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가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역자치단체와 공공기여를 약속한 뒤 이를 번복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원베일리가 내부시설 13곳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지만, 내부 갈등으로 원할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서초구로부터 이전고시 취소 조치를 받았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공공개방’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 서초구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은 ‘공공개방시설 협약서 이행을 위한 조치 계획서’를 두고 서초구와 협의를 하고 있다. 구 측은 공공개방시설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서류가 제출되면 검토 후 이전고시를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이전고시는 재건축 사업으로 조성된 대지와 건축물의 소유권을 공사가 완료된 이후 관리처분 계획에 따라 분양자에게 이전하는 절차다. 통상 입주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마친다.

서울 서초구 반포2동에 위치한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원베일리 홈페이지
서울 서초구 반포2동에 위치한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원베일리 홈페이지

당초 원베일리는 이달부터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단지 내 ‘스카이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내부 시설을 단계적으로 개방할 예정이었다. 개방 대상은 지역공동체지원센터, 아이돌봄센터, 독서실, 북카페, 지역창업센터를 포함한 총 13곳이다. 면적으로는 8047㎡ 규모다. 차량 15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기로 했다.

원베일리는 2017년 커뮤니티 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조건으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는 인센티브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준공 후 시설 운영자 선정 등의 이유로 개방이 지연돼 왔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서초구와 원베일리 입주자대표회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그리고 운영사로 선정된 한솔아이키움 등 4자간 ‘공공개방 커뮤니티 시설 개방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문제의 발단은 조합과 입주자대표회의 간 갈등 때문이다. 조합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래미안 퍼스티지, 아크로 리버파크 등을 포함한 반포2동 주민에게만 커뮤니티를 개방하자고 주장하며, 전면 개방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입대의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조합이 서초구에 ‘원베일리 공공개방 시설 협약서 파기 공문’을 제출하며 이전고시가 취소됐다는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원베일리처럼 내부 시설을 대규모로 외부에 개방하는 일은 최초일 것”이라며 “입대의가 운영사의 영업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사 선정을 포함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라는 의미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입대의 관계자는 “협약서에는 ‘지역주민’에게 공공개방 한다고 돼 있는데 이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도 논의해야 하고, 엘리베이터가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갈 수 있어 안전의 문제도 있다”면서 “이렇게 세부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과정에서 조합이 파기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진행 단지에서 공사 차량 등이 오가고 있다./뉴스1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진행 단지에서 공사 차량 등이 오가고 있다./뉴스1

정비업계에서는 원베일리의 공공개방 사안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공공기여를 전제로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공공개방을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사상 최초로 아크로리버파크의 주민공동시설을 외부에 개방·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이때도 서초구가 나서 사업승인 조건 이행요구 공문을 보냈고, 입대의와 수 차례 협의를 통해 결국 개방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재건축 조합, 입대의 등이 공공개방을 약속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인센티브를 모두 받고 난 뒤 일부 제한적으로 개방한다는 건 공공기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인센티브를 위한 공공개방 자체가 사후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보안·안전 문제로 연결될 수 있어 지자체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기여는 내부 시설을 일반에 개방한다는 공공과의 약속이라고 봐야한다”면서 “인센티브를 받고 이를 불이행할 시에는 이행강제금이나 벌과금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아주 근본적으로는 건축허가 과정 자체에서 신중히 판단해 차후 이행이 어려울 것 같으면 인센티브를 주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이미 문제가 벌어진 상황에서는 지자체의 행정지도에 따라 강제적으로라도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서초구는 원베일리 조합과 협의가 맺어질 경우 이전고시를 처리할 예정이지만, 결과적으로 공공개방을 미이행할 경우에는 관련 법령을 검토해 행정조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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