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11일 중국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곽경훈 기자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골을 넣지 않아도 위력적인 선수가 있다. 놀라운 기술과 스피드, 그리고 엄청난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위협하는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존재감을 빛내기 마련이다. 한국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이 딱 그랬다. 11일 중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6차전 홈 경기에서 확실한 수준 차이를 보여주며 ‘월클'(월드클래스)을 입증했다.

중국이 예상대로 ‘밀집수비’로 나왔다. 전반전 내내 대놓고 수비에만 집중했다. 승점이 필요한 상황이고, 기본 전력에서 밀리고 원정에서 경기를 치르다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그림이었다. 태극전사들은 중국의 밀집수비를 쉽게 뚫지 못했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이 공격 중심을 잡았지만, 전반전 내내 중국의 수비에 막혔다.

후반전 들어 손흥민이 전반전과 다르게 움직였다. 최근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보여주듯 대표팀에서도 최전방과 측면을 고루 오가며 팀 공격력을 끌어올린다. 상황에 맞게 기본 위치에 변화를 줘 상대를 혼란스럽게 한다. 11일 중국과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으로 한국의 공격 에너지를 끓어올렸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왼쪽으로 기본 위치를 바꿨다. 측면에서 평소보다 드리블을 많이 시도하며 중국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놀라운 드리블로 중국 수비수 2~3명을 쉽게 돌파하며 기회를 계속 만들었다. 헛다리 드리블, 발바닥 드리블, 상대 수비수 다리 사이로 공을 넣고 돌파하는 드리블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왼쪽을 지배했다.

손흥민이 11일 중국전을 펼치다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곽경훈 기자

결국 후반 16분 이강인의 선제 결승골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왼쪽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찬스를 엿봤고,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로 중국 수비진 중앙에 딱 먹기 좋은 상을 차렸다. 중앙에 있던 한국 선수들이 슈팅을 연결하지 못했으나, 뒤에서 쇄도하던 이강인이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굳게 닫혀 있던 중국 골문을 열었다.

이후에도 손흥민은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뽐내며 한국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놀라운 드리블로 다급해진 중국 선수들을 압도했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태극전사들이 리드를 지키는 데에도 힘을 보탰다. 공수에 걸쳐 폭넓은 움직임을 보이고 가장 많은 볼 터치를 하면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막판에는 노련하게 코너 플래그 근처에서 직접 공을 지켜 시간을 흘려보내며 중국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골을 넣지 못했지만 ‘원맨쇼’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맹활약을 펼치며 완벽한 승리의 주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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