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및 회계부정 사건 1심 재판 선고가 내년 1월로 예정됐다. 3년 넘게 진행된 재판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검찰과 삼성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느 한쪽이 항소 후 대법원까지 갈 경우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수년 더 걸릴 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8년째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농단 1심부터 파기 환송심까지 83차례 법정을 다녀갔고, 불법승계 의혹 재판에선 106차례 공판 중 95번 출석했다. 재판 출석 횟수만 178차례에 달한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곧 우리나라 경제의 중요한 리스크로 인식된다. 삼성이 우리 산업과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실제 이런 이유로 국정농단 뇌물 사건 관련해 가석방 후 사면되기도 했다.

현재 삼성은 위기다. 승승장구하던 반도체는 업황 부진으로 올해 들어 적자 늪에 빠졌고, 스마트폰과 가전 역시 수요둔화로 좀처럼 성장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14년간 왕좌를 지키던 국내 영업이익 1위자리 역시 올해 처음으로 현대자동차에 내줄 처지다.

삼성이 총수 공백을 이야기할 때면 늘 강조하는 것이 ‘책임경영’이다. 사업부문별로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지속 언급되는 이유는 미래를 준비하고, 대규모 투자가 집행돼야 할 경영 판단은 총수 몫이기에 그렇다. 수년간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R&D)이나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갈 이벤트가 없는 것 역시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는 지적이 빠지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위기가 산업 외 측면에서 더 이상 확대돼선 안된다. 삼성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계 전반에 피로도가 쌓였다. 수년째 발목을 잡는 사법리스크는 하루빨리 정리돼야 한다.

삼성도 스스로 리스크에 갇히는 것이 아닌 변화와 혁신을 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넘어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면 복권 후 이 회장이 보여줬던 청년 일자리 창출, 대·중·소 상생, 국내 투자 확대 등 ‘착한 삼성’ 행보를 넘어 위기를 해소하고 미래를 향하는 ‘뉴삼성’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했으면 한다.

총수가 제시한 비전을 책임경영 체제 아래 최고경영진이 전문성을 갖고 현실화하는 것이 삼성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정용철 기자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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