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13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에서 우승을 거뒀다. 장장 29년 만의 일이다. 구단을 물심양면을 밀어줬던 LG가(家)는 드디어 승리주와 고급 롤렉스 손목시계의 봉인을 뗄 수 있게 됐다.

LG가의 야구 사랑은 재계 안팎에서 이미 유명하다. LG는 럭키금성이던 시절인 1990년, 프로야구 원년 팀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를 창단했다.

고(故) 구본무 LG 선대회장이 LG 트윈스의 초대 구단주를 맡았으며, 당시 그는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자율경영을 구단 운영에 접목해 ‘깨끗한 야구, 이기는 야구’를 표방했다.

그의 노력이 힘을 발휘해 LG는 창단 첫해인 1990년, 1994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이후로도 구 회장은 매년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한 캠프까지 찾아가 선수단을 북돋웠다. 심지어 구단 내 2군 선수들의 이름, 출신 학교까지 외울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구 회장이 오키나와 캠프 후 구입한 아와모리 소주, 1998년 해외 출장 중 구입한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는 거의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구 회장은 소주에 대해선 “우승하면 이 소주로 축배를 들자”라고 했고, 롤렉스 시계도 “우승한 뒤 MVP 선수에게 지급하라”며 구단 금고에 뒀다. 그러나 이 소주와 시계가 구 회장의 생전 빛을 보는 일은 없었다.

특히 29년 가까이 숙성된 소주에 대해서는 LG 팬들 사이에서 “너무 시간이 오래 흘러 술이 다 증발했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LG 트윈스의 우승이 먼 과거 일이 된 시점에도 LG가는 야구를 향한 사랑을 버리지 않았다. 구 선대회장의 동생이자 구광모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2011년부터 6년4개월 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았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계열사 분리 전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LG 트윈스 2대 구단주를 맡았으며, 그 또한 LG 트윈스의 전지 훈련을 직접 지켜볼 만큼 야구 사랑이 대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LG가의 구단 사랑은 3대 구단주인 구광모 현 LG 회장에게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뤄낸 13일, 그는 유광점퍼를 입고 잠실구장을 찾아 감격스러운 순간을 구단과 함께했다.

한편, LG 트윈스의 우승으로 LG 계열사가 우승 축하 이벤트를 열지에 대해서도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전자, LG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는 여러 프로모션 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LG전자와 LG전자 온라인몰에선 추천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LG 트윈스 우승 시 멤버십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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