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KIA 타이거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승패를 떠나, 왜 리드오프에 최적화된 선수인지 행동으로 보여줬다.

KIA 타이거즈 수비왕 박찬호(29)은 사실 주루센스가 상당히 좋은 선수다. 운동능력만 따지면 김도영(21)을 따라가긴 어렵다. 김도영은 폭발적인 스피드 그 자체로 누상을 헤집는다. 반면 박찬호는 최상급의 스피드에 수비수들과 배터리를 따돌리는 센스가 돋보인다. 슬라이딩 기술도 좋다.

박찬호의 주루 센스/티빙 캡쳐

21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이범호 감독이 왜 박찬호를 주전 리드오프로 쓰는지 잘 드러났다. 1회초 시작과 함께 찰리 반즈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중전안타를 날렸다. 후속 김선빈 타석, 볼카운트 1B2S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무사 2루 찬스. 김선빈이 풀카운트서 7구 하이패스트볼에 방망이를 의도적으로 냈다. 자동 런&히트이었다. 박찬호는 일찌감치 3루로 스타트를 끊었고, 국내에서 밀어치기 능력이 가장 좋은 김선빈이 의도적으로 1루로 타구를 보냈다. 타구 방향이 절묘했다. 롯데 1루수 나승엽이 베이스에서 나와서 수습해야 하는 타구였다.

나승엽이 타구를 잡고 약간 속도를 죽여 1루 태그를 하러 갔다. 반즈가 1루 커버를 왔지만, 사실 3-1 플레이를 할 정도의 타구는 아니었다. 박찬호는 그런 상황을 역이용했다. 3루 스타트 자체가 빨랐고, 나승엽이 타구를 잡고 살짝 방심하는 사이 가속도를 줄이지 않고 3루를 찍고 홈까지 내달려 그대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날 KIA의 득점은 그게 전부였다. 이후 반즈의 역투에 밀려 1-6으로 역전패했다. 그러나 박찬호의 그 주루는 마치 롯데 고영민 주루코치의 현역 시절 ‘변태 주루’를 보는 듯했다. 박찬호의 그런 센스 넘치는, 기발한 주루는 사실 고영민 코치가 역대 1인자다.

고영민 코치는 현역 시절 도루도 도루지만, 경기흐름과 상대의 대처에 따라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능력이 탁월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면서 경기흐름 자체를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후반 두산 베어스 육상부의 자존심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고영민 코치가 1루 덕아웃에서 박찬호의 변태주루를 목격했을 것이다. 고영민 코치가 올 시즌 롯데 주루를 지도하기 때문이다. 그런 플레이를 하라고 가르쳐도, 막상 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박찬호도, 1년에 1~2차례 써먹기 위해 준비한 플레이였을 것이다.

박찬호/KIA 타이거즈

리드오프가 그런 플레이를 해버리면, 팀의 사기는 오르고 상대의 사기는 떨어지는 법. 그러나 야구에 100%란 없다. KIA는 이후 반즈에게 막혀 1-6으로 졌다. 그래도 박찬호는 올 시즌 39경기서 158타수 47안타 타율 0.297 12타점 21득점 9도루 OPS 0.681 득점권타율 0.341로 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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