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출신이 KBS 사장이 된 건 2003년 정연주 전 사장 이후 20년 만이다. 그러나 취임과 동시에 KBS 내부적으로 인사이동이 대거 이뤄져 내·외적으로 발생되는 잡음 역시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칼바람’ 부는 KBS
14일 KBS에 따르면 박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4년간 ‘뉴스9’를 진행해 온 이소정 앵커와 제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주진우씨를 하차시켰다. 이밖에도 본부장, 센터장, 실·국장, 부장급 인사 총 72명의 인사도 함께 냈다.
이에 주씨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오늘 오전 KBS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이제 회사에 오지 말라는, 방송을 그만두라는 것이며 주진우 라이브에서 잘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 토요일 방송에서 오늘 오후에 돌아온다고 했는데, 마지막 방송도 못해 청취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해당 간부는 비상식적인 일이고,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안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먼서 “사장이 워낙 강경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주진우 라이브’에 제가 없다. 앞으로 ‘주진우 라이브’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으나 곧 사라질 운명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주진우 라이브를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고 끝맺었다.
매일 오후 5시 5분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는 이날부터 ‘특집 1라디오 저녁’으로 대체됐다. 기존 진행자인 주씨 대신 김용준 KBS 기자가 진행자로 투입됐다.
이 밖에도 KBS는 주요 뉴스 프로그램 앵커 및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을 대거 갈아 치웠다.
KBS 1TV에서 방송하는 ‘뉴스9’의 평일 새 앵커에는 박장범 기자와 박지원 아나운서가 투입됐다. 주말 앵커에는 김현경 기자와 박소현 아나운서가 발탁됐고, ‘뉴스광장’의 평일 남자 앵커로는 최문종 기자, 여자 앵커는 홍주연 아나운서가 담당한다. 홍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뉴스9의’ 스포츠 뉴스는 기존 ‘뉴스광장’ 앵커였던 이윤정 아나운서가 맡는다.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사사건건’은 ‘뉴스9’ 앵커를 했었던 송영석 기자가, ‘일요진단’은 도쿄 특파원과 경제부 팀장을 역임한 김대홍 기자, ‘남북의 창’은 사회부 팀장 등을 역임한 양지우 기자가 진행한다.
KBS는 “KBS뉴스9은 물론 주요 종합뉴스 등의 앵커를 교체함으로써 균형 잡힌 뉴스로 공정성 확립을 통해 KBS의 위상을 되찾아 갈 것이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 상황은 ‘쑥대밭’
대대적인 개혁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박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충분한 숙의 없이 진행된 인사 개혁 단행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발에 나선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박민 사장 임명 재가 이후 KBS 내부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말로 ‘점령’ 이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장 임명 직후부터 KBS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제작자율성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는 박민씨가 과연 사장 자격이 있는가”라며 반문하며 “야밤에 군사작전 하듯 KBS를 점령한 박민 사장은 취임식에서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KBS 강성원 본부장은 “취임 첫날 KBS의 주요 시사 프로그램이 별다른 설명도 이유도 없이 편성에서 사라지는 일이 시작되고 있다”며 “지난 15년간 부침의 역사 속에 쌓아왔던 KBS 자산과 시스템이 이렇게 망가지고 부서지기 시작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도 “평생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이라고는 고민해 본 적 없는 사람, 공정을 고민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그 언어를 무기로 점령군처럼 KBS에 입성했다”고 비판하며 “언론 자유가 결국 승리해 왔다는 것,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결국 이길 것이라는 그 역사의 단순한 사실을 우리 다시 투쟁으로 증명하자”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도 박 사장을 향해 “군사 쿠데타를 방불케 한다”며 거들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회의에서 “방송 진행자, 방송 개편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진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박민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KBS 점령작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같다. 진짜 군사쿠데타를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도 같은 회의에서 “민주당이 왜 방송 3법을 통과시켜 공영방송을 독립시키려 했는지 지금 KBS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며 “박민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보장하는 방송법과 KBS 편성규약 노조 단체협약을 헌신짝 취급하며 점령군처럼 방송 현장을 짓밟고 있다. 여권에 비판적 목소리 전부 차단하고 케이를 정권의 나팔수로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