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영화 ‘외계+인 2부’의 류준열 배우를 만나다

류준열은 기자간담회 당시 ‘굵은 기둥이 되어가고 있다’는 유해진의 칭찬에 눈물을 보인 적 있다. 그때 찍힌 사진을 친구들이 아직도 보낸다며 곤욕스러워했다. ‘눈물’은 슬플 때 주로 흘리지만 기쁘거나 감동적일 때, 벅차오르는 순간 맺히기도 한다. 지난 2부의 언론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최동훈 감독이 보인 눈물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 1월 4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최동훈 감독의 눈물을 봤냐는 질문에 “촬영 1년 전부터 이야기했다. 아마 감독님은 그전부터 시나리오 때문에 계속 붙잡고 있었을 테니, 긴장, 걱정, 책임감이 커졌을 것 같다. 아마 눈물을 보이셨다면, 관람 후 배우들의 긍정 반응이 전달된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대답했다.

덧붙여 본인은 “눈물을 모르는 남자다”라며 엉뚱한 표정을 지으며 한국 영화 사상 최장기 프로젝트로 기록된 387일 대장정을 마친 의 애정을 마음껏 드러냈다. “감독님께서 빨리 보여주고 싶다는 게 공감 갔다. 감독님 영화는 초반에 궁금증을 늘어놓고, 뒤에 재미가 붙는다. 1,2부를 같이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도 생기긴 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2부에 있는데 만감이 교차했다”고 1부를 회상했다.

-전날 언론시사회 때 같이 본 소감을 전하며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긴장을 잘 안 하는 성격인데 언론시사회는 긴장된다고 고백했다. 자연스럽게 청룡영화제 시상식 반응 이야기로 무르익었다. 이제야 기회가 왔다며 그 상황을 적극 해명했다.

“그날, 생일 축하 연락보다 더 많이 와서 놀랐다. 정신없는 상황이 3시간 동안 벌어진다.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제가 잡히는지도 몰랐다. 은진이랑 자연스럽게 대화하다가 ‘대단하다’는 감탄, ‘믿을 수 없다’는 고갯짓이 나온 거다. 대한민국에서 박진영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보고 있었다. 기사로라도 박진영 님께 에너지를 꼭 전달하고 싶다. 사실은 상을 못 받아서 회사, 스태프들에게 무슨 말을 전해야 할지 여러 감정을 정리하고 있었다. (웃음) 표정에 진심이 드러나서 후회도 없고, 개인적인 필모로 간직해야겠다”

-최동훈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신화 같은 존재다. (2012), (2015)로 두 번이나 천만 영화를 만들어 냈으며,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흔히, 최동훈 사단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한다고 들었다.

“일단 합류했다는 데 영광스럽다. 시상식 때 수상은 못해도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마음과 같다. 한 해 동안 수많은 영화가 나오고 수천 명의 배우의 활약하는데 그중 5명이 뽑힌 건 이미 수상이나 다름없다. 감독님은 대본 작업할 때 당구 치며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완성한다고 들었다. 각 잡고 회의, 리허설, 대본 리딩 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배우와 친분을 쌓으셨다. 마치 수다 떨 듯이, 저녁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장이 벌어졌고 그게 영화에도 잘 드러났던 것 같다”

-(2018)에서 김태리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부부 같은 친구 사이, 동성 친구와의 우정을 넘어선 애틋함이 상당하다. 감정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지만 2부에서 조금 더 포착된다.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태리랑 친분이 드러났다. 연기할 때 동료와 감정도 중요했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도 사적으로도 만나면서 도움받았다. 작품을 하면 할수록 동료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해졌다. 1부는 ‘리틀 포레스트’ 같았고, 2부는 세상을 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안과는 어린 시절 만나 죽음을 나눈 깊은 친구 사이다. 함께 우정의 방식을 논의했다”

-무륵은 현상금을 노려 모험에 뛰어들지만 점차 자신의 존재를 각성하고 이안하고도 더욱 얽힌다. 어릴 때는 친구였다가 10년 만에 재회해 짧지만 부부의 연도 맺는다. 무륵에게 이안은 어떤 존재일까?

“1부에서 정의했던 것 같다. 영화는 운명에 관한 이야기다. 무륵이 ‘회자정리 거자필반’을 운운하며, 체면이 밥 먹여 주냐며 적극 행동한다. 막연한 끌림으로 들어선 길에서 마주한 인생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그 모험 속에 세상을 구하는 일도 있고, 인연을 따라갔더니 조상도 만나고, 신선과 관계도 형성되는 거 같다. 이안을 향한 무륵의 감정은 애틋함이다. 애틋함도 사랑, 정 등 여러 방면으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두고 온 말이 있다’는 대사처럼 무언가를 전하러 발길을 되돌리는 마음이지 싶다”

-이야기의 무게와 관계가 2부에 집중되어 있다. 2부의 포인트는 아무래도 무륵과 이안의 관계이고 도사의 낭만도 느껴진다.

“낭만이 삶에 꽉 채워질 때 기쁨이 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성취하는 것도 좋지만 그냥 산책할 때 오는 낭만도 좋다. 이 영화는 그런 기쁨 같다. 그걸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운명의 실타래를 풀면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했다. 그래서 ‘뜰 앞에 잣나무’, ‘물안개를 잡아 본 적 있소’ 등 뜬금없는 대사도 잘 어울리는 거다”

-배우가 가진 엉뚱한 지점이 잘 맞아떨어진다. (2009)의 비슷하면서도 비교되는 캐릭터 ‘무륵’의 강점은 무엇인가?

