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는 LCC(저비용항공사)의 이미지는 한국과 가까운 나라에 갈 때 싸게 갈 수 있는 항공사다. 하지만 기존 LCC 이미지에서 벗어나 장거리 노선마저 값싸게 가겠다는 LCC가 나타났다.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여객기 B787-9 5대를 운용하며 인천국제공항을 기반으로 6개 노선에 취항했다. 현재 취항지는 일본 도쿄(나리타), 태국 방콕을 제외하면 미주·유럽 노선(뉴욕, LA, 프랑크푸르트, 호놀룰루)이 대부분이다.

미국과 유럽을 가장 값싸게 갈 수 있는 항공사로 떠오르고 있는 에어프레미아 뉴욕 노선 여객기를 지난달 직접 타봤다.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넓은 좌석 크기 등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에어프레미아 항공권 가격은 다른 국적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와 비교할 때 가장 쌌다. 지난달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해 14일(현지시간) 귀국하는 일정의 항공권 최종결제금액은 168만4500원(이코노미석·왕복 기준)이었다. 항공권 예약 사이트 ‘스카이스캐너’로 비교했을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권 가격은 모두 200만원을 넘었다. 최소 32만원을 적게 내고 뉴욕을 갈 수 있었다.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그렇다고 서비스가 부족하진 않았다. 미주노선의 경우 수하물을 23㎏(이코노미 좌석 기준)까지 무료로 맡길 수 있다. 좌석의 경우 그 이름처럼(이코노미 35) 좌석 앞뒤 간격이 35인치(약 88.9㎝)다. 전 세계 항공사 이코노미 좌석 중 가장 넓은 간격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실제로 뉴욕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14시간 50분이라는 시간 동안 다른 항공사 이코노미석에 앉았을 때보다 더 편안하게 다리를 뻗고 앉았다. 기내식의 경우 샐러드 등 에피타이저와 본식 1개가 함께 나온다. 장거리 노선인 만큼 이륙 직후와 착륙 2시간 전에 기내식이 각각 나왔다. 지난달 인천발 비행기에선 비빔밥과 닭고기를 곁들인 파스타를, 뉴욕발 비행기에선 매콤한 닭요리와 불고기를 제공했다. 맛은 특별하진 않지만, 불만을 느낄 수준도 아니다. 음료는 물과 커피만 무료로 제공하며 나머지 과자나 음료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즐길 거리는 다소 부족했다. 좌석 앞 12인치 터치스크린 화면 자체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콘텐츠는 한국 영화 11편, JTBC 일부 예능 약 5편이 전부였다.

이 회사 뉴욕 노선은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 도착한다. 다른 국적사들은 뉴욕 퀸스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FK)이다. 뉴어크 공항은 뉴욕 중심지인 맨해튼으로 가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JFK에서 맨해튼까지 택시를 탔을 때 보통 50분~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반면 뉴어크 공항에 도착한 오후 10시(현지시간)에 택시를 탔을 때 뉴어크에서 맨해튼까지 40분이 걸렸다. 다만 이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엔 유럽 등 각지에서 온 비행기도 많아 입국심사(약 1시간)가 오래 걸릴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이같은 장거리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향후 미주노선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일부 미주노선 대체자로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양사가 최종 합병된다면 미국으로 향하는 노선 운수권 일부를 다른 항공사에 내줘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DOJ)가 합병 이후 대한항공이 미주노선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시정조치안 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DOJ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미주노선 13개 중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호놀룰루 등 5개 노선에 대해 독점을 우려했다. 이 중 뉴욕과 LA 노선은 에어프레미아가 이미 운영하는 만큼, 다른 LCC에 비해 운수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뉴욕=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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