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충돌해 온 법무부·검찰과 더불어민주당의 대립이 최근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날 선 공세와 의혹 제기에 법무부와 검찰이 적극적으로 맞대응하며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여러 차례 연출됐다.

13일 법조계는 이 같은 양측 간 갈등 국면이 이번 주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주 법무부·검찰을 향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도 높은 발언이 쏟아진 가운데 민주당을 겨냥한 검찰의 각종 수사는 핵심 인물들을 소환할 수 있는 단계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립이 점점 격해지는 건 내년 4월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가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 의사가 있는 국회의원들은 이미 표심 잡기에 돌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무부와 검찰을 표적으로 삼아 세를 확장하고 자신의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친정’이면서 민주당 의원들에겐 ‘공공의 적’이 된 검찰이나 보수층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한동훈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법무부를 때려 지지율을 높이려는 계산이 엿보인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의원들은 특히 격양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한동훈, 野 타깃이 된 법무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한 장관을 “건방진 놈”, “어린놈”이라고 불렀다. 이어 “어린놈이 국회에 와서 의원 300명이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들도 있는데 조롱, 능멸했다. 이런 놈을 그대로 둬야겠나. 물병을 머리에 던져 버리고 싶다”며 한 장관을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을 향한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비난은 늘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 수위가 한층 세졌다. 송 전 대표에 앞서 지난 8일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탄핵할 테면 하시라”고 발언한 한 장관에 대해 “소위 관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송 전 대표가 “고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 왔다”는 입장을 내 맞받아쳤다. 고 최고위원에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한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집중 포화는 그가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한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장관은 최근 다음 대통령선거에 나설 후보로 각종 여론조사에 등장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장래 정치 지도자’를 물은 결과에서 한 장관(13%)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2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4%)이나 홍준표 대구시장(4%)을 큰 격차로 누르고 여당 후보 중 1위를 차지한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한 장관이 대권 도전의 발판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장관이 여당의 차기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민주당이 그에 대한 견제를 더 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국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최근 예산심의권을 앞세워 한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무부의 마약 수사 관련 특활비 예산 2억7500만원 전부를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장관을 흔들기 위해 법무부의 ‘돈줄’까지 옥죈다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민주당은 “법무부가 침소봉대(별것 아닌 일을 큰일인 것처럼 부풀려서 말함)하고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직 검사 탄핵소추… “사실상 선전포고”

민주당은 검찰을 향한 공세의 고삐도 당기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검찰의 특수활동비 전횡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과 법무부가 사용내역을 엄정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오랜 기간 서로 날을 세워 온 민주당과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한 뒤 점차 갈등이 심화됐다. 최근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등으로 검찰이 수시로 국회 내 민주당 관련 장소들을 압수수색하면서 갈등이 더욱 첨예해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사실상 전면전 양상을 띠게 됐다. 검찰 내부에선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동완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가 지난 9월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가 가결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심리를 받는 가운데 지난 9일에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가 철회됐다. 손 차장검사는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고, 이재명 대표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 차장검사는 최근 위장전입, 처가 관련 타인 범죄기록 조회 등 의혹이 제기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앞으로의 검찰 수사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성남시 정자동 호텔 특혜’ 사건과 관련된 이 대표의 남은 의혹들을 계속 수사하는 한편,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대선개입 여론조작’ 등 민주당을 겨냥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돈봉투와 관련해선 송 전 대표와 임종석·허종식 의원, 여론조작과 관련해선 김병욱 의원 등의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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