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의 핵심 쟁점인 ‘대통령 격노설’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왼쪽)과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이 21일 오전과 오후 각각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서처(공수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제21대 국회의원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법률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정국이 격렬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단독으로 처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특검 법안이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건 취임 후 6번째, 법안 수로는 10건째다. 윤 정부들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특검범·쟁점법안 단독 처리-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면서 국민 피로도는 한계치를 넘어선 상태다. 특히 ‘여소야대’ 구도가 차기 국회로 이어지면서 반목과 갈등의 혐오정치는 윤 대통령 임기 내내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민주당은 당장 대통령의 거부권에 맞서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오는 28일 재표결을 벼르고 있다. 또 제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개헌론을 꺼내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총선 압승의 기세를 몰아 정국을 폭주할 기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이 끝내 국민과 맞서는 길을 선택했다”며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마시라”고 으름장을 놨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같은 야당의 시도를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반헌법적 폭거라고 비난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법률안 거부권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입법부를 견제하는 수단이다. 의석수만 앞세워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거대야권 또한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법률안 거부권은 대통령이 갖는 헌법상 권리로, 민주당이 정치 공세 재료로 활용할 수 있으나 이를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4·10 총선에서 여당이 가까스로 개헌저지선을 사수한 것은 거야의 일방적인 ‘입법 독주’는 막아야 한다는 민의의 결과”라며 “야당에 개헌이 가능한 200석을 몰아 주지 않은 것은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처리과정에서 여당과 정부를 설득하는 ‘협치’의 모습을 보이라는 국민의 명령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여야가 합의하면 채상병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낸 것도 대통령 뿐 아니라 거대 야당도 협치를 해야만 실타래처럼 꼬인 정국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맥락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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