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예지의 예지력>>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미래와 그 파급력을 꿰뚫어봅니다.

서사는 설득력을 잃었고, 회를 거듭할수록 꽉 막힌 답답함만이 남는다. 사이다 전개에 통쾌한 복수극인 줄 알았더니 결국 마지막은 고구마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tvN에 구세주처럼 나타났던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전형적인 용두사미 드라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 강지원(박민영)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 차를 경험하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본격 운명 개척 드라마다. 극 중 강지원은 고된 시집살이와 회사 생활·암 투병까지 그야말로 빛 한 점 없어 보이는 비참한 인생을 살아왔다. 하나뿐인 가족이라 믿었던 남편 박민환(이이경)과 유일한 친구였던 절친 정수민(송하윤)의 안면몰수한 배신으로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이에 새롭게 눈뜬 2회 차 인생 속 강지원은 자신의 운명을 이들에게 다시 돌려주려 호구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난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중반까지만 해도 속도감 있는 통쾌한 전개로 상승 기류를 탔다. 2번째 인생을 살게 된 박민영이 자신을 괴롭혔던 전 남자친구 이이경과 송하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복수했고, 재벌 2세 나인우를 만나 러브라인을 이뤘다.

시청률도 응답했다. 첫 회 5.2%로 시작해 두 자릿수 시청률을 찍었다. 11회는 11.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속 시원한 전개는 10회까지였다. 기대치를 한껏 끌어 올려놓고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한 전개가 반복됐다. 박민영과 나인우의 로맨틱한 러브라인을 바랐던 시청자들의 니즈는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오해와 갈등, 위기만 계속됐다.

이들의 앞에는 나인우의 약혼녀 보아가 11회부터 처음 등장했고, 질투에 눈이 먼 보아는 박민영의 목숨을 노리고 청부살인을 시도했다. 보아는 이이경과 송하윤을 이용했다.

여느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박민영의 핸드폰은 배터리가 없어 나인우와 통화가 되지 않았고 결국 나인우는 박민영 대신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 사이 박민영은 홀로 광기 어린 보아를 상대해야 했다.

원작 소설에는 등장하지만 원작 웹툰에서는 보아(오유라 역)가 등장하지 않는다. 없던 사람을 주연급으로 등장시키다보니 극의 전반적인 밸런스가 깨졌다는 평가가 많다. 나머지 캐릭터 서사에 영향을 주면서 10회 동안 쌓아온 캐릭터 특성마저 흔들린 경우가 나오고 있다. 보아가 극중 복수를 향해 달려나가던 여주인공을 막는 역할이면서 동시에 복수를 당하던 이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극의 흐름을 바꿔버린 제작진의 판단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많은 이유다.

보아의 연기력까지 도마위에 올랐다. 부정확한 발성과 어색한 표정 연기는 보아 등장 직후 다른 주인공들보다 더 화제가 됐다. 원작과 다르게 각색했을 때는 각색이 잘된 경우이거나, 배우가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고 가야 한다. 이 경우는 둘 다 아니다.

송하윤은 박민영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박민영의 어머니와 바람이 나 괴롭힘의 서막이 시작되었다고 고백했다. 박민영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송하윤, 이이경, 보아의 괴롭힘에 더 큰 복수를 결심한다.

그동안에는 막장 소재에도 불구하고 사이다 전개가 이어졌다. 다소 부족한 각색 속 박민영, 이이경, 송하윤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 합이 시청률 상승세를 이뤄냈다. 특히 이이경은 은퇴설이 돌 정도로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종영까지 3회가 남았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말은 없다. 하지만 용두사미의 조짐이 보이자 애청자들은 동요하고 있다. 제작진의 화룡점정 마무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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