“저는 재능과 노력 중 천운이 따르는 재능을 믿어 왔다. 재능이 좀 더 낭만적이라고 봤다. 살다 보니 재능만 믿고 있다가 안 될 때 노력으로 극복하고, 노력해도 잘 안되다가 번뜩이는 영감으로 극복될 때가 있었다. 무륵도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다. 겉으로는 얼치기인데 뭔가 있는 체하는 인물이다. 결국 알 수 없는 힘에 휘둘렸을 때 재능 보다 노력으로 연결되고 성장한다. 저도 무륵같은 상황을 반복하면서 정답을 찾는 중이라 이입했다”

-무륵과 비슷한 점을 좀 더 말해 줄 수 있을까.

“요즘은 자기 PR 시대라 더 이상 겸손이 미덕이 아닌, 그 경계가 사라진 시대기도 하다. 남들이 잘 한다고 치켜세울 때 겸손한 리액션을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나 사실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떨 때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재능과 노력이 교차하면서 스스로 자극이 된다. 적절히 겸손과 자랑도 조절할 수 있는 배우가 시대가 원하는 배우의 모습, 좋은 배우가 아닐지 고민했다. 부족함을 깨닫기도 하면서 주눅들 필요 없이 드러내는 게 무륵과 비슷했다”

-영화는 주인공이 여럿이다. 등장할 때마다 정신없는 가운데 연결해 주는 건 ‘코미디’다. 평소 블랙 코미디 쪽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무륵의 톤은 어디에 있나.

“전적으로 감독님 톤에 맡겼다. 다양한 연령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를 선호하는 편이시다. [더 에이트 쇼] (넷플릭스 공개 예정 시리즈)에 제 이야기가 좀 더 들어가 있다. 저는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고 감독님은 실소 터지는 코미디를 좋아하신다”

-한국형 ‘아이언맨이’란 말도 나왔다. 슈트(타이즈)를 입으면서 연기했을 텐데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완성된 장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겠다.

“결코 부끄럽지 않았다. 출근 해서부터 와이어를 달고 있었다. 안 해 본 거 해봐서 무척 즐거웠고 자랑스러운 추억이 되었다. (웃음) 우빈이가 ‘내가 입던 거 네가 입는 거다’라며 서로 놀렸지만 웃으며 공감했다. 어차피 배우는 상상하며 연기하는 직업이다. 어디에 뭐가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하면. 블루 스크린이든, 카페든 상관 없어진다. 다만 내가 생각한 대로 나오냐는 문제점을 고민해 봐야 했다. 20년 전 찍을 때 쫄쫄이 착용 배우의 비하인드 사진을 보며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나 혼자 우스워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영화를 보니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 기술 발전을 실감했다”

-후반 부 흩어졌던 이안(김태리), 썬더(김우빈), 민개인(이하늬), 흑설(염정아), 청운(조우진)이 모이며 한국의 어벤저스 구도가 형성된다.

“충무로의 천사들과 작품을 하다 보니 수월했다. 누구 하나 불평불만이 없었다. 마지막 장면은 두 달 남짓 찍었는데 모두가 나와 대기하고 있으니 서로 편안한 마음과 믿음, 동료애가 형성되었다. 어떤 날은 분장을 끝내도 한 컷도 못 찍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래도 함께 현장에서 있다는 자체, 안심할 수 있게 도와준 마음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류준열은 데뷔 초창기 순수함이 아직도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다. 영화 (2015)로 데뷔했다. 당시 ‘진짜 BJ아니냐’, ‘저 친구 누구냐’는 말로 파장을 일으켰다. 곧이어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영화 (2017), (2017), (2018), (2018), (2019), (2019), (2021) 등 쉬지 않고 달려와 정상의 자리에 앉았다. 많은 역할을 지나면서 책임감, 무게감이 더해졌을 테다. 현재 30대 후반 류준열에 대한 정의, 경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최동훈 감독님이 서른에 데뷔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가 새로움과 도전이다. 청개구리처럼 생각하신다. 예를 들어 모두가 주인공은 두 명이라고 말할 때 다섯 명을 하고 싶다며 을, 10명의 주인공을 캐스팅하며 을 만들었다. 하나의 영화를 둘로 쪼갠 도 연장선이다. 자기 평판을 신경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용기를 배웠다.

저 또한 새로워져야 할 책임감과 소명감이 들더라.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해야 관객이 꾸준히 한국 영화를 좋아할 힘이 된다. 제 또래 감독들도 젊은 배우와 함께 할 수 있어야겠고, 저도 노력해서 이 세계가 뜨고 지면서 막힘없이 돌아가게끔 해야겠다. 배우는 새로운 인물을 보여주고 새로운 것을 해야 하는 운명이다. 관객이 원하는 걸 정확하고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도 훌륭하겠지만, 원하는 것 이상을 보여준다면 기쁨은 배가 되지 않을까”

한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모두 밝혀지는 가운데 현재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다. 2부에서는 눈먼 검객 능파(진선규)가 새롭게 합류한다. 1부에서 잠시 등장해 혼란을 가중했던 민개인(이하늬)의 본격적인 활약도 중요하다.

외계 죄수로부터 세상을 구할 신검과 썬더(김우빈)를 찾은 이안(김태리)이 우여곡절 끝에 현대로 돌아가려 한다. 하바(외계 대기)로 오염될 2022년 서울에 당도하지만 무륵(류준열),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이 가세하면서 뒤엉켜 버린다. 결국 하바 폭발 직전 48분 동안 인간, 도사, 신선 들은 설계자와 수하들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게 된다. 생각지 못한 반전과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장면도 매력적이다. 개봉은 1월 10일이다.

글: 장혜령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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