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꿈치 수술 복귀 후 예술 같은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류현진
▲ 팔꿈치 수술 복귀 후 예술 같은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류현진

▲ 류현진은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커맨드와 다양한 구종 구사로 이를 완벽히 만회하고 있다
▲ 류현진은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커맨드와 다양한 구종 구사로 이를 완벽히 만회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6‧토론토)은 투구에서 구속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속 100마일(161㎞)의 상징적인 벽이 여기저기서 마구 깨지는 이 시대에, 90마일(145㎞)도 채 되지 않는 공으로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원래부터 구속으로 먹고 사는 선수는 아니었다. 대신 정교한 제구와 커맨드, 다양한 구종과 수싸움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심지어 팔꿈치 수술로 1년 2개월을 쉬면서 구속은 더 떨어졌다.

‘스탯캐스트’의 집계에 따르면, 류현진의 올해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8.4마일에 불과하다. 2022년 89.3마일보다 더 떨어졌다. 류현진의 포심 평균 구속은 메이저리그에서는 하위 2%다. 100명을 줄 세워 놓으면, 류현진이 98~99번째 서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귀 후 7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65에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1.06이라는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 가고 있다. 팔꿈치 수술 후 복귀했다고 상대 타자들이 봐주지도 않았을 텐데, 류현진은 현시점 메이저리그에서는 돌연변이 피칭으로 정상급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류현진의 성공 비결로 정교한 제구력은 물론, 다양한 구종을 완벽하게 쓰는 것으로 풀이한다. 류현진은 기본적으로 포심을 던지고, 최근 들어 예전에 섞어 던지던 싱커성 움직임을 갖춘 패스트볼을 더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패스트볼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각이 있는 커터를 구사한다. 또 70마일대의 체인지업, 60마일대의 커브를 섞는다. 포심과 싱커를 그냥 같은 계열로 분류해도 총 4가지 구종이다.

▲ 최대 45km에 이르는 구속 차이로 타자들을 농락하고 있는 류현진 ⓒ연합뉴스/AP통신
▲ 최대 45km에 이르는 구속 차이로 타자들을 농락하고 있는 류현진 ⓒ연합뉴스/AP통신

▲ 류현진의 최고 장점은 4~5가지 구종을 원하는대로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AP통신
▲ 류현진의 최고 장점은 4~5가지 구종을 원하는대로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AP통신

▲ 다양한 구종을 원하는 곳에 던져 타자들의 혼란을 이끌어내는 류현진 ⓒ토론토 SNS
▲ 다양한 구종을 원하는 곳에 던져 타자들의 혼란을 이끌어내는 류현진 ⓒ토론토 SNS

4가지 구종을 던질 수는 있어도, 4가지 구종을 모두 잘 던지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류현진은 그런 선수다. 체인지업은 우타자 바깥쪽으로 기가 막히게 떨어진다. 원래 류현진 주무기다. 여기에 더 느린 커브가 있다.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뚝 떨어진다. 타자들이 이 두 가지 구종을 생각하고 있으면 이보다 속도가 더 빠른 포심이나 커터가 들어간다. 당연히 타이밍이 늦을 수밖에 없다. 

토론토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의 베테랑 해설가 벅 마르티네스는 “류현진의 최대 장점은 타자가 다음 구종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느린 구종 다음 패스트볼이 들어오면 류현진의 포심은 더 빨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칭찬한다. 

최근 상대 타자들은 류현진의 커브를 노리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보통 초구부터 커브를 노리는 타자는 거의 없다. 다른 구종이 들어오면 십중팔구 타이밍이 늦기 때문이다. 그만큼 류현진을 상대로 한 구종 선택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고, 모험을 걸어야 할 선수로도 평가할 수 있다.

직전 등판인 오클랜드전이 그랬다. 초구 커브를 공략하기도 하지만, 풀카운트에서 한가운데 포심을 멀뚱히 보기도 했다.

‘스포츠넷’의 해설가 조 시들도 오클랜드전 당시 류현진의 이런 투구 패턴에 흥미를 드러냈다. 시들은 2회 선두 디아스 타석 당시 “62마일짜리 커브를 던지고, 또 커브를 떨어뜨린다. 저러고 우타자 몸쪽에 커터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속 차이를 확실하게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실제 류현진은 포심을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디아스가 꼼짝 없이 당했다. 그러자 시들은 “저것 보라”고 호탕하게 웃으면서 “베테랑인 류현진과 같은 투수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놀라워했다.

▲ 류현진은 13일 텍사스전에서 시즌 4승에 도전한다
▲ 류현진은 13일 텍사스전에서 시즌 4승에 도전한다

▲ 코리 시거를 중심으로 하는 텍사스 타자들은 기존 류현진이 만났던 팀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 코리 시거를 중심으로 하는 텍사스 타자들은 기존 류현진이 만났던 팀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 류현진이 텍사스 강타선까지 잠재운다면 모든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연합뉴스/AFP통신
▲ 류현진이 텍사스 강타선까지 잠재운다면 모든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연합뉴스/AFP통신

디아스 타석 당시 류현진의 커브 최저 구속은 62.5마일(100.6㎞) 수준이었다. 그런데 결정구로 쓴 포심은 90.4마일(145.5㎞)이었다. 자그마치 45㎞ 차이가 났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 정도 구속 차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투수는 흔치 않다. 100㎞짜리 공을 보다 145㎞로 공이 들어오면 타자는 더 빠르게 느낄 수밖에 없다. 커브를 떨어뜨린 똑같은 지점에 10마일 더 빠른 체인지업을 던지면 아예 구종을 분간조차 못하는데 지금 류현진이 그렇다.

이제 류현진은 13일 텍사스와 홈경기에서 시즌 4승에 재도전한다. 아마도 이 경기가 류현진 패턴이 앞으로도 통할 수 있을지를 어렴풋이 판단할 수 있는 경기가 될 수 있다. 그간 상대했던 클리블랜드, 콜로라도, 오클랜드 타선과 텍사스 타선은 질적으로 다르다. 기본적으로 좋은 기량을 가진 타자들이 많다.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들도 제법 된다.

실제 이전 세 개 팀은 좌완을 상대로 약했던 팀들임은 부인할 수 없다. 클리블랜드의 올 시즌 좌완 상대 OPS(출루율+장타율)는 0.658로 리그 꼴찌다. 그런데 29위가 콜로라도(.675)고, 28위가 오클랜드(.680)다. 류현진 대진이 상대적으로 용이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텍사스의 좌완 상대 OPS는 무려 0.805로 리그 3위다. 질적으로 다르다. 류현진이 여기서도 건재를 보여준다면 이는 FA 대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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