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대학 불균형 해소를 타파하기 위해 시작한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 본지정 대학 10곳을 선정했다. 각 대학들이 제출한 혁신안의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이 중점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탈락한 대학을 두고 국립대 중심으로만 선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13일 발표한 글로컬대학에는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대 ▲한림대 등 10곳이 선정됐다. 선정된 대학들은 캠퍼스 간 통합, 학과 장벽 폐지, 산업단지 구축 등의 자구책을 내놨다. 정부는 향후 5년간 대학당 최대 1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캠퍼스 통합으로 중점대학 조성= 우선 사업 취지에 맞게 캠퍼스 간 통합을 통해 특성화된 캠퍼스를 조성하는 안이 다수 담겼다.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의 사례다. 강원대·강릉원주대의 경우 캠퍼스 간 통합을 통해 ‘강원1도1국립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 대학으로 통합하되, 춘천·강릉·원주·삼척에 각 특성에 맞는 캠퍼스를 두는 방식이다. 부산대·부산교대도 대학 통합을 통해 ‘교육중점대학’ 구축에 나선다. 안동대·경북도립대의 경우도 국·공립대를 통합하고 경북 내 7개 교육·연구기관과 함께 ‘공공형 대학 혁신모델’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충북대·한국교통대도 청주·충주·증평/오창에 각각 산업 특성별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학과 간 장벽 폐지·무전공 입학 추진= 선정된 대학 중 대부분이 학사구조 개편을 통해 학과 간 장벽을 폐지하겠다는 안을 포함했다. 전공·학과 선택 없이 대학에 입학하거나 학부 단위로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강원대·강릉원주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등 6곳에서 이같은 안을 내놨다.

◆지자체와 협력해 산업단지 구축=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신산업지구) 모델을 만들겠다는 혁신안도 나왔다. 부산대·부산교대의 경우 교육대학을 넘어 지자체·지역 교육청·기업 등과 협력해 에듀테크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전북대는 대학-산업도시 트라이앵글을 조성해 2차전지, 농생명, 펫바이오 등 지역별 산업체를 일원화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포항공대도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창업 퍼시픽 밸리’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탈락한 5곳, 사립대는 혁신 못하나= 이날 발표에서 앞서 예비지정 대학에 선정됐던 ▲순천향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인제대 ▲전남대 ▲한동대 등 5곳은 본지정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측은 “그동안 우리가 통합이라는 것을 많이 했지만 물리적인 통합으로 끝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라며 “평가위원들이 통합에 대한 진정성을 보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가 기준에 ‘혁신의 현실 가능성’이 중점적으로 고려되면서 보다 쉽게 통합 추진이 가능한 국립대 위주로만 선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발된 대학 10곳 중 8곳이 국립대이며, 탈락한 대학 5곳 중 4곳이 사립대다.

실제 탈락된 대학들이 제출한 혁신안을 살펴봐도 선정된 대학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순천향대 역시 지자체와 연계해 충남 첨단도시를 구축하고 첨단특화산업 대학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학과 개편을 통해 전공간 장벽을 없애겠다는 안도 담겼다. 연세대 미래캠퍼스도 대학 내 보건의료-AI 산학융합지구를 조성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인제대도 김해시와 함께 도시대학 혁신모델을 구성하겠다는 안을, 전남대도 각 캠퍼스별 특성화에 나서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한동대 역시 포항시와 함께 신산업거점 밸리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학과 교수는 “당장은 몇개 대학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지, 전반적인 지방대학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은 보이지 않는다”라며 “사실 더 열악한 곳은 지방사립대다. 거점국립대가 아닌 대학들의 경우 아예 기회조차 없는 상황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글로컬대학위원회는 본지정 탈락 대학에 한해 내년 사업에서 예비지정 대학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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