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권 초과 수입에 대해 최대 40%의 ‘상생 기여금’을 걷는 이른바 ‘횡재세’ 도입을 위한 입법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종노릇’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는 등 여권에서도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강력 비판한만큼 관련 입법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14일 금융소비자보호법과 부담금관리기본법 등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기는 ‘초과이익’을 낼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 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여금’ 성격으로 걷힌 부담금은 장애인과 청년,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을 비롯한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대출 상환기간 연장이나 대출이자 감면 등이 포함된다.

횡재세는 고금리·고유가로 역대급 실적을 낸 업계로부터 세금을 걷어 서민을 지원하는 ‘고통 분담’ 차원의 세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올해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도입을 강력 주장했다. 기존에 발의된 법인세법 및 소상공인법 개정안 등은 초과이익의 20~50%를 추가 법인세로 매기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세금을 추가로 걷는 형태의 횡재세는 ‘이중과세’라는 지적을 받는 데다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에선 은행의 부담이 소비자에 전가되면서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정유 업계에서도 채굴 독점권을 가진 해외 정유사와 달리 국내 정유사의 수익구조는 오로지 ‘정제 마진’에 한정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횡재세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추가 과세가 아닌 ‘부담금’ 형태로 횡재세를 도입하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이중과세’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주 부의장은 “세금보단 부담금 형식이 적절하다는 학계 의견에 따라 금융회사에 한해 초과이윤을 환수하는 부담금 징수 법안을 만들었다”며 “정부가 은행의 팔을 비틀어서 걷는 관치 대신 국회에 의한 제도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법안을 기점으로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횡재세 선(先) 도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유사는 시황에 따라 수익 변동이 크니 은행권의 횡재세 도입을 먼저 논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횡재세 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근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일례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우리나라 은행의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일 “(은행들이) 어떤 혁신을 해서 올해 60조원의 이자 이익을 거둔 것일지 의문”이라며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일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은행권의 ‘자발적 사회 공헌’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횡재세 도입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은행권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비판하며 “약탈적 금융, 횡재세 등과 같이 정치적으로 이 사안을 왜곡시키려는 표현과 시도에 대해서는 완강히 반대하지만 왜 이런 표현들이 시중에 회자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 반성하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횡재세 도입을 사실상 ‘당론’으로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여당이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과 공매도 금지 카드로 정국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횡재세로 역공에 나선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김 부의장이 발의하는 법안에 이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이개호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와 야당 의원 55명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의원총회를 거치지 않아 ‘당론 확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그렇게 추진할 방침”이라며 “상임위원회(기재위)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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