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 대 황희…14대부터 보수 6연승 후 민주에 2연패
“코로나 때보다 힘들어”…상인들, 고물가에 정부 성토
재건축·교통에 민감한 표심…양당 후보 핵심 공약 유사

정호영 기자1일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에 마련된 양천갑 구자룡 국민의힘 후보(왼쪽)·황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 캠프 외벽에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싸움만 하는데 투표해봤자…(국회의원) 되는 사람만 좋지, 물가 때문에 죽어가는 서민들 피부에 와닿는 건 없잖아.” 22대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2일 오전. 서울 양천갑 지역구에 속한 목동깨비시장 초입 인근 농협 앞을 빗자루로 쓸던 김모(60대·남)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투표할지 말지 몰라”라고 말하곤 돌아섰다.

목동깨비시장은 양천갑 민심 바로미터로 통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수장이 일찍이 자당 후보와 함께 훑고 간 곳이다. 민주당은 지역구 현역이자 친문(친문재인)계 재선 황희 후보를,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이 ‘1호 국민인재’로 영입한 변호사 출신 구자룡 후보를 배치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상인 다수는 고물가에 따른 심각한 고통을 토로했다. 그 아픔은 양당이 자신 있게 내세운 인물에 앞서 정부에 대한 원망으로 향하는 듯했다.

깨비시장에서 수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70대 김모씨는 “나라 꼴이 이런데 당연히 민주당 찍어야지”라며 “진짜 IMF,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 요즘 시장에 사람이 없다. 다른 시장도 가보시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옆 생선가게 사장(60대)도 “나도 민주당”이라고 맞장구치며 “경기가 안 좋아 억수로 힘들다. 물가는 정부가 잡아야 서민이 사는데 못하니까 다 힘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저 사람한테도 물어봐.” 두 사람이 가리킨 건너편 채소가게 주인도 “우린 거의 민주당”이라며 “황희에게 별 관심은 없지만 국힘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물가가 너무 오르니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다 싫고 짜증나니까 그런(정치) 건 묻지도 말라”며 인상을 찌푸리는 식당 주인도 있었다.

구 후보의 지지자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상인은 아니었다. 이른 오전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고 있던 중년 남성은 “2번(구 후보)을 생각하고 있다. 젊고 똑똑하지 않나. 비전이 있어 보였다”며 “예전에 TV 패널로 나와서 말하는 걸 봤는데 참 스마트하더라. 이런 사람이 와야 앞으로 동네가 더 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천갑은 신정1~2동·6~7동, 목1~5동으로 이뤄졌다. 14대~19대 총선까지 보수정당이 6연승을 한 소위 ‘보수 텃밭’이었지만, 20대 총선부터 민주당이 2연승을 하면서 기류가 변했다. 양천에서 40여년 거주한 황 후보가 도시공학박사(연세대) 이력으로 지역 재건축 적임자임을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0대 총선을 기준으로 무려 28년 만에 민주당으로 넘어간 양천갑을 구 후보가 8년 만에 탈환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양천갑은 1980년대 준공된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 2만7000여세대를 비롯해 동네 곳곳의 노후아파트 재건축·재개발, 목동선·강북횡단선 조기 착공·신정차량기지 이전과 같은 교통인프라 문제 등이 최대 현안이다. 이미 두 후보는 이러한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발표했다. 황 후보는 △목3동 초교 신설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영재스쿨 개설 등을, 구 후보는 △IB(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 도입 △오목교~파리공원 중심축 교육밸리 조성 등을 제시했다. “여기는 공약이 비슷할 수밖에 없어요.” 두 캠프 관계자의 공통된 전언이다.

정호영 기자서울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 단지 앞에 황희(아래)·구자룡(위)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3선에 도전하는 황 후보는 공보물에 ‘도시전문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0순위’ 등의 문구를 담는 등 구 후보와의 차별화 지점인 현역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몇몇 상인은 황 후보의 지역 행사·모임 출석률이 높은 점을 칭찬하면서 지역 의원으로서 8년간 하던 일을 계속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구 후보도 양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보낸 ‘진짜 지역 토박이’임을 내세우면서 대통령실과 서울시와의 정책 협업 의지를 내비치며 ‘재건축’ 등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구 후보는 ‘양천의 새로운 힘·힘있는 여당 후보’, 황 후보는 ‘양천만 바라보는 양천 바보’를 총선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깨비시장에서 강서고등학교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목동 롯데캐슬·금호베스트빌 등 늘어선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선 상대적으로 정부여당에 긍정적인 의견을 가진 구민이 많았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60대 남성은 “이번에 구자룡을 알게 됐는데 능력 있고 보기 드문 인재”라고 말했다. 목동의 한 부동산에서 만난 이모씨는 “민주당은 선전선동이 강하고 뭐든 세금으로 해결하려고 해서 국힘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목동 등촌교회 앞을 거닐던 박모(60대·여)씨는 “양천구에선 황희가 제일 일을 잘하는 것 같다”면서도 “얼마 전에 구자룡도 봤는데 괜찮았다. 선거까지 며칠 남아서 누굴 찍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아파트촌을 지나 목3동 인근 달마을근린공원, 목동아파트 2~4단지 등을 거치면 두 후보의 캠프가 위치한 오목교역이 나온다. 목동2단지 인근 정목초로 향하는 길목에서 교통 도우미를 하던 원모(87)씨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을 지키는 당 아닌가. 대통령을 우리가 뽑아놓고 안 지키면 안 된다”며 구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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