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기준 국내 100대 기업 등기이사 중 실질적으로 경영에 제일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내이사의 73%가 ‘586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5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을 말한다.

3년 전 총선에서 국회의원 열 명 중 여섯 명이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586세대라는 것이 화제였다. 정치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586이 실세 중에 실세로 활약하고 있다. 사내이사 열 명 중 일곱 명은 ‘산업화’ 고도성장기를 체감한 586세대다.

아시아경제가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요청해 받은 100대기업 사내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내이사는 1960년대생(54~63세)이 가장 많았다. 전체 100대기업 사내이사 277명 중 1960년대생은 204명(73.6%)이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1960년대생 국회의원 비율 58%(300명 중 177명)보다 높다. 전무, 상무, 이사 등 미등기임원까지 포함한 임원에서 1970년대생(44~53세) 비율이 52.8%까지 상승했다지만 대표이사급 고위임원에선 586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재미있는 것은 1960년대생 중에서도 1960년대 초반 출생자들이 오히려 후반 출생자보다 많다는 점이다. 1960~64년생(59~63세)은 117명으로 전체 사내이사 277명 중 42.2%를 차지했다. 1965~69년생(54~58세)은 87명으로 31.4%였다. 인구 구성에서 60년대 초반보다 후반 출생자가 더 많다는 것. 일반적으로 60~62년생은 이미 정년이 지났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란 평가다.

또 1962~1964년생(59~61세) 사내이사 81명(29%) 사이에 유명 경영인들이 많다. 재계에서는 이 세대를 ‘625세대’라고 부를 정도다. 대표적 인물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상 1962년생),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1963년생),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1964년생) 등이다.

전무급 이하 임원 레벨에서는 1970년대생 약진이 두드러진다. 유니코써치 조사 결과 올해 100대기업 임원(사내이사·미등기이사 포함, 사외이사 제외) 7345명 중 1970년대생은 3878명(52.8%)이었다. 1960년대생 3246명(44.2%)을 넘어섰다.

전무급 이하에서 1970년대생 증가세가 가파르지만 정작 중요한 사내이사만큼은 당분간 1960년대생들이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586 사내이사, 특히 60년대 초반 출생자들은 ‘3저호황(저금리·저물가·저유가)’으로 수출이 급증하고 중화학공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산업이 고도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을 경험한 세대다. 한 직장을 30년 이상 다니는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용이 안정돼 있었다. 반면 1970년대 임원들은 대부분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전후에 입사했다. 대기업들이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기조를 내세우던 시기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아무래도 선배들보다 떨어진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586세대 기업인은 고도성장기에 입사해 빨리 임원이 됐지만 X세대(1971~1984년생)가 입사한 이후 세상이 좀 더 팍팍하게 변했다”며 “1970년대생들은 1960년대생보다는 사내이사까지 오르는 속도가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3저호황 때는 한국경제가 매년 12%씩 성장했다. 조직은 커지고 자리도 늘었다. 하지만 이제 1% 성장 시대다. 기존 사내이사들이 자리를 비워주지 않으면 자리가 쉽게 나지 않는다.

글로벌 경기 불황 등 대내외 변수 때문에 내년에는 사내이사는 고사하고 임원 승진 규모도 작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선제적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긴축 경영을 하는 기업이 늘 것으로 보이고 연말 단행될 내년도 인사에서 올해 인사보다 임원 숫자를 감축하려는 기업이 늘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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