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작업은 미국 경쟁 당국의 승인 만을 남겨두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연내 자산 42조원, 세계 10위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EU 경쟁 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는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발표했다. 앞서, EC는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운수권 및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 이전 등을 골자로 한 시정 조치안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제공

◇ 자산만 42조 세계 10위권 항공사 탄생하나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은 조원태 회장의 오랜 꿈이었다. 조 회장은 부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2019년 4월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이듬해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며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찾아왔다.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열린 아시안리더십 콘퍼런스에서 2020년 산업은행으로부터 아시아나 인수 제안을 받았을 때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은행에서 만나자고 하기에 ‘대출 상환을 재촉하려나’ 생각했다”라면서 “인수 제안을 받고선 깜짝 놀라 10초 동안 답변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가 왔고 이걸 놓치면 다시는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무조건 하겠다’라고 답했다”라며 “아시아나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13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13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세계 10위권으로 순위가 상승한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의 연결 매출액은 16조원, 아시아나항공은 7조6000억원(추정치)을 기록했다. 양사의 자산은 2022년 말 기준 대한항공이 28조9977억원, 아시아나항공이 13조4553억원으로 양사 간 통합을 가정해 단순 합산하면 매출액이 23조원대, 총자산은 42조원을 웃도는 규모가 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여객 RPK(유상 여객 수에 운항 거리를 곱한 것)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를 단순 합산하면 10위인 아메리칸 항공과 유사한 수준이 된다.

국제 여객 수송 인원수 기준으로는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항공이 36위이다. 이 역시 합치면 10위가 된다. 국제 화물 수송량의 경우 한층 순위가 올라간다. 대한항공(5위)과 아시아나항공(23위)을 합치면 캐세이퍼시픽을 제치고 3위로 상승하게 된다. 항공기는 대한항공 173대, 아시아나항공 81대 보유해 합하면 250대를 넘어선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통합항공사의 출범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거대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되면 스케줄은 합리적으로 재배치되고 여유 기재는 새로운 취항지에 투입할 수 있고 고객들에게 더욱 더 넓은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년 독립 운영 뒤 통합… 진에어發 LCC 구조조정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미국의 승인을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연내 화물사업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모든 심사·승인이 끝나면 1조5000억원 규모로 이뤄질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제3자배정 방식으로 참여, 지분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물리적 통합을 단행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2년여간은 각자 브랜드로 운영하면서 브랜드·전산·마일리지 등 통합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후 2년 뒤 대한항공 단일 브랜드로 운영하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국내 항공산업 전반의 재편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통합도 본격화된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진에어으로 통합된다. 3사 통합 법인의 기체수는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4대, 에어서울 6대 등 57대에 이른다. ##제주항공##의 기체수는 42대로 통합 법인이 단숨에 LCC업계 1위 사업자가 되는 셈이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여객기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여객기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스1

업계에서는 진에어와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지면서 LCC 시장이 자연스럽게구조조정이 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 LCC항공사 수는는 세계 최대 LCC 보유국인 미국과 같은 9곳으로 국토 면적에 비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초대형 항공사 탄생을 넘어, 코로나19로 멈춰 있던 항공사업의 재편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며 “비용 절감과 중복 노선 간소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노선 연결편과 마일리지 통합, LCC 시장 재편 등 소비자 편익도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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