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1만5000원 시대 열려…서민부담↑
백화점‧편의점, 앞다퉈 와인 할인 경쟁
서울 용산구 이마트 와인 매장에서 와인을 고르는 소비자들.ⓒ뉴시스
유통업계가 연말을 앞두고 대규모 와인 할인에 돌입했다. 연말은 크리스마스부터 송년회 등 모임 자리가 많은 만큼, 소비자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이 같은 배경에는 높아진 소맥(소주+맥주)값에 아예 고급 술로 돌아선 소비자를 잡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오는 9일부터 소주와 맥주 가격이 인상된다. 정부 권유로 상반기 가격 인상을 유보했지만 제조비 상승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주류를 취급하는 음식점 주류가격도 잇따라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주시장 점유율 1위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맥주 출고가를 각각 6.95%, 6.8% 올린다. 소주는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360㎖, 1.8ℓ 미만 페트병류, 맥주는 테라·켈리 등이 인상 대상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1년 전보다 10.6%, 병 가격은 21.6% 오르는 등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제조경비 등이 전방위적으로 급등했다”면서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오비맥주도 지난달 11일부터 카스·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처음처럼과 새로, 클라우드 등을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는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원가 상승 요인이 커 조만간 백기를 들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소주와 맥주의 공장 출고가가 70~80원가량 인상됨에 따라 식당과 주점 등에서도 연쇄적으로 술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경우 소주와 맥주를 1병씩 섞어 마시면 1만5000원, 소주 1병에 맥주 2병을 섞으면 2만원이 넘게 드는 식당이 늘어날 전망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외식비 자체가 급등한 와중에 술 가격까지 오르니, 밖에서 소맥(소주+맥주) 한 잔 마시기 겁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통상 주류 출고가가 100원 미만으로 오르더라도 음식점에서는 인건비, 식자재 가격 인상분 등을 더해 판매 가격을 1000원씩 올린다.
편의점 CU에 와인이 진열돼 있다. ⓒBGF리테일.
소맥 1만5000원 시대가 열리자, 와인 업계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소맥과 와인은 타깃층이 아예 다른 주종이지만, 연말 분위기를 내는 술로 일부 수요층을 뺏어 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꺾인 분위기를 일부 살릴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부 깔렸다.
업계에 따르면 와인은 연말에 판매량이 대폭 증가한다. 취하려고 마시는 게 아닌 분위기와 술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와인이 타 주류 대비 주목받는 배경으로 꼽힌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모임에서 소주, 맥주를 마시는 분위기에서 샴페인을 비롯해 와인을 마시는 분위기가 많이 자리 잡힌 추세”라며 “연말 선물로 와인을 선물하는 사례도 많아 편의점을 비롯한 마트, 백화점에서 연말 시즌에 와인 대량구매를 유도하는 판촉 행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11~12월 특히 12월에는 평달 대비 150~160% 정도 매출이 높게 나타난다”며 “통념상 저가라 하면 1만원 혹은 그 이하의 와인을 말하는데, 과거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초저가를 내세워 PB와인 판촉경쟁을 벌인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통업계는 와인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9일까지 ‘와인창고대전’을 열고 약 70만병, 150억원 규모의 와인을 최대 70% 할인한 가격으로 선보인다. 한해 소량만 생산되는 고품질의 희귀와인은 물론, 평점 높은 1만원 이하 인기 와인까지 다양하게 마련했다.
롯데는 유통사 통합프로모션인 ‘레드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마트와 주류전문매장 보틀벙커에서 2일부터 12일까지 인기 와인, 위스키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대표 상품으로 롯데 시그니처 와인,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 와인, 포트 와인 총 55종을 행사 카드 결제 시 20% 할인 판매한다.
편의점 4개사 역시 접근성과 가성비를 무기로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할인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CU는 아직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호주와인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서호주 프리미엄 와이너리 ‘아멜리아 파크’와 단독 제휴를 맺고 트렐리스 와인 2종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MD(상품기획자)가 선정한 가성비 와인 등을 할인판매 한다.
GS25는 전국 1000여 개 점포(주류 강화점)와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에서 온오프라인 통합 그랜드장터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샤또 뿌이게라우, 브라운브라더스 아티스트 레이블(단독), 군트럼 리슬링 등 희귀 인기 와인을 판매한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한 달 동안 총 30종의 화이트와인을 큐레이팅하고 할인 판매하는 ‘얼죽화(얼어죽어도 화이트와인)’ 시즌 3 행사를 진행한다. ‘얼죽화’ 행사는 지난 2021년 처음 시작해 매년 가을마다 겨울철 추천 와인을 엄선해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24 역시 와인 11종을 최대 50% 할인해 판매하는 ‘이달의 주류’ 행사를 진행한다. 국내에서 1500만병 이상 팔려 ‘국민와인’으로 통하는 몬테스 와인 시리즈 등이 대상이다. 가격대는 7900원부터 14만9000원까지 다양하다.
최근 편의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주요 판매처로 부상했다. 편의점이 품질 좋은 와인을 대량으로 구매함으로써 현지에서 팔리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서다.
와인 수입사 관계자는 “소맥 1만5000원 시대가 열린 만큼 올 연말 대중식당에서 판매되는 1만원대 와인의 판매가 지난해 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리도 11~12월 좋은 판매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여러가지 할인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레스토랑, 일반 외식업장 등에서 다양한 와인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고객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제 해외 관계자들이 방문하면 글라스 와인의 트렌드가 올 것을 점치고 있다. 또 기존의 3병, 5병이 아닌 1박스 단위 판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