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영 안 가는 유행 지난 명품을 리폼(수선)업체에 맡겨 새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려 했다면, 당장 그 마음을 접어야겠다.

명품 가방을 지갑으로 리폼한 사람이 벌금 1500만 원을 물게 됐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제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andersphoto-Shutterstock.com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국내 개인 사업자(리폼업자) A 씨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고 뉴스1이 13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3부(부장판사 박찬석)는 루이비통 상표가 표시된 가방 원단을 사용해 리폼 제품을 만든 A 씨에게 손해배상금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가방 / Jeramey Lende-Shutterstock.com

A 씨는 앞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고객 의뢰를 받아 명품 제품을 리폼하는 일을 했다. 고객이 제공한 헌 루이비통 가방 원단을 잘라내 크기와 형태, 용도가 다른 가방, 지갑 등으로 새롭게 제작해 줬고, 제작비로 개당 10만 원에서 70만 원 수준의 비용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루이비통 측은 A 씨가 자사 상표의 출처 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을 저해했다고 보고 상표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리폼업자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Cineberg-Shutterstock.com

루이비통 측은 소를 제기하며 “A 씨가 리폼을 통해 실질적으로 루이비통 상표를 부착한 가방, 지갑 등을 생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루이비통 품질관리 기준을 준수하지도 않았다”고도 했다. A 씨가 리폼 과정에서 위조품을 부품으로 사용, 상표 식별력과 브랜드 명성을 해쳤다는 것이다.

다만 A 씨는 루이비통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자신이 리폼한 제품은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상표법에서 ‘상품’은 상거래의 목적물로서 유통과정에 놓이는 교환가치를 지닌 유체물을 말하고 △양산성(같은 물품 반복 생산) △유통성(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교환·분배)을 전제로 한다.

A 씨는 본인이 리폼을 의뢰한 소비자에게 가방을 받아 작업 후 돌려주는 과정엔 이런 속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지 루이비통 가방을 리폼한 것일 뿐 상표를 사용한 것이 아니다”라며 “리폼 제품을 제3자에게 판매한 적도 없어 루이비통 상표의 식별력, 명성을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 주장과 달리 리폼 제품도 상표법상 ‘상품’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리폼 제품도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한다. 리폼 제품이 그 자체의 교환 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됐으므로, 상품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A 씨가 루이비통의 상표를 사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A 씨는 리폼을 통해 단순한 가공이나 수리의 범위를 넘어 상품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로 본래의 품질이나 형상에 변형을 가했다”며 “실질적으로 ‘생산 행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록 리폼 행위가 양산성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상표의 출처표시 기능은 보호돼야 한다”며 “가방 소유자(의뢰인)가 지니고 있는 리폼 제품을 본 제3자 등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선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낡거나 오래된 디자인 탓에 명품 가방·의류를 새로 고쳐 리폼해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기존에 있는 제품을 재활용함으로써 과소비를 줄이고 환경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명품의 경우 상표권 위반 여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상표권 위반은 △상품 등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이를 양도하거나 인도·제공·전시·판매·수출하는 등 ‘상표의 사용’을 했을 때 문제가 된다.

다만 본인이 산 명품 제품을 직접 수선해 본인만 사용하면 ‘상표권 권리 소지 이론’에 입각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적 해석도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