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제대로 먹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하죠.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안고 있는 환자들은 2~3개의 약을 동시에 먹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러 약을 먹는 번거로움 때문에 며칠씩 약을 거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치료적기를 놓치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게 바로 복합제입니다. 먹기 편하게 하나의 알약에 두 개 이상의 성분을 합친 것입니다. 보통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한 약물에 다양한 성분을 섞으면서 복합제 라인업(제품군)을 구축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마치 가족과 같다고 해서 흔히 ‘패밀리의약품’이라고 부릅니다.

명문가로 성장한 패밀리의약품

한미약품의 고혈압 치료 복합제 ‘아모잘탄’은 국내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패밀리의약품입니다. 아모잘탄은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암로디핀과 로자탄 성분을 조합한 복합제로 지난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개량신약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개량신약은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성분이나 약효는 비슷하지만 효과를 더 잘내도록 제형 등을 바꾼 제품을 뜻합니다. 

한미약품은 2017년 아모잘탄에 고혈압 치료성분을 더한 3제 복합신약 ‘아모잘탄플러스’를 출시하며 아모잘탄의 대를 넓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이상지질혈증 성분을 추가한 3제 복합제 ‘아모잘탄큐’를 출시한데 이어, 같은해 아모잘탄큐에 또 다른 이상지질혈증 치료성분을 첨가한 세계 최초의 4제 복합제 ‘아모잘탄엑스큐’도 내놓습니다.

아모잘탄패밀리는 개별 품목이 모두 고른 성장을 거두며 지난해 출시 이후 누적 매출액 1조원을 넘깁니다. 4개 품목은 모두 연 매출액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하죠. 또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코자XQ’라는 브랜드로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영향력도 키우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처럼 대표적인 국내 패밀리 브랜드로는 보령의 고혈압 복합제 ‘카나브패밀리’, JW중외제약의 ‘리바로패밀리’, LG화학의 당뇨병 복합제인 ‘제미글로패밀리’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는 명문가로 성장했죠.

패밀리의약품은 대부분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 등 3가지 만성질환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는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에 대한 신체 반응이 감소된 상태), 비만 등으로 여러 질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약 80%, 고혈압 환자 70%는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복합제라고 다 같을쏘냐

복합제라고 하면 2~3개의 약을 하나로 섞은 단순한 결과물로 여길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치료 성분들이 서로 반응하는 약물 간 상호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데다, 환자들이 복용하기 편하도록 정제 크기를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죠. 약효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3제 복합제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정제로 알려진 것은 대웅제약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올로맥스’입니다. 성분함량에 따라 정제크기가 7~8㎜에 불과합니다.

올로맥스는 대웅제약의 독자적인 ‘이층정 기술’이 접목된 작품입니다. 3가지 성분을 층층이 붙인 것으로, 각기 다른 층에 있는 성분이 몸속에서 모두 다른 속도로 방출됩니다. 고혈압약이 먼저 나오고, 다음으로 이상지질혈증 성분이 방출되는 방식이죠. 이를 통해 올로맥스는 성분 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약효 발현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제약사들은 대규모 임상데이터를 시행하고, 결과를 발표하며 복합제의 약효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1년 아모잘탄패밀리를 복용한 국내 환자 1만5000여명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고요. 보령은 카나브에 관한 100개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LG화학은 환자 약 800명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을 토대로 3제 당뇨 복합제 ‘제미다파’를 출시한 바 있죠.

복합제 의외의 가치는

복합제는 단순히 환자의 복용편의성을 개선하는 것 외에도 여러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는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단일제 두 개를 사용하는 것보다 2제 복합제를 처방받는 게 더 저렴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아모잘탄정5/100mg’ 1정의 가격은 단일 성분의 치료제(암로디핀 5g, 로사르틴 100mg)를 각각 1정씩 복용하는 것보다 약 300원(30%) 더 저렴합니다. 아모잘탄정의 처방량을 고려하면 지난 12년간(2009~2021년) 아모잘탄패밀리를 통해 절약한 건보재정이 약 2300억원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이점이 있습니다. 복합제가 식약처로부터 개량신약으로 허가받으면 약가우대 혜택을 얻어 제네릭의약품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많은 제약사들이 개량신약 판매를 통해 혁신신약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요. 복합제가 일종의 신약개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합신약은 건보재정 절감에 기여하는 등의 효과가 있으나 제약사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미래성장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복합신약은 제네릭의약품보다 수익성이 좋고 국내 제약사들은 이를 통해 번 돈을 대부분 R&D 투자에 쓰고 있다. 개량신약 명가와 혁신신약 명가가 멀지 않은 이유”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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