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초 앞, 일초 뒤’는 언제나 1초 빠른 우체국 직원 하지메와 모든 게 1초 느린 수상한 그녀 레이카의 분실된 하루의 미스터리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사진제공=블레이드이엔티

“어제가 사라졌어요. 하루를 잃어버렸어요!”

얼굴이 붉게 익은 한 남자가 “어제 무엇을 잃어버렸나”라는 경찰의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이상형의 여인과 데이트를 하러 가는 길, 새 옷을 챙겨 입고 들뜬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본인의 방이다. 다시 약속 장소로 향하는데, 이미 하루가 지나버린 상황이다. 과연 이 남자의 하루는 어디로 증발해버린 걸까.

영화 ‘일초 앞, 일초 뒤'(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남들보다 빠른 우체국 직원 하지메(오카다 마사키)와 남들보다 느린 레이카(키요하라 카야)의 엇갈린 인연과 만남을 엉뚱하지만 유쾌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하지메가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던 하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과거의 인연을 깨닫고, 비밀이 풀리는 과정이 한 편의 동화처럼 그려진다.

‘일초 앞, 일초 뒤’는 대만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2020년)을 리메이크했다. 영화 ‘린다 린다 린다'(2006년)와 드라마 ‘심야식당’ 시즌2·3(2011년·2014년) 등을 통해 위로와 응원, 힐링의 여운을 안겼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일본 감성 로맨스 작품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무해한 매력을 마음껏 드러냈다.

원작이 1초 빠른 여성과 1초 느린 남성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진행된다면 새롭게 탄생한 ‘일초 앞, 일초 뒤’는 남녀 설정을 바꿔 일본 교토의 지역 축제를 하루 앞두고 전개된다.

하지메 역할의 오카다 마사키(왼쪽)와 레이카를 연기한 키요하라 카야의 모습. 사진제공=블레이드이엔티

● 판타지로 풀어낸 비밀…일본 감성 로맨스의 매력

전반부는 남들보다 늘 한발 앞서는 급한 성격 때문에 일상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하지메의 이야기가, 후반부는 남들보다 한발 느리지만 사진을 찍으며 느리지만 조용한 삶을 살아가는 레이카의 시점이 펼쳐진다.

잃어버린 하루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하지메는 우체국에서 매일같이 우표를 사 가던 레이카가 사라진 하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무엇보다 하지메의 사라진 하루의 비밀은 예상을 벗어난 독창적인 상상력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돋보인다. 남들보다 느리기 때문에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운 이들을 위한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따뜻한 응원으로도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타이밍으로 엇갈린 두 남녀의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나른한, 일본 감성 영화의 매력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배경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교토 소도시의 고즈넉하면서도 한가로운 분위기는 영화의 다정한 매력을 배가시킨다.

오카다 마사키는 남들보다 한 템포 빠른 수다스러운 하지메를 푼수처럼, 때로는 순수하게 표현했다.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의 주인공인 키요하라 카야는 담백한 연기를 펼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을 통해 눈도장을 찍은 히이라기 히나카는 하지메의 아역으로 풋풋하면서도 귀여운 면모로 초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OST인 ‘아이돌'(IDOL)을 부른 일본 인기 싱어송라이터이자 밴드 요아소비의 이쿠타 리라가 처음으로 영화 주제곡에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주제곡 ‘피에스'(P.S.)의 작사와 작곡은 물론 가창까지 맡았다.

하지메 아역을 연기한 히이라기 히나타. ‘괴물’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사진제공=블레이드이엔티

감독 : 야마시타 노부히로 / 각본 : 쿠도 칸쿠로 / 출연: 오카다 마사키, 키요하라 카야, 히이라기 히나타 외 / 장르: 로맨스, 판타지, 코미디 / 개봉: 6월19일 /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 러닝타임: 119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짠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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