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성빈./사진=김동윤 기자
롯데 손성빈./사진=김동윤 기자

“정말 좋은 포수다. 내 생각을 읽은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원투펀치 애런 윌커슨(34)과 찰리 반즈(28)가 최근 무실점 피칭 후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칭찬한 선수가 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지 이제 막 두 달 된 ‘예비역 포수’ 손성빈(21)이다.

손성빈은 희망대초-신흥중-장안고를 졸업하고 2021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포수 유망주다. 첫해 20경기 22타석이란 짧은 1군 경험 뒤 상무에 입대해 군 문제부터 해결했다. 올해 6월 12일 전역 후 처음 선발 포수로서 나선 6월 16일 인천 SSG 랜더스전은 악몽과도 같았다. 9이닝을 풀타임으로 뛰며 1-12 패배를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두 달 뒤 손성빈은 롯데 구단과 KBO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의 주역이 됐다. 공교롭게 이번 상대도 SSG였다. 지난 6일 사직 SSG전에서 손성빈은 선발 포수로 출전해 윌커슨과 호흡을 맞추며 6이닝 퍼펙트 피칭을 이끌었다. 이후 8회까지 포수 마스크를 쓴 손성빈은 9회를 앞두고 정보근과 배턴 터치했고 경기가 롯데의 1-0 승리로 끝나면서 KBO 역대 3번째, 구단 역사상 첫 팀 노히트를 이끈 주인공이 됐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최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손성빈이 어린 포수임에도 투수를 정말 잘 리드한다. 노히트 경기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가장 인상 깊던 점은 포수와 투수의 합이 굉장히 좋았단 점이다. 투수가 고개를 많이 흔들지 않을 정도로 포수가 투수의 마음을 잘 읽은 것이 컸다”고 칭찬했다.

노히트 경기 이틀 뒤에는 또 한 번 선발 투수의 무실점 피칭을 이끌었다. 이번 파트너는 생전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반즈였다. 반즈는 손성빈과 함께 5⅔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하면서 고척에서의 기분 좋은 무실점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다(2경기 11⅔이닝 무실점). 경기 후 반즈는 “손성빈과 경기 시작 전, 도중, 후에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리드했다”고 설명했다.

손성빈. /사진=롯데 자이언츠
손성빈. /사진=롯데 자이언츠

9일 만난 손성빈은 외국인 감독, 선수들의 공통된 평가에 “투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그런 말도 나오는 것 같다. 윌커슨과 반즈 모두 자신의 어떤 점이 장점인지 아는 투수이다 보니 난 최대한 그들의 입장에서 경기에 임한다”고 답했다.

예를 들면 반즈는 시합에 들어서서 자신이 던진 공에 타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고 그다음 투구 계획을 꾸리는 스타일이다. 손성빈은 “반즈는 투수 시점으로 볼 배합을 많이 하는 투수라고 들었다. 처음에 반즈가 고개를 흔드니까 최대한 저 생각을 빨리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1, 2회 집중했다. 그 뒤로는 반즈가 이럴 때 이렇게 던지고 싶어하는구나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타격감이 뜨겁던 이주형(키움)을 상대한 볼배합은 좋은 예시다. 손성빈-반즈 배터리는 이주형이 노리는 것을 알고도 집요하게 바깥쪽 하단으로 방망이를 유인했다. 결과는 2연속 헛스윙 삼진이었다. 다음날(9일) 만난 이주형은 “치면 될 것 같아 계속 노렸는데 한끝 차이로 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내 타이밍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에 손성빈은 “일부러 노렸다기보단 그날 반즈의 공이 워낙 좋았다. 슬라이더 움직임도 좋아 이 코스로 유도하면 맞을 확률이 낮아 보였다. 반즈도 (내 리드에) 잘 따라와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투수에게 공을 돌렸다.

유강남(왼쪽)./사진=롯데 자이언츠
유강남(왼쪽)./사진=롯데 자이언츠

최경철(43) 롯데 1군 배터리 코치와 주전 포수 유강남(31)은 든든한 멘토였다. “최경철 코치님과 (유)강남이 형 도움이 크다. 제대하고 이제 두 달인데 정말 많은 걸 배웠다”며 고마워한 손성빈의 표현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유강남은 일타 강사, 최경철 코치는 조련사다.

반즈와 환상 호흡 뒤에는 유강남의 단 몇 분의 족집게 전화 강의가 있었다. 손성빈은 “8일 경기 스타팅이 나왔을 때 출전을 예상하지 못해 긴장했다. 반즈와 호흡을 맞추는 것도 키움을 상대하는 것도 처음이라 점심 먹고 호텔서 나오기 전에 (유)강남이 형한테 전화했다. 사직에서 강남이 형과 반즈가 키움에 잘한 경기(7월 21일 5⅔이닝 무실점, 롯데 2-0 승)이 생각났다”고 설명했다. 유강남은 옆구리 부상으로 지난달 2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현재는 재활 중이다.

손성빈은 “(유)강남이 형에게 ‘어떻게 끌고 나가야 돼요?’라고 물으니까 정말 속에 있는 걸 다 말해주셨다. 정말 짧은 시간의 통화였는데도 효과가 정말 컸다. 강남이 형은 포인트를 짚고 잘 설명해 주셔서 내겐 너무나 감사한 존재다. 휴대전화에도 ‘롤모델’이라고 저장해 놨다”고 미소 지었다.

최경철 코치는 정신적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존재다. 손성빈은 “최경철 코치님은 항상 냉정하게 현실을 말씀해 주시는데 그게 너무 좋다. 당근과 채찍을 엄청 골고루 주신다”면서 “훈련이 엄청 많은 것은 아닌데 경기 중이든 훈련에서든 항상 내 옆에 계시면서 잘못하고 실수하면 냉정하게 피드백해 주신다. 잘할 때는 칭찬해 주시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 하게 된다”고 미소 지었다.

손성빈은 아마추어 시절 공격력도 인상적인 포수였지만, 아직 프로 무대에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올 시즌도 23경기 타율 0.194(31타수 6안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현재 포수로 성장하는 데 더 큰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타격에 자신이 없는 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작아진 느낌이다. 일단 마음가짐 자체가 투수가 공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이미 지고 들어간다. 빨리 이겨내보려 한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금은 수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팀이 이기는 것이 목표라 방망이는 못 쳐도 괜찮다. 비중으로 치면 10 중에 수비가 9.9, 공격이 0.1이다. 지금 내게는 수비가 제일 중요하다. 캐칭뿐 아니라 모든 것이 부족하다 생각하지만, 또 조금씩 개선되는 것도 느껴진다. 그걸 위안 삼아 더 열심히 하려 한다”고 활짝 웃었다.

손성빈. /사진=롯데 자이언츠
손성빈.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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