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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고액 성과급 덕분에 최고위 임원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으며 샐러리맨 신화를 썼던 증권사 직원들이 사라지고 있다. 증권업을 둘러싼 영업 환경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다른 부문보다 성과급 비중이 높은 기업금융(IB) 업황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직원 2023년 평균 연봉은 1억2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억4610만원)보다 15.1%(2210만원) 낮아졌다. 올해 비슷한 규모로 감소하게 된다면 ‘억대 연봉’이라는 수식어도 떼야 할 상황이다.
 
증권사는 일선에 있는 임직원들이 대표이사보다 연봉이 높은 사례도 종종 생긴다. 증권업 특성상 직위보다는 영업활동에 따른 성과급 중심의 보수체계가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에 IB 관련 임직원들이 증권사 연봉 상위에 다수 포진했다.
 
지난해에는 채권 영업을 통해 직원이 대표이사 등 경영진보다 많은 연봉을 받기도 했다. 윤태호 다올투자증권 과장은 지난해 연봉 42억500만원을 받았으며 상여금만 41억4000만원에 달한다. 윤 과장은 채권, 기업어음(CP) 등 중개 영업을 통해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에는 IB부문 임직원이 연봉 상위 60%가량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연봉이 높았던 임직원은 47억5800만원을 받은 안재완 전 메리츠증권 자산운용총괄본부 전무다. 퇴직금 17억3000만원을 제하면 순 연봉만 29억2800억원에 달한다.
 
개인투자자가 많아지고 증권사 금융상품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연봉 상위권에서 보기 힘들었던 리테일 부문에서도 연봉킹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장석훈 삼성증권 전 대표(66억2200만원)에 이어 증권사 직원 중 연봉이 가장 높았던 강정구 삼성타운금융센터 영업지점장이 대표적이다. 강 영업지점장은 지난해 연봉 56억9400만원을 수령했다. 앞서 2022년 삼성증권에서는 강 지점장을 비롯해 연봉 상위 5명 중 3명이 리테일 부문에서 나왔다.
 
하지만 올 1분기 주요 증권사 실적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임직원 연봉도 함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 10곳의 올 1분기 영업이익(잠정 포함)은 2조2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3769억원보다 6.6%(1569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증권사 실적이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는 저조했던 IB부문 실적이 꼽힌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해 기업공개(IPO) 등 자금 조달 시장이 위축되면서 타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부진한 IB 업황이 증권사 임직원 연봉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임직원 연봉은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이 대부분 높다”며 “IB부문은 본사, 리테일 등 타 부서보다 인센티브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성과급이 적어지면 자연스레 연봉도 대폭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올 1분기에도 IB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IB 부서 직원들은 남은 휴직을 사용하거나 퇴사를 통해 이직하는 등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IB 부서 관계자는 “딜에 따라 큰 금액을 다루기 때문에 타 부서 대비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라며 “IB 업황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 속 인센티브까지 없다면 굳이 버틸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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