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국내 증권시장과 국채시장의 선진화를 입증해 자본시장의 도약을 이루려는 것은 한국 정부의 오랜 숙원이다. 그러나 최근 때아닌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에 대해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의 자본시장이 선진시장으로 도약하는 데 큰 제약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GBI의 경우 정량적 기준을 만족한 만큼 내년에는 편입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 역시 사실상 물거품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관성·적합성 없는 규제 방침 등으로 정성적 평가가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WGBI 편입 사실상 물거품

올해 한국의 WGBI 조기 편입은 결국 불발됐다. WGBI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발표하는 국채지수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를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채권 부문 글로벌 지수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즈(BBGA)·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GBI-EM)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분류된다.

WGBI 신규 편입은 해마다 두 차례 진행되는 정기 리뷰에서 이뤄진다. 편입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FTSE 러셀의 채권시장 국가 분류 보고서의 WGBI 관찰대상국(watch list, 와치리스트)에 등재된다. 이후 편입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한 후 정식 편입 발표가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9월 말 WGBI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조기 편입 기대가 컸다.

FTSE 러셀은 9월28일(현지시간) FTSE 채권시장 국가 분류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대해 기존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WGBI 편입을 유보했다. FTSE 러셀이 제시하는 WGBI 편입 기준은 시장 규모, 신용도 등 정량적 기준과 정성적 기준이다. 정량적 평가로는 국채 발행 잔액 기준 500억달러(약 62조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국가신용등급 A- 등급을 충족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량 평가 기준인 시장 규모 500억 달러, 신용등급 A-(S&P)·A3(무디스) 모두 충족한 상태다.

그러나 정성적 평가에 해당하는 시장 접근성에서 일부 기준이 미달돼 실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 접근성 저평가 항목은 비거주자 조세 관련 부담, 외환시장 개방성, 글로벌 예탁기관 이용 편의성 등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WGBI 편입을 추진해왔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지난해 세법개정안에 외국인(비거주자)이나 외국 법인이 한국 국채에서 지급받는 이자·양도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는 등 개선 노력을 했다. 또 국제예탁결제기구와의 연계성 강화, 외환시장 개방성 확대 등 지수 편입에 요구되는 시장 접근성 개선에 힘써왔다.

세제 개편 노력 등에 힘입어 지난해 9월에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올랐다. 이에 올해 조기 편입은 실패했지만 내년에는 편입이 유력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역시 원화 역외 거래 제한, 공매도 금지 해제 등 선결 과제가 까다로운 MSCI 선진지수에 비해 WGBI 편입 조건은 대부분 충족한 만큼 내년에는 편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9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WGBI에) 포함되면 더 많은 중장기 채권 자금이 시장에 유입돼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11월6일부터 공매도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내년 WGBI 편입도 불투명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량 항목에서는 채권 관련한 사항이 대부분이라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정성 평가에서는 부정적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짚었다.

외국인이 얼마나 국내 채권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느냐를 보는 것인데,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자본시장에 우려를 표하고 있어서다. 또 공매도 금지 조치로 부정적 평가는 극대화된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정성 평가에서 규제 일관성, 규제 정합성, 규제 예측 가능성, 규제 합리성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그러나 공매도 관련해서 규제 일관성 등과 관련해 외국인들이 매우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정성 평가 통과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내년 6월 말까지 한시 금지 조치이긴 하지만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사실상 언제 공매도가 재개될지 모른다”면서 “한국 자본시장만의 특수성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접근성 평가가 좋게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봤다.

MSCI 편입은 기대 난망

MSCI 선진지수 편입은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됐다. MSCI는 미국의 초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개발한 전 세계 주식시장의 기준이 되는 주가지수 중 하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함께 설립한 FTSE 인터내셔널 리미티드에서 발표하는 주가지수인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와 더불어 국제금융 펀드의 투자 기준이 된다. MSCI 지수는 크게 MSCI DM(선진) 시장과 MSCI EM(신흥) 시장, 프런티어 시장, 단일 시장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1992년 1월 첫 편입 이후 줄곧 MSCI 신흥국지수 신세다. 2008년 MSCI 선진국 승격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등재돼 선진지수 편입 기대감이 커졌지만, MSCI가 지적한 제도 개선이 미흡해 번번이 실패했다. 2014년에는 아예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되면서 자본시장의 선진화는 멀어졌다.

한국 정부는 2015년 다시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21년 11월에는 홍남기 당시 부총리가 MSCI와의 면담을 통해 관찰대상국 등재를 요구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말 기준 MSCI 선진시장 지수에는 미국과 영국, 스위스 등 23개국이 올라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홍콩과 일본, 싱가포르 등 3개국이 포함돼 있다. 신흥시장 지수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6개국이 포진했다.

올해도 관찰대상국 등재는 실패로 끝이 났다. 아직은 시장 개선이 미흡해서다. 지난해 방한한 페르난데즈 MSCI 회장은 “이전(문재인) 정부가 MSCI 선진지수 편입 논의를 시작했고 현 정부도 이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로서는 유의미한 조치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아 관찰대상국 등재 실패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는 보수적인 기관이다 보니 정부의 정책으로 시장이 실제로 개선됐는지 확인하고 넘어간다”고 짚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MSCI는 시장의 제도 개선이 비가역적으로 확정됐을 때 승격 작업을 진행하는 보수적 행보를 보여왔다”라면서 “따라서 아직은 계획 혹은 방안 상태에 있는 제도 개선 과정만으로 와치리스트에 넣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도 관찰대상국 등재는 어려운 상황이다. 모건스탠리는 MSCI 선진지수 편입 조건으로 ▲경제성장 수준 ▲주식시장 규모와 자금 유동성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시장 접근성 등을 고려한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은 경제성장 수준이나 주식시장 규모와 자금 유동성 부문에서는 별문제가 없지만, 시장 접근성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접근성 개선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공매도도 있다.

외신들은 국제적 흐름에 발맞춘 코로나19 때와 달리 이번에는 한국 단독으로 공매도 금지에 나선 것에 주목한다. 특히 시가총액이 1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한국 증시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 0.6%, 코스닥 1.6% 수준으로 미미하다고 평가하면서 공매도 금지가 왜 필요했는지 의문을 나타낸다. 블룸버그는 “이번 공매도 금지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공매도 금지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 자본 투자를 억제하고, MSCI 지수에서 선진시장 지위를 얻으려는 한국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카르마 홀딩스의 분석가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역시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금지로 더이상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에 큰 거품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도 “영향력 있는 지수 제공 업체 MSCI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그동안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MSCI와 WGBI 편입을 추진해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1년 MSCI 선진지수 편입 때 최대 61조원의 자금 유입을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MSCI 선진 지수에 편입될 경우 예상되는 자금 유입 규모가 5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WGBI에는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4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다. WGBI의 추종 자금 규모는 약 2조5000억달러로 추산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WGBI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자금이 국채시장에 유입되고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WGBI 편입 때 약 90조원의 외국인 국채 투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전망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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