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2위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의 투톱 체제가 고착화하다 못해 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못하는 중소 거래소들의 경영난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약 43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5조2000억원(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따른 전반적인 시장 회복에  전체 거래규모와 가상자산 투자자 수 역시 다소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일평균 거래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4%인 6000억원 증가했다. 원화 예치금 역시 21%늘어난 4조 9000억원, 이용자수는 39만명 늘어난 645만명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 확대에도 가상자산 업계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경영난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 일부 거래소들은 지난해 말부터 누적된 적자와 실명계좌 전환 실패로 운영을 중지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문을 닫은 코인마켓 거래소는 캐셔레스트, 코인빗, 후오비코리아, 프로비트, 텐앤텐, 오케이비트 등 6곳이다. 이달에는 지난해 광주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으며 원화거래소 진입 문턱을 넘을뻔한 한빗코까지도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FIU 기준 국내 VASP(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 등록된 거래소는 총 28개사이며, 원화 거래소 5개(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고팍스), 코인마켓 거래소는 23개사다. 7개사를 제외한 16개 코인거래소들 역시 홈페이지는 남아 있으나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아있는 소형 원화거래소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국내 거래량이 늘었다고는 하다 대부분 업비트와 빗썸에 거래금액이 집중되어 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게코 기준 16일 국내 거래소 거래량은 총 3조3038억원이다. 이중 업비트의 점유율은 71.8%(2조 3746억원), 빗썸이 25.5%(8441억원)으로 두 거래소가 97.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인원의 비중은 0.4%(142억원), 코빗은 0.4%(142억원), 고팍스는 0.08%(27억원)이다.

나머지 거래소들 역시 수익을 내고 있다고는 하나 국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국내 거래소 총영업이익 역시 2693억원으로, 반년만에 18% 가량 늘어났으나, 이들 세 거래소는 실적이 뒷걸음친 모습이다.

한편 올해 하반기부터 업비트를 시작으로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VASP 갱신 기한이 도래한다. 당장 실명계좌를 받을 수 없는 코인거래소들은 신규 투자를 유치하지 않는 한 영업종료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코인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싶어하는 은행들도 한빗코 등의 사례를 보며 금융위가 원화 거래 승인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거래소들 역시 오는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으로 추가 비용 등을 감당하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영업을 중단한 가상자산사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해당 사업자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 보관 등에 각별히 유의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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