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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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환자의 입을 테이프로 막은 간병인이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70대 여성 간병인 A씨에 대해 지난달 29일 이같이 판결했다.

채 판사는 A씨에게 3년간 노인 관련 기관에 취업을 제한한다는 명령 또한 부과했다. 다만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는 없어 보인다”며 법정구속은 면제했다.

A씨는 지난해 9월26일 새벽 4시30분쯤 서울 강남의 한 병원 병실에서 자신이 간병하던 70대 남성 입원환자의 입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여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환자는 섬망 예방조치가 적용된 탓에 양쪽 팔이 결박돼 있었다.

병원 간호사는 10여분 뒤 혈당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병실에 들어갔다 범행을 적발하고 환자 가족에게 간병인을 바꾸라고 권고했다. 간호사가 경위를 추궁하자 A씨는 “너무 시끄러워서 테이프를 붙였다”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에게 형법상 폭행 혐의 대신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형법상 폭행죄는 법정형이 최고 징역 2년이지만, 노인복지법은 폭행 피해자가 만 65세 이상 노인인 경우 법정형을 최고 징역 5년으로 가중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정에서 A씨는 의료용 테이프를 붙인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채 판사는 △간호사가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록한 점 △A씨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한 점 △피해를 증언한 환자의 건강상태가 매우 나빴지만 정신건강에는 문제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춰 유죄를 인정했다.

채 판사는 “간병 업무가 어렵고 A씨도 여러 애로사항을 겪었을 것은 예상할 수 있으나, 행동이 온전치 못해 저항할 수 없는 환자를 폭행해 위법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채 판사는 또 “A씨는 과거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다수”라며 “고령이고 폭행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준법의식과 윤리의식이 박약한 자에게 형사사법절차의 준엄함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며 징역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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