컵 우승 후보 1순위 일본이 FIFA 랭킹 63위 이라크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19일 카타르 도하 에드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 이라크와 경기에서 아이만 후세인에게 두 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14일 베트남을 4-2로 꺾고 조별리그 첫 승을 거뒀던 일본은 이날 경기에서 이겼다면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이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도하의 비극’을 떠올렸다. 1993년 10월 28일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후반 추가 시간 동점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2-2로 비기고 월드컵 출전을 놓쳤다. 당시 일본이 놓친 출전권은 한국으로 향했다. 일본은 이를 ‘도하의 비극’으로 불렀다. 공교롭게도 당시 일본 국가대표팀 선수로 뛰었던 모리야스 하지메가 현재 일본 대표팀 감독이다.

일본이 A매치 12경기 만에 당한 패배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이 포함된 조를 뚫고 16강에 오른 돌풍을 일으킨 일본은 대회 이후 국제 무대에서 더욱 승승장구했다. 대회 이후 첫 A매치 두 경기에선 우루과이와 1-1로 비기고 콜롬비아에 1-2로 졌는데, 이후 11경기를 내리 승리로 장식했다. 11연승엔 독일전 4-1 승리, 튀르키예전 4-2 승리, 캐나다전 4-1 승리 등 강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 14일 베트남을 4-2로 꺾고 11연승을 완성했다. 튀르키예전이 끝나고 튀르키예 감독 스테판 쿤츠는 “우린 일본과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며 “일본을 우리보다 축구를 잘했다. 그리고 일본의 체력 수준은 놀랍다”고 치켜세웠다.

경기력도 압도적이었다. 11연승하는 동안 46골을 넣으면서 단 8점만 내줬다. FIFA 랭킹은 17위까지 올라갔다.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이유다. 

일본은 이날 공격 핵심인 쿠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를 선발로 내세웠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채 대표팀에 합류했던 일본은 지난 베트남과 1차전엔 교체로 나섰다.

쿠보가 복귀하면서 일본의 칼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다쿠마 아사노가 최전방에 섰고, 지난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다쿠미 미나미노가 이토 준야, 쿠보와 함께 2선을 꾸렸다.

중원은 리버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엔도 와타루와 스포르팅 리스본 소속 모리타 히데마사가 지켰다. 수비 진영은 베트남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이토 히로키, 이타쿠라 고, 다니구치 쇼고, 스기와라 유키나리가 포백을 구성했다. 골키퍼는 스즈키 시온.

최근 팀 훈련에 복귀한 미토마 카오루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않아 명단에서 빠졌다.

일본은 베트남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 16분과 33분 연이어 실점했다. 당시 문제로 지적받았던 안이한 수비는 이날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전반 4분 만에 일본이 또 선제골을 빼앗겼다. 이라크가 중원을 넘거 거침없이 전진했다. 우물쭈물하는 일본 수비진을 상대로 순식간에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에 성공했다. 페널티박스에서 올린 크로스를 스즈키 골키퍼가 손으로 막아 냈으나, 달려들던 후세인이 머리에 맞혀 공을 골문 안으로 보냈다. 3분여에 걸친 VAR 판독 끝에 득점이 인정됐다.

전력 우위에 있은 일본의 점유율은 70%를 오갔다. 그러나 이라크가 거친 수비로 일본의 공세를 계속해서 멈춰세웠다. 여러 차례 얻은 프리킥도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라크의 역습이 위협적이었다. 역습으로 만들어진 코너킥이 일본을 다시 위협했다. 이번에도 일본 골키퍼 스즈키가 공중볼을 한 차례 놓치는 바람에 실점 위기로 이어질 뻔했다.

