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악역은 딱 여기까지만 할래요.”

‘더 글로리’ 전재준을 넘을 빌런이 있을까 싶었더니, ‘눈물의 여왕’ 윤은성도 만만치 않다. 악역으로 또 한 번 인생캐를 쓴 박성훈은 “욕을 많이 먹어 장수할 것 같다”며 “다음 목표는 로맨틱코미디”라고 했다.

박성훈은 지난 달 2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tvN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 종영 인터뷰를 갖고 작품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배우 박성훈이 ‘눈물의 여왕’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

현재 방콕에서 영화 ‘열대야’ 촬영 중인 박성훈은 ‘눈물의 여왕’ 종영과 관련한 일정으로 귀국했다. 드라마 종방연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등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드라마 인기를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박성훈은 “욕을 많이 먹었다. 정말 장수하겠다. 일일이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육두문자 DM이 왔다. 주변에서도 ‘꼴보기 싫다. 너만 짜증이 난다’고 했다. 종방연에서도 제가 나오면 탄식이 나오고, ‘나쁜놈’ 소리치더라”고 주변의 반응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근데 저는 실제로 그렇게 하진 않는다. 저희 작품을 많이 사랑해주고, 해인(김지원 분) 현우(김수현 ㅎ분) 커플을 사랑해주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유쾌하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 28일 막을 내린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 연출 장영우·김희원)은 퀸즈 그룹 재벌 3세이자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김지원 분)과 용두리 이장 아들이자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김수현 분),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눈물의 여왕’은 최종회에서 시청률 24.8%(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사랑의 불시착'(21.7%)을 제치고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마지막회 방영을 앞두고 열린 종방연에서 배우들의 분위기도 좋았다.

“14회가 ‘사랑의 불시착’ (최고 시청률과) 0.1% 차이라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이미 1위를 한 것처럼 기분 좋게 자축하는, 즐거운 분위기였어요. ‘사불’이 박지은 작가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 성적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죠. 캐스팅이 잘됐고 재미가 있어서 성과가 좋을 거라 생각했지만 tvN 역대 1위를 할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더 글로리’ 캐릭터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박성훈이라는 이름보다 ‘전재준’이라는 이름으로 더 각인됐던 터. 전재준의 이름이 채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빌런 윤은성을 만났다.

배우 박성훈이 ‘눈물의 여왕’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

“저를 보고 ‘박재준이다’ 하는 분도 있어요. ‘눈물의 여왕’ 스태프도 ‘재준이 옆에 서주세요’라고 하고, ‘남남’ 제작발표회 때도 ‘최수영 씨와 전재준 씨 서주세요’ 했어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어요. 제 이름 모르고 얼굴만 아는 사람들도 있어요. 지금은 전재준이라는 이름 세 글자로 떠올릴 수 있게 되서, 실용적이고 유용한 이름이에요. ‘더 글로리’ 전재준 때는 욕을 많이 먹었다기보단, 제 캐릭터를 재미있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웃음코드가 있어서 희화화 됐죠. 이번엔 (은성이) 진지하기도 했고, 해인 현우 커플의 절절한 로맨스를 방해해서 욕을 많이 먹었어요.”

그가 연기한 윤은성은 퀸즈 그룹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도저급 악행을 펼치는 인물이다. ‘더 글로리’ 전재준과는 결이 다른 빌런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도 많았다.

“‘더 글로리’ 전재준은 날티나는 모습을 내기 위해 래퍼들을 많이 찾아봤다면, 은성은 젠틀하고 포멀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연기적인 면에서 재준이는 고함을 많이 지르고 억양 변화가 있었다면 은성은 꾹꾹 눌러서 일정한 톤을 많이 유지하려고 했고요. 은성이가 화를 내면 위협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싶어서 악센트를 앞에다 강조했죠.”

은성의 서사를 연기하며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 모슬희(이미숙 분)와의 가족사, 오래전 첫사랑인 홍해인(김지원 분)의 외면 등 결핍이 ‘괴물’을 만들어냈다.

배우 박성훈이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빌런 윤은성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tvN]

“저도 예전에 주변 지인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경험이 있어요. 해인에게 거짓말로 속여서 사랑하는 사이라고, 가스라이팅을 하잖아요. 그 때 가슴이 답답하고 숨도 잘 안쉬어지고 ‘이 신 찍기 싫다’는 생각을 했어요. 버거운 장면이었죠.”

윤은성은 마지막회에서 죽음 결말을 맞았다. “죽여서라도 데려가겠다”는 홍해인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을 보여줬고, 해인과 현우를 향해 총을 겨눴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경찰들이 쏜 총에 맞아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은성이 해인이 마음을 얻지 못하고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 것에 대해 애처롭고, 은성을 연기한 입장에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시청자에 조금이나마 전달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전체적으로 드라마 끝맺음을 하는데 있어서 은성의 죽음이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은성이 교도소에 가서 죗값을 치르면 해인이에게 집착을 했을 것 같아요. 커플을 아름답게 보내주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결말이었어요.”

두 작품을 연달아 악역을 소화한 그는 “편한 건 선역이지만, 재미는 악역이 더 있는 것 같다. 전 정말 화를 안 내는 성격인데 악역을 하면서 해소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그는 “전재준 카니발 신을 찍었을 때는 스태프들이 ‘사우나 하고 나온 것 같다’더라. 제 얼굴이 개운해졌다고 했다”고 웃었다.

다만 그는 “악역은 딱 여기까지”라며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박성훈은 “악역으로 각인 됐으니 당분간 악역은 주머니에 넣어두고 선한 역할을 많이 맡아서 보여주고 싶다. 코미디가 섞인 모습을 해서 재미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다음 작품은 로맨틱코미디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더 글로리’ 이후 대세 행보를 걷고 있는 그는,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눈물의 여왕’을 촬영하면서 ‘오징어게임’ 시즌2를 동시에 촬영하기도 했다. 머릿속에 연기로 꽉 찼다.

“하루종일 눈 뜨고 있을 때는 연기 생각만 했어요. 대사를 되뇌이고, 여기에선 어떻게 리액션을 할까 생각했죠. 샤워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용변을 보는 그 순간에도(웃음). 저를 몰아세우는 방법 밖에 없더라구요.”

만 2년 동안 8개 작품을 소화했다는 그는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화와 준비 중인 연극까지 합하면 10개가 된다. 아직 그 이후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박성훈은 영화 ‘열대야’ 촬영을 위해 방콕으로 출국할 예정이며, 연극 ‘빵야’와 넷플릭스 기대작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도 기다리고 있다.

“24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인 ‘눈물의 여왕’과 25년 전세계 기대작인 ‘오징어게임2’를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업 만족도가 최상입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포만감이 넘칩니다.”

배우 박성훈이 ‘눈물의 여왕’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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