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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스탠리 텀블러 제품 [인스타그램 캡처] |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최근 미국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에서 깜짝 선물로 자주 등장하는 제품은 스탠리(Stanley) 브랜드의 핑크색 텀블러다.
SNS 틱톡(Tiktok)에서 ‘스탠리텀블러’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의 총 누적 조회수는 9억 뷰를 넘어섰다. 온라인 중고시장에서는 40달러(약 5만원) 제품이 10배 인상된 400달러(약 52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스타벅스와 협업한 핑크색 텀블러는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기 전에 줄을 섬)’을 위한 줄이 대형 마트 앞에서 밤새 이어졌다.
구매대란에 ‘싹쓸이 도둑’도 나왔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의 한 매장에서 스탠리 텀블러 65개를 훔친 20대 여성이 붙잡혔다. 테렌스 레일리 스탠리 회장은 미국 경제 매체 CNBC를 통해 “미국의 최고 소매점들이 1인당 스탠리 제품 구매 수를 제한하는 것이 놀랍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탠리는 111년간 텀블러만 만든 브랜드다. 남성 아웃도어·튼튼한 보온병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 열풍은 ‘패션 아이템’의 성공에 더 가깝다. 변화의 시작은 지난 2020년 테런스레일리(Terence Reilly)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신발업체 크록스(CROCS)를 인기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던 그는 스탠리 역시 파스텔 색상들을 출시하며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현재는 미국 MZ세대들이 마치 가방을 들듯 옷에 어울리는 템블러를 손에 쥐고 다닌다. 현지에선 “Z세대가 아이폰보다 갖고 싶어한다”, “Z세대 여성에게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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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서 고가로 팔리고 있는 스탠리 텀블러 제품 [SNS 캡처] |
스탠리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분위기도 비슷하다. 최근 한 걸그룹 멤버는 TV 예능프로그램에서 300개 이상 모은 텀블러를 공개하며 옷 색상과 맞는 제품을 골라 외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SNS에서는 화려한 색상 또는 수집 용도로 모은 텀블러 사진들이 올라온다. MZ세대에게 텀블러는 본래의 기능보다 색상 또는 브랜드가 중요시되는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도 텀블러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81억1000만달러(약 10조 6346억원)였던 텀블러·개인컵 시장은 오는 2025년 106억달러(약 13조8997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텀블러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텀블러는 ‘팬데믹’ 기간을 지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일회용 컵 감소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친환경적 관점에서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반동효과)’를 우려하기도 한다. 본래 의도한 것과는 다른 효과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비영리 자연보전기구 세계자원기금(WWF) 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의 스탠리 열풍 사례나, 한국에서 유니크한 텀블러가 인기인 상황은 텀블러 구매 및 사용 유도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단순히 색깔이나 디자인에 매몰된 수집 행위는 텀블러 사용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다회용을 일회용처럼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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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RF] |
텀블러를 구입하는 자체만으로는 환경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 따르면 텀블러 제작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일회용컵에 비해 30배가 넘게 발생한다. 영국 환경청은 최소 220번을 사용해야 일회용컵을 대체하는 친환경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맹 국장은 “옷을 갈아 입듯 텀블러도 바꾸고 싶을 수 있으나 환경을 위해서는 적정 소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4개 정도를 이미 소지하고 있다면 소유한 텀블러를 바꿔가며 사용하고, 구매 시엔 오래 사용할 생각으로 제품을 고를 것”을 권했다.
WWF 코리아 관계자는 “텀블러는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폐기할 때도 많은 온실가스가 나온다”며 “사용한 폐플라스틱의 처리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의 생산을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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