내내 일본을 위협하던 이라크는 끝내 전반전이 끝나기 전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도 왼쪽이 뚫렸다. 왼쪽 측면에서 올리온 크로스가 다시 후세인의 머리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두 골을 허용한 일본은 마음이 급해졌고 그러면서 다시 이라크가 기회를 잡았다. 후반 8분 만에 이라크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일본의 압박을 뚫어내고 순식간에 중원을 장악했다. 중원에서 뿌린 스루패스가 단번에 일본 페널티박스 안으로 연결됐다. 일본 골키퍼 스즈키가 이번엔 빠른 판단력으로 공을 먼저 걷어 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일본이 반격했고 2분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왼쪽 측면을 뚫어낸 뒤 문전 앞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뿌렸다. 아사노가 공을 향해 달려드는 과정에서 수비와 함께 넘어졌고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하지만 일본의 페널티킥은 이내 사라졌다. VAR에서 수비와 접촉이 없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페널티킥 판정이 취소됐다.

일본은 추격을 위해 공세를 올렸지만 이라크가 수비를 단단히 굳혀 일본의 공격을 묶었다.

기다리던 일본의 득점은 8분이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에 나왔다. 주장 엔도가 해결사였다. 코너킥에서 띄운 공을 엔도가 헤딩슛으로 연결해 이라크 골망을 갈랐다.

1골 차로 따라붙은 일본은 남은 시간 맹공을 펼쳤다. 하지만 끝내 동점엔 실패한 채 경기가 마무리됐다.

일본은 이날 경기 패배로 D조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이라크가 일본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쌓아 D조 1위로 올라섰다.

일본의 이날 예상 밖 패배로 토너먼트 대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D조 1위는 16강에서 한국이 속해 있는 E조 2위와, D조 1위는 16강에서 E조 1위과 경기한다. 전력상 일본과 한국이 나란히 D조와 E조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일본과 한국은 결승전에서야 만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일본이 E조 2위로 밀려나면서 한국과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생겼다. 일본이 마지막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를 잡더라도 이라크가 베트남과 비기기만 하더라도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한국이 E조 1위가 유력한 상황이기 때문에 16강에서 한일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대회 전 축구 통계업체 옵타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산출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확률에서 일본은 24.6%로 가장 높은 확률을 받았다. 한국은 14.3%로 2위. 일본보다 10% 넘게 확률이 떨어진다. 이란이 11.2%로 3위, 호주가 10.7%로 4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가 10.6%로 뒤를 잇는다.

옵타는 “우리 예측 모델에 따르면 일본이 토너먼트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다”며 “엔도 와타루가 주장을 맡은 일본은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이 포함된 조에서 1위에 오르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뒤 이번 대회에 나섰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아시안컵에서 9차례 출전 중 5회 결승 진출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갖고 있다”며 “FIFA 랭킹 17위로 AFC에서 가장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고 조명했다.

계속해서 “일본은 D조에서 (토너먼트에) 진출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16강 진출 확률이 92.7%에 이른다. 또 준결승 진출 확률은 52.8%다. 일본 다음으로 준결승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팀은 한국인데 39.9%로 일본보다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손흥민과 김민재와 같이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은 선수는 다소 부족하지만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물론 대표팀 대부분이 유럽에서 한 자리를 맡고 있어 전체적인 전력은 한국보다 낫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 윙어로 떠오른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튼 호브 알비온)와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쿠보 다케후사가 공격을 이끌고 이번 시즌 리버풀 주전 미드필더를 꿰찬 엔도 카오루가 중원을 맡는다. 또 월드컵을 지휘했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재신임하면서 조직력도 더욱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옵타는 한국에 대해서 “마지막 우승 이후 네 차례 결승에 진출했는데 최근엔 2015년 대회에서 연장 끝에 호주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와 파리생제르맹 스타 이강인을 포함한 재능 있는 스쿼드를 자랑한다. 유능한 프리미어리그 공격수 두 명도 그들의 옵션 중 하나다. 토트넘의 손흥민과 울버햄턴 원더러스 황희찬은 이미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2골을 넣었다”며 “인상적인 라인업으로 한국은 지금이 그들이 우승할 시기라고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일본의 마지막 평가전 상대였던 요르단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바레인과 E조에서 경쟁한다. 옵타는 한국이 E조 1위에 오를 확률을 67.3%로, 16강에 진출할 확률은 62.2%로 책정했다. 나아가 준결승 진출 확률은 39.9%, 결승전 진출 확률은 24.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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