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삼성전자)

지난 2020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에서 볼리(Ballie)라는 가정용 로봇을 공개했다. 행사 시연에서 볼리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노란색 공 형태 로봇으로, 사용자를 항상 따라다녔다. 사람이 걸음을 멈추면 볼리도 제자리에 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자체 카메라를 이용해 가정 내 스마트가전을 작동시키는 등 홈케어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볼리가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온디바이스 AI란 서버를 이용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인공지능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온디바이스 AI 개념이 널리 확산한 건 최근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4년 전 공개한 작은 공 로봇에 이를 접목한 것이다. 최근 온디바이스 AI가 급부상해서일까. 삼성전자가 개선된 볼리를 들고 나왔다.

CES 2020에서 공개된 볼리 (출처: 삼성전자)

볼리,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 삼성전자는 CES 2024 개막 하루 전 업그레이드된 볼리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새로운 볼리는 2020년 모델에 쓰인 기술을 개선했으며, 보다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첫 공개 이후 수년간 연구개발을 진행했다며, 볼리를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볼리는 크기부터 다르다. 2020년형 볼리는 사람이 한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큼 작았다. 테니스공만 했다. 새로운 볼리는 한눈에 봐도 크다. 눈대중으로만 봤을 때 볼링공이나 축구공 정도 된다. 덩치가 커져서인지, 큰 바퀴 2개와 보조바퀴 1개로 움직인다. 2020년형은 공처럼 생긴 본체 일부를 굴려서 이동했다.

CES 2024에서 공개된 새로운 볼리 (출처: 삼성전자)

볼리 내부에는 라이다(LiDAR) 센서와 1080P 듀얼 렌즈 빔프로젝터가 탑재돼 있다. 라이다 센서는 레이저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부품이다. 로봇청소기, 자율주행 자동차 등 혼자 움직이는 기기에 쓰인다. 볼리도 라이다 센서로 집안 구조를 파악하고, 자율주행한다는 설명이다. 빔프로젝터는 빈 공간에 빛을 투사해, 화면을 만들어 낸다.

볼리,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볼리를 활용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볼리는 내부 카메라로 집을 촬영해, 사용자에게 실시간 전송하는 기능을 갖췄다. 사용자는 먼 곳에 있더라도 스마트폰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영상에서 사용자가 ‘강아지에게 먹을 것을 주고, 좋아하는 비디오를 틀어줘’라는 요청한다. 그러자 볼리는 자동급식기를 켜 강아지에게 사료를 제공한다. 뒤이어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새 영상을 재생해 준다.

(출처: 삼성전자)

정해진 시간에 맞춰, 스마트 가전을 켤 수도 있다. 영상 속 볼리는 저녁 7시가 되자 조명과 에어컨을 켰다. 시간대에 맞는 가전제품 가동 루틴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빔프로젝터 활용도를 강조했다. 사용자가 귀가하자 볼리가 바닥에 ‘어서와’라는 문구를 투사한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영상통화 명령을 내리자, 벽에 화면을 투사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같은 자리에서 각도를 조절해, 책상에 화면을 띄우는 모습도 등장한다. 이어 홈트레이닝을 요청하자 볼리는 거실 벽과 천장에 운동 영상을 띄웠다.

(출처: 삼성전자)

LG전자도 인공지능 가정용 로봇 공개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대표 가전 업체인 LG전자도 이번 CES에서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AI 에이전트는 30cm 정도 작은 크기에, 볼리와 달리 몸통과 다리가 구분돼 있다. 몸통에는 눈동자가 위치하고, 다리에는 각각 바퀴가 달려있다. 볼리의 대표 색상이 노란색인데 반해, AI 에이전트는 로봇하면 떠오르는 흰색이다.

에이전트 AI는 볼리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듯하다. 두 바퀴를 이용해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사진을 찍어 사용자에게 전송할 수 있다. 음성 인식 기능, 사용자 목소리를 듣고 건강 상태를 분석하는 기능, 스마트 가전과 연동하는 기능 등을 지원한다. 아쉽지만 볼리처럼 빔프로젝터로 큰 화면을 투사하는 기능은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AI 에이전트 (출처: LG전자)

한편 앞서 아마존은 음성비서 알렉사를 추가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를 선보인 바 있다. 아스트로는 참신한 가전으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출시 이후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전자, LG전자 가정용 로봇도 카메라를 탑재했기에,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품은 비슷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길 기대